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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대표 Sep 14. 2023

마흔, 부업이 필요한 나이

집사람과 함께 코로나 때부터

시작했던 부업 (본업이 아니니 부업이라 하겠다)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나의 첫 부업은 쿠팡이츠였다. 

주문을 받아 배달하는 단순한 일인데. 운전과 배달을 분담하고, 꽤 오래 했었다. 지금은 배달료가 많이 떨어져 하지 않지만, 당시에는 꽤나 쏠쏠한 금액을 건별로 받을 수 있었다. 당시 우리와 같이 부업 삼아 할 사람을 많이 찾는 시기이기도 해서 프로모션도 많았다. 그리고 그 덕분에 나름 쏠쏠한 부업이기도 했다.


최근의 부업은 주로 탁송을 한다.

쏘카의 차량을 목적지로 배차하는 것인데. 앞선 쿠팡의 빈 시간을 채우던 일이 주력이 되었다. 금액적으로도 그렇고, 차를 좋아하는 개인적인 성향도 한몫했다. 이 역시도 비슷한 방법으로 참여가 가능한데, 원하는 콜을 선택하는 것이 차이가 있다. 정해진 시간 내 차량을 배달하면 되는데, 최근 이마저도 경쟁률이 높아지는 듯하다.


물론 부업으로 인한 수익의 정도가 크진 않다.

최저 시간에서 조금 더 되는 금액을 버는 것 같은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나은 것이기도 하고, 움직여야 잡생각이 나지 않아 자주 나가게 된다. 물론 이런 것 말고도 다양한 부업이 존재하고, 본업 외적으로 하는 모든 일이 부업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럼 마흔에게 부업은 왜 필요할까?





나의 힘으로 수익 만드는 경험이 필요하다.


2015년 자영업자가 된 이래로 가장 큰 불안은 수익의 중단이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고, 예전만큼 수익을 낼 기회가 줄어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를 생각하면 아찔하기도 하다. 어릴 적 아버지가 다니시던 회사를 나와 사업을 하시면서 크게 집이 휘청거린 적이 있었다고 한다. 어려서 잘 몰랐지만, 그 뒤로 집이 엉망이 된 걸 생각하면 잘못을 반복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큰 것이라 할 수 있다.


망하면 어떻게 하나, 돈을 벌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아이들이 커가는데 필요한 경제적 필요를 채워주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은 자연스레 부업을 하게 된다.



'어차피 노는 시간인데 뭘..'

이 일을 계속하면서도 고민하는 나를 보며 와이프가 했던 말이다.



100세 시대에 은퇴 후 우리 역시도 돈을 계속 벌어야 한다. 있는 돈을 까먹는 것도 한계가 있고, 회사의 울타리를 벗어나면 아무도 나에게 자발적으로 돈을 주지 않는다. 일종의 사전 체험으로 생각하고, 짬을 내어 어떤 부업이 되었든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마흔, 동지(?)와의 대화가 필요하다.


결혼을 했고, 회사를 다니는 마흔이라면 와이프와 대화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퇴근하기까지 바쁜 일상을 보낸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고작해야 아이들이 자고 난 뒤 밤 시간 정도랄까.


가정을 회사라고 하면 부부는 공동 대표인 셈이다. 공동 대표인 만큼 안팎의 이슈를 서로 논의해 결정해야 하는데... 회사처럼 회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앞선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런 회사의 운영에는 언젠가 차질이 생길 수 있고, 대화를 하지 못해서 생기는 수많은 가정 내 부작용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나의 경우 재택으로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회사원 대비해서 집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다. 물론 같이 있다고 대화가 많은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여하튼 부업을 하면 붙어 있을 수밖에 없고, 반 강제로 대화를 하게 된다. 


대화를 하다 보면 어디나 그렇지만 싸우기도 하는데.... (내 성격이기도 하지만)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다음에 좀 더 조심하기도 한다. 같이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파트너와 사이가 안 좋으면 어찌 되겠는가. 그래서 빨리 사과를 하기도 하고, 말을 하기 전에 더 조심하기도 한다.


특히 아이들 얘기, 최근의 고민 같은 것들을 좁은 차 안에서 좀 더 쉽게 꺼낼 수 있게 되었다. 경상도 토박이인 나와 와이프 모두 이런 상황, 대화의 순간이 어색한 편인데.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런 순간들이 함께 부업을 하면서 좀 깨어진 듯하다.


사실 자연스레 부업에 따라오게 된 이유가 있는데. 부업으로 얻은 이익 그대로를 용돈으로 주고 있다. (무려 종소세 신고도 간단하게 한다.) 운전이 가능하다 보니 하게 된 일이기도 한데... 동갑내기 마흔 살이 중인 와이프에게 용돈은 취미를 포함한 개인적 영역의 자유도를 높여준다. 이는 일하지 않는 아내에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세상의 모든 차를 탈 수 있다.
거기다 돈도 번다.


차를 좋아하는 나에게  탁송만큼 재미있는 일은 없다.


피로와 별개로 운전 자체를 즐기는 나는 다양한 차량을 타보는 이 일에 제격이다. 인근에 큰 차고지가 있어 나름의 장점이 있기도 한데, 때론 골라 타는 호사를 누리기도 한다.


차를 좋아하고, 세차 시간을 즐기는 나지만... 사실 이 모든 과정은 내게 콘텐츠가 되기도 한다. 부업이 하나의 트렌드가 된 만큼 이를 키워드로 한 경험을 공유하기도 하고 (지금처럼), 신차가 나왔을 때 시승을 하며 소감을 적는 일 등 형태와 내용은 다양할 수 있다.


또 전혀 다른 내용이 콘텐츠가 되기도 하는데. 최저 임금을 왔다 갔다 하는 수익은 플랫폼 노동자에게 위험을 전가하는 그대로를 보여주기도 한다. 예전에 한 번 사고가 나서 부담한 금액이 소소하게 하는 한 달 부업 금액의 전부가 된 적이 있다. 회사는 위험을 외주화 하고, 돈을 받는 (물론 투자 리스크가 있다고 하면 또 할 말은 없다만..) 조금은 얍삼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주제가 잡힐 때마다 곳곳에 글을 남긴다. 매일 글을 써야 하는 일의 특성상 이만한 일이 또 있겠는가? 그래서 돈을 벌며 취미도 즐기고, 콘텐츠도 만들 수 있다는 즐거움은 하루 5시간 이상의 운전도 버티게 한다.




이 모든 것은,

한편으로는 새로움과 습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매 번 다른 길로, 다른 차를 타고 옮겨 다니는 일과 같은 시간 직장을 나가듯 일을 시작하는 루틴이 있기 때문인데. 마흔의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을 나는 부업으로 해결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여기서부터 새로운 일을 찾아 시작해 보라.

조금은 다른 세상과 시야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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