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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대표 Oct 19. 2023

마흔, 아이들 등굣길을 함께해야 하는 이유

생각보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되는 아이들의 등굣길

아이들과 등굣길을 함께하게 된 것은 현재 집으로 이사를 온 2년 전부터이다.



지난 집은 학교에서 가깝고, 혼자 걸어가겠다고 하니... 집에서 내려다보며 잘 가는지 정도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이사를 오며 차를 타지 않고 갈 수 없는 여건이 되어 매일 본의 아닌 '딜리버리'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등하굣길을 함께하면서 보고, 느낀 것이 많기도 하다.



계절은 생각보다 빨리 변한다

아이들과 등하교를 하면서 느낀 첫 번째는 계절의 변화다. 회사를 다니면 바뀌어 가는 계절을 매일 내가 입는 옷에서 느끼게 되는데, 아이들과 함께 하다 보면 아이들이 입는 옷에서 계절의 변화를 가장 빨리 느끼게 된 듯하다. 매일의 날씨를 체크하게 되고, 아이들이 추울지 어떨지를 걱정하게 된다.


어쩌면 내가 어렸을 적 엄마에게 들었던 잔소리처럼 들리겠구나 싶긴 한데. 다 큰 것 같아도 매일의 옷을 신경 써주어야 한다. 중딩인 첫 째는 365일 거의 체육복을 입으니 (요즘엔 사복 가까운 옷으로 등하교를 하는 아이들이 많다. 교복을 왜 산 건지..) 덜 입을 대게 된다.




대화를 하게 된다


스몰토크라고 하더라도 차에서 내려 등교하는 순간, 하굣길 픽업을 하며 하루 별일 없었는지를 묻는 게 일상이다. 사춘기, 중2병 같이 아이들에게 입도 못 댈 순간이 오곤 한다. 특히 여자아이들이다 보니 그때의 심리가 어떤지 조심스럽기도 하고. 중학생과 초등학생은 또 다른 세계관에서 사는 것 같으니 냉온탕을 스스로 오가곤 하는데. 그런 점에서 말을 붙일 수 있는 순간은 소중하다.


가끔 본인 기분이 좋아야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먼저 말하는 첫 째는 눈치를 특히 많이 살펴야 한다. 둘 째는 시키지 않아도 몇 마디 말을 걸면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한다. 이런 과정에 잘못을 짚어 주기도 하고, 칭찬할 일을 발견하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하교 후에 집에서 하면 안 되냐 하지만... 막상 집에 오면 혹은 학원이나 무언가 방과 후 활동을 한다면 저녁시간 외에 얼굴 보기가 힘든 게 현실이다. 바라는 게 있어야 아빠 옆에서 서성댈 정도고.... 회사를 다니던 시기엔 아이들이 잘 때 오기도 하니.. 실제 얼굴을 보고 마주한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그래서 등하교를 함께 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고, 중요하다.




함께하며, 알게 된다


지금처럼 시간이 자유로운 일을 하게 되니, 함께 무언가 하는 시간이 많다. 

다이소 쇼핑을 좋아하고, 서점에 가자면 1도 망설임 없이 함께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커피숍에 날씨가 좋을 때면 함께 앉아 커피를 마시는 것도 좋아하고, 그렇다 보니 여름 내 수박주스를 얼마나 먹었는지... 아 어디든 와이파이 비번을 찾는 것이 1순위인 것도 알 수 있다.


과자를 사러 가면 꼭 고르는 젤리가 있고, 매번 혼나면서도 산리오 캐릭터 키링을 사는 것도 알 수 있다. 매일 월요일 인근 아파트에서 열리는 장에 들러 과자와 빵을 사는 것도 알게 되었고,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러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먼저 얘기할 수 있게 되었다. 차를 타면 들어야 하는 노래가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다.


그 밖에 함께해서 알 수 있었던 아이들의 모습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물론 집에서 주로 일을 하는 덕분에기도 하지만 말이다. 마흔의 일반적인 모습을 생각하면 감사한 순간들이기도 하다. 직장을 다니는 마흔이라면 밖에서의 약속과 쇼파와 한 몸이 되는 순간들을 줄이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물론 이런 글을 쓰지만, 와이프가 매 번 이런 얘기를 할 때  웃는 것을 보면.... 나 역시도 부족하고 모자라다.





모든 마흔이 이런 시간을 보내긴 어렵겠지만. (가능하다면) 휴가 날 만큼은 함께 등교/등원도 해보고, 혼자 가던 공간에 아이들과 함께 가는 것도 좋겠다 싶다. 그런 순간을 기억이나 하겠어... 하고 넘길 수 있지만... 감정은 기억과 경험의 결과라고 하니... 경험이 기억이 되고, 기억은 마흔 우리 아빠와 함께했던 좋은 감정들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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