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 그리고 이오 출신

by TJ

ARIA 목성 연구소. 2147년 3월.


ARIA 목성 연구소의 기압은 0.98 atm. 이오 기지와의 차이는 0.02 atm이다.


하린 김은 도킹 완료 후 37초 만에 이 수치를 자신의 메모에 기록했다.


이오에서 수치 이상은 곧 오류였다.





도킹 포트 게이트가 열렸을 때 하린은 먼저 숨을 들이쉬었다. 이오 기지에서 배운 것이다. 공기의 성질이 먼저다. 유황 냄새가 나면 환기 계통 이상. 수지 냄새가 강해지면 방사선 차폐재 열화. 금속 냄새가 나면 기밀이 깨진 것이다.


아무 냄새도 없었다.


*냄새 없음 = 결핍값.*


하린은 두 번째 줄에 기록했다. 이오 기지 공기에는 항상 무언가가 섞여 있었다. 그 '무언가'가 지표였다. 여기서는 공기가 중성이다. 위험 지표인지 정상값인지 아직 알 수 없다. 데이터 불충분. 판단 유보.


게이트 너머로 복도가 보였다. 높이 3.2미터. 이오 기지 주 통로는 2.1미터였다. 낮을수록 구조 강도가 올라가고 압력 손실이 줄어든다. 여기는 높다. 이오 기지였으면 불가능한 선택이다. 하린은 세 번째 줄에 천장 높이를 기록했다.


조명이 균일하다. 측면 분산광. 이오 기지에는 직사광 구역과 그늘 구역이 공존했다. 전력을 쪼개야 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전력을 쪼개지 않는다.


*항목 4: 조명 균일도. 이오 기지 대비 추정 전력 여유 2.3배 이상. 운영 기준의 차이.*


메모는 여기서 멈췄다.


안내 패드를 들고 서 있던 직원이 걸어왔다. 30대 초반. 키가 크지 않고 어깨가 좁다. 스테이션 내부에서 자란 세대는 저중력 환경에서 성장한 이오 기지 출신과 체형이 비슷하다. 같은 이유다. 중력이 낮으면 팔다리가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다만 이 사람의 경우 걸음걸이가 다르다. 이오 기지식 발놀림 — 바닥을 살짝 밀며 이동하는 습관 — 이 없다. 목성 궤도 스테이션에서 자란 사람의 보행 패턴이다.


"김하린 연구원이시죠? 오세준입니다. 시스템 관리 파트 담당입니다."


악수가 아니라 패드를 내밀었다. 하린은 패드를 받았다.


"환영 미팅은 오후 2시입니다. 그 전에 권한 설정을 먼저 하겠습니다."




오세준의 사무실은 좁았다. 모니터가 세 개. 서버 랙이 한 쪽 벽을 채웠다. 온도가 약간 낮았다. 서버 발열을 상쇄하는 냉방이다. 하린은 이 수치도 메모했다. 추정 서버 규모: 이오 기지 중앙 서버 대비 4배 이상.


"ARIA 스테이션 접근 권한은 L0에서 L3까지입니다. L0가 최상위입니다." 오세준은 모니터를 보며 말했다. "신규 연구원은 L1에서 시작합니다."


"L1의 범위는요?"


"처리된 데이터 조회, 공용 데이터베이스 읽기, 표준 장비 운용." 오세준이 패드를 건드렸다. "쓰기 권한은 자신의 작업 폴더만."


"L0 접근은?"


"계약 2년 차부터 신청 가능합니다. 상위 검토 필요." 오세준이 하린을 보지 않고 말했다. "표준 절차입니다."


이 설명을 여러 번 해봤을 사람의 속도였다.


악의 없는 목소리였다. 규정을 읽어주는 사람의 목소리다. 이 사람은 시스템을 만들지 않는다. 운영한다.


*L1은 처리된 데이터만 본다. 누군가 처리하기 전의 원시 신호를 보려면 — 6개월 후. 계약 갱신이 먼저다.*


계약 갱신은 6개월 후다. 실적이 있어야 한다. L1 데이터로 실적을 낼 수 있는지 아직 모른다. 변수 열거 시작.


