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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슬기로운 마흔살이에 필요한 것들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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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대표 Aug 28. 2023

마흔, 글쓰기 좋은 나이

유시민도, 무라카미하루키도 그렇게 시작했다.

((사진) 카페에 앉아 큰 아이를 기다리며, 대본 (이것도 글쓰기다)을 쓰며..)

매일, 꾸준히 쓰면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소서 강의를 할 때 '글쓰기'의 필요성을 얘기하는데 그때 항상 인용하는 유시민 샘의 말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만드로도 굉장한 장벽을 만든다. 그러나 운동만큼 쉽게 시작할 수 있고, 때론 치유가 되기도 하니 1석 2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데... 마흔에 꼭 해야 할 일 중 하나로 소개하고 싶다.

상업적이고, 충동적인 나의 글쓰기였다.

나의 첫 번째 글쓰기는 블로그였다. 블로그의 주요 주제는 캠핑이었는데. 매주 나가던 때라 캠핑장이며, 여러 제품의 후기까지 올리던 시기가 있었다. 방문자가 늘면 제품의 홍보 차원에서 시승, 체험의 기회가 있곤 했는데 그 때문이라도 열심히 하려 했던 듯하다. 글을 열심히 쓰니 살림살이가 늘었다. 이만큼 좋은 게 있겠는가?

그렇게 나의 글쓰기는 시작되었고, 본격적으로 글을 써야 했던 것은 이직을 하면서 하게 된 자소서와 경력기술서 같은 서류들이었다. 수 백번의 탈락을 하면서도 거의 대부분의 서류를 지원할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쓰는 스타일이기도 했다. 때문에 나중에는 고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찍어내듯 서류의 형태가 갖추어질 정도였는데... 이때의 경험은 지금의 일을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 본격적으로 목적 있는 긴 글 쓰기를 연습한 때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콘텐츠나 강의 등 홍보 목적의 글을 쓰게 되는 경우가 많다. 거의 매일 적어도 A4 한 장 내외의 글을 쓰는 것 같다. 또 새로운 플랫폼이 생기면 일단 가입을 하고 보는 편이다. 특히 브런치의 경우 백지에 실제 글을 쓰는 것 같아 좋아하는 플랫폼인데 (실제로)... 형식적인 느낌이 없어 생각을 정리하거나, 털어놓을 때 쓰곤 한다.

이처럼 나의 글쓰기는 굉장히 상업적이고, 충동적인 부분도 있다. 또 한편으로 글 말고는 내가 하는 일과 사업을 알리는데 가장 최적화된 노동이자,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도, 앞으로도 내 삶의 상당 부분은 글을 쓰는 것과 떼려야 뗄 수 없을 듯하다.

글쓰기는 치유의 과정이다.

나의 퇴사이유 중 하나는 '우울'이다. 일도 손에 익지 않고, 자존감만 까먹다 보니 회사를 다니는 것 자체가 힘든 순간이 있었다. 흔히 말하는 우울증이 오고 있었는데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그리고 퇴사의 순간이 다가왔고, 당시의 여러 상황을 고려해 퇴사를 결정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80% 이상이 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할 정도로 흔한 일이다. 다만 쉬쉬하며 밖으로 말하지 않을 뿐이다. 실제 나의 주변에도 우울증으로 상담을 하거나, 약을 먹고 휴직을 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았다.

다른 마흔은 또 어떨지 모르나 나는 오늘도 그리고 나의 모든 일을 하는 순간수간이 때로 우울하다. 내가 왜 이런 일을 해야 하지, 나는 왜 이런 것인가를 후회하고 반복하며 약간의 우울감을 느끼곤 한다. 그때마다 집에 와 컴퓨터를 켜고 글을 쓴다. 오늘의 우울감이 쌓여 감정까지 번져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끊는 것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사진 한 장과 짧은 글귀 그리고 나의 심정을 담은 몇 개의 단어면 충분하다.

모든 아픈 것들이 병원에 가서 '진단명'으로 결정이 되면 치료가 쉬워진다. 즉 내가 어디가 아픈지를 알고, 왜 아픈지를 아는 것이 중요한데. 글쓰기는 그런 과정이기도 하다. 글을 쓰며 하루의 기분을 내뱉을 때 오는 쾌감과 누군가 공감을 눌러 주었을 때 마음까지... 글쓰기는 나의 감정을 확인하고 치유하는 수단이다.

그래서 마흔에는 꼭 글을 써봐야 한다.

절대적으로 쉽게 시작해라.

엄청난 작가가 될 목적이나, 필요는 없다. 마흔의 안정적 직장을 때려치우고 전업 작가로서 혹은 글로 먹고살기 위한 무엇까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의 자리를 지키면서 지친 마음을 달래고, 앞으로의 시간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적당한 글쓰기를 해보라는 것인데.

운동의 시작이 맨몸 운동이듯, 글쓰기의 시작도 짧은 글쓰기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40대가 많이 쓰는 것이 페이스북이라고 하나, 감정을 표현하는 데는 인스타그램 같은 사진과 함께 글을 쓰는 플랫폼이 더 좋다. 하나의 대상, 하나의 기분을 두고 매일 같이 써보는 것도 좋은데. 그러다 보면 '어!' 하고 일취월장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유시민 샘이 말이다.)

이런 과정으로 글 쓰는 시작이 두렵지 않다면,

좀 더 길고 목적이 있는 글로 옮겨가도 좋다.

특히 특정 플랫폼으로 내가 그랬듯이 자신이 즐겨하는 것을 기록하는 글쓰기가 제격이다. 운동, 여행, 음식 등 매일 같이 하는 것들이 주제가 되면 더 편하다. 대신 일이 되지 않도록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다. 아직 우린 글쓰기의 매우 처음 단계에 있고, 글쓰기는 운동처럼 단기간에 끝날 일이 아니기 때문에.

마흔에 시작한 글쓰기가 평생의 동반자로, 때론 우리의 일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역할을 하기까지 긴 여정의 시작이 여기부터이다. 마흔만큼 다양한 경험과 버라이어티 한 일상을 보내는 때가 또 있겠는가. 무리하지 말고 쉽게, 오래갈 수 있는 글쓰기를 오늘부터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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