"방사선 측정 데이터도 L1에서 접근 가능합니까?"


"처리된 데이터는 가능합니다. 원시 로그는 L0 전용입니다."


하린은 메모에 다섯 번째 항목을 추가했다. 원시 로그 접근 불가. 이것이 제일 중요한 제한이다. 처리된 데이터는 누군가의 판단이 들어간 데이터다. 원시 데이터가 먼저 필요하다. 그 필요성이 6개월 후로 밀렸다.


*원시 로그 접근 불가. 항목 닫기.* 하린은 메모를 접었다.


권한 설정이 끝났다. 오세준이 패드를 돌려받으며 말했다. "숙소는 C구역 117호입니다. 환영 미팅 전에 짐 정리하셔도 됩니다."


하린은 사무실을 나왔다.


복도를 걸으면서 하린은 6개월을 계산했다. 계약 갱신. 그 이전에 할 수 있는 것.




환영 미팅 회의실은 B구역 끝이었다. 하린이 들어섰을 때 이미 여덟 명이 자리를 채웠다. 크기와 인원을 처리했다. 1인당 면적: 이오 기지 회의실 대비 1.7배. 테이블은 반원형. 상석이 없다. 수평적 배치를 선호하는 조직 문화이거나, 혹은 그렇게 보이길 원하는 조직이다.


맨 앞에 앉은 사람이 손을 들어 인사했다.


"김하린 연구원이죠? 서진우입니다. 대기역학 파트 선임입니다."


38세. 목소리가 낮고 명확하다. 패찰이 없어도 이 자리에서 위계가 눈에 보이는 방식이 있다. 나머지 연구원들이 자연스럽게 약간 뒤로 앉아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직접 연락드리고 싶었는데 온보딩 일정이 촉박했네요." 서진우가 의자를 당기며 하린을 향해 몸을 약간 기울였다. "목성 GCM 모델링으로 논문 준비 중이시죠? 데이터셋 정리가 필요하면 말씀하세요."


도착 첫날 선임이 직접 말을 거는 경우는 드물다. 하린은 이 이례적 상황에 가중치를 뒀다. 아직은 판단 없이 데이터로만.


나머지 연구원들이 짧게 자기소개를 했다. 대기과학 2명, 데이터 엔지니어링 1명, 관측 파트 3명, 수석 과학자 한수인 박사. 한수인은 미팅룸 왼쪽 끝 자리였다. 소개 대신 고개를 짧게 끄덕였다. 메모지를 들고 있었지만 쓰지 않았다.


서진우가 말했다. "이오 기지 2세대시죠? 방사선 환경에서 자라셨으면 기준치 감각이 우리랑 다를 것 같은데."


방 안의 시선이 일제히 하린으로 모였다.


*상황 인식: 이 언급은 친절한 대화처럼 들린다. 그러나 첫 미팅에서 출신 배경을 공개적으로 호명하는 것은 의도적 선택이다. 반응을 관찰 중이다. 방어적으로 반응하거나 설명을 늘어놓으면 — 그게 데이터가 된다.*


하린은 0.3초 동안 계산했다.


"이오 2세대는 표준 방사선 내성 곡선의 상단 3%에 위치합니다. 방사선 환경 노출이 긴 코호트에서 관찰되는 적응 결과입니다." 하린은 말했다. "유용한 데이터 노출 배경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성 대기 연구에 적용 가능한 내성 기준치가 기준 모집단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서진우가 고개를 약간 왼쪽으로 기울였다. 1초. 그러고 나서 서진우의 목소리가 다시 자연스럽게 풀렸다.


"맞네요. 그렇게 쓸 수 있겠네요."


그 1초가 걸렸다. 하린은 이 공백을 기록했다. 재프레임에 대한 반응 시간. 예상보다 짧지 않았다. 이 사람은 예상값이 있었다. *판단 아님. 데이터 축적 단계.*


서진우가 환영 미팅을 이어받았다.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방 전체로 퍼졌다. ARIA 스테이션의 현재 연구 현황, 올해 탐침 발사 일정, 데이터 공유 프로토콜. 설명이 명확하고 구체적이었다. 도움 되는 선배로 보이는 법을 알았다.


한수인이 미팅 끝에 잠깐 하린 옆을 지나쳤다. 말은 없었다. 미팅룸 입구에서 멈추지 않고 복도로 나갔다. 그런데 하린이 자신의 자리에서 짐을 챙기는 동안 뒤를 돌아봤다. 0.5초. 다시 걸었다.


하린은 이것을 기록하지 않았다. 수치로 환산하기에는 데이터가 부족하다.




숙소에 짐을 내려놓는 데 11분이 걸렸다. 이오 기지 입소 기준 최단 시간이었다. 개인 물품 분류, 위치 지정, 비상 장비 확인까지 포함한 숫자다. 동기들 중에 11분보다 빠른 사람은 없었다. 기록이라고 부르기엔 표본이 작다. 그냥 습관이다.


환경 관측 서브스테이션 구역으로 갔다.


ARIA 스테이션의 장비 점검은 계약 첫날 의무였다. 담당 장비 목록을 받고, 초기 상태를 기록한다. 표준 절차는 항목 12개. 하린의 목록에는 항목이 19개였다. 나머지 7개는 이오 기지 훈련 교범에서 가져온 것이다. EVA — 이오 지표면 선외활동 — 준비 체계에서 온 항목들이다. 여기서는 EVA가 없다. 그러나 이오에서는 교범 외 항목을 생략하면 EVA 자체가 취소됐다.


*이오에서는 교범 외 항목을 생략하면 EVA가 취소됐다. 여기서는 아무도 생략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서브스테이션 3호 장비실에 들어가 목록을 펼쳤다.


1번. 탐침 신호 수신 장비 전원 상태. 정상. 기록.


2번. 대기 주기 측정 프로브 교정값. 확인. 기록.


3번. 방사선 측정 장비 교차 보정. 이 항목이 표준 목록에 없는 것이다. 두 장비를 동시에 켜고 측정값 차이를 기록한다. 차이가 0.3% 이하이면 정상. 이오에서는 1% 이상이면 EVA가 취소됐다.


0.17%. 정상.


복도 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잠깐 멈췄다가 다시 이어졌다. 하린은 고개를 들지 않고 계속 기록했다. 오세준이었다. 장비실 쪽을 잠깐 들여다보고 다시 지나갔다. 오세준의 발걸음은 장비실 앞을 지날 때 복도 끝에서보다 약간 느렸다. 표정은 확인하지 못했다. 판단 유보.


4번. EMI 감지 장비 기준선 리셋. 이것도 표준 목록에 없다. ARIA 스테이션 전자기 환경은 이오 기지와 다르다. 목성의 자기권이 더 강하게 영향을 준다. 감지 기준선을 현재 환경으로 재설정하지 않으면 이후 측정값이 이전 환경 기준으로 나온다.


기준선 리셋. 완료.


5번. 대기 주기 데이터베이스 접속 확인.


하린은 패드를 터치해 ARIA 기준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했다. L1 접근 권한으로 조회 가능한 데이터다. 처리된 데이터만이지만 기준선 확인은 할 수 있다.


목성 대기 주기 패턴 기본값.


90.1초.


하린은 이 수치를 세 번 읽었다. 세 번 모두 같았다.


표준 대기 순환 주기 기본값이 90.1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논문 준비 중에 참고한 수치다. 이상하지 않다.


원본 수집 일자.


스크롤을 내렸다.


*2145년 9월 3일.*


하린은 장비 점검 로그 마지막 항목을 입력하다 멈췄다.


ARIA 기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목성 대기 주기 패턴 — 기본값 90.1초.


저장된 원본 수집 일자가 18개월 전으로 끊겨 있다.


*18개월. 이 숫자를 세 번 확인했다. 세 번 모두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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