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46번째까지는 예측 범위 안이었다.
하린은 오전 7시 22분에 서브스테이션 3호 관측실 자리를 잡았다. ARIA 도착 3개월 차. 일과 전 40분이 아직 남아 있었다. 이 40분이 매일 다른 출력값을 낸다. 어떤 날은 논문 초고 한 단락이고, 어떤 날은 재처리 루틴 점검이다. 오늘은 처리 대기 데이터셋이 2,841번부터 쌓였다. 6개. 충분하다.
7개 처리 완료 기준: L1 이상 없음, 진폭 편차 ±2% 이내, 주기 편차 GRS 90일 하위 조파 허용 범위 내.
2,841번. 통과.
2,842번. 통과.
2,843번. 통과.
2,844번. 통과.
2,845번. 통과.
2,846번. 통과.
2,847번.
09:14:37 — 진폭 스파이크. 측정값이 배경 대비 3.7배로 뛰었다. 하린은 스크롤을 올렸다. 스파이크가 두 번째로 나타나는 시각을 확인했다.
09:15:06.4.
계산했다. 29.4초 뒤.
세 번째. 09:15:35.8.
29.4초.
아직은 샘플이 작다. 하린은 계속 넘겼다.
네 번째 스파이크. 09:16:05.2.
다섯 번째. 09:16:34.6.
모두 29.4초 간격이 아니었다. 오류다. 손가락이 잠깐 멈췄다. 다시 계산.
09:14:37 → 09:16:34.6.
이건 시작점 기준이 아니다. 두 번째 스파이크부터 마지막까지의 간격 합계를 세어봐야 한다. 하린은 노트 앱을 열었다.
09:14:37.0
09:16:06.4
09:17:35.8
09:19:05.2
09:20:34.6
간격:
1→2: 89.4초.
2→3: 89.4초.
3→4: 89.4초.
4→5: 89.4초.
*하린은 뒤로 기댔다.*
GRS 90일 주기. 목성 대기의 대적점 순환. 7,776,000초. 그 하위 조파라면 7,776,000 ÷ n이어야 한다.
7,776,000 ÷ 89.4 = 86,980.98…
깔끔하지 않다. 어떤 n에도 89.4가 정수 몫으로 나오지 않는다.
89는 소수다.
*데이터 불충분으로 판단 유보 — 라고 쓰면 메모 6번 항목이 된다. 그러나 소수는 우연히 대기에서 나오지 않는다. 소수가 자연 진동에서 나오려면 그것이 주기의 원점이어야 한다. 원점이 소수라는 말이다. 메모 7번. 나는 지금 대기에서 수학 철학을 하고 있다.*
하린은 손가락으로 귀 뒤 단발을 넘겼다. 자동으로 나온 동작이었다.
데이터셋 2,847번 처리 결과 분류: 유보.
스파이크 원인 후보:
1. 탐침 교정 오류
2. GRS 외부 진동원
3. 기기 노이즈
이 순서대로 검증한다.
Lomb-Scargle 알고리즘을 자동화 파이프라인에 태우지 않았다.
수동 실행이 먼저였다. 파이프라인 전처리 단계에서 이미 노이즈 제거 필터가 적용된다. 필터가 이 주기를 지웠다면 자동 처리는 빈 결과를 반환할 것이다. 그 전에 원신호를 봐야 했다.
알고리즘 입력: 2,847번 데이터셋 진폭 시계열. 비등간격 샘플. 총 417개 포인트.
수행 시간: 4분 11초.
89.4초 주기에서 피크가 하나 솟아 있었다. 배경 노이즈보다 11.3배 높은 진폭. 나머지 주파수 대역은 평탄했다.
하린은 FAP를 계산했다.
FAP: 8.7 × 10⁻⁵.
0.0001 미만이다.
*FAP < 0.0001이면 이 주기가 노이즈일 확률은 0.01% 이하다. 나는 지금 우연을 거의 불가능하다고 계산하고 있다. 이 사실을 보고서에 어떻게 쓰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귀 뒤 머리카락을 넘겼다. 다시 한번 넘겼다. 사이에 간격이 없었다. 두 번이었다.
하린은 수식을 다시 한 번 검토했다. 입력값 확인, 알고리즘 파라미터 확인, 배경 노이즈 추정 방법 확인. 세 번 돌렸다. 세 번 모두 같은 결과가 나왔다.
탐침 교정 오류라면 이 피크가 이렇게 깔끔할 수 없다. 탐침 오류는 스펙트럼 전반에 분산된 노이즈를 낸다. 이 피크는 단일 주파수에 집중되어 있다.
*단일 주파수 피크. FAP < 0.0001. 소수 주기.*
세 가지가 동시에 나타나려면 이 신호의 발생원이 단일 진동원이어야 한다.
자연 대기 현상이면 이미 GRS 관련 논문에 나왔을 것이다. 나오지 않았다.
하린은 화면을 저장했다. 파일명: `spec_2847_lsperiod_89p4.png`. 자신의 작업 폴더에 기록.
그리고 L0 원시 데이터 접근 권한을 확인했다. 결과는 이미 알고 있었다. L1. 원시 로그 불가.
L1 데이터로 계산한 FAP는 완전한 값이 아니다. 전처리 필터를 통과한 신호만 본 것이다. 필터가 이 주기를 일부 감쇄했다면 실제 피크는 지금 계산보다 더 날카롭다.
*실제 FAP는 지금 계산보다 더 낮을 수 있다. 더 낮다는 말은 노이즈 가능성이 더 작다는 말이다.*
하린은 스펙트럼 그래프를 다시 봤다. 89.4초. 피크 하나. 깨끗하게 솟아 있었다.
좋다. 이걸 누군가에게 보여줘야 한다.
리베카 살라스의 자리는 관측실 왼쪽 끝이었다.
GHC 파견 연구원. 27세. 이름 패찰 아래 소속 로고가 작게 박혀 있다. 대기과학 파트. ARIA 스테이션에 온 지 1년 3개월. 하린보다 1년이 더 됐다.
"리베카, 잠깐 볼게 있는데요."
리베카가 의자를 돌렸다. 하린이 노트북 화면을 가져갔다.
"2,847번 데이터셋에서 89.4초 주기 피크가 나왔어요. Lomb-Scargle 수동으로 돌렸습니다. FAP 8.7 × 10⁻⁵."
리베카가 화면을 봤다. 10초 정도였다.
"GHC 기준 노이즈 범위 안이에요."
"FAP가 10⁻⁵인데요."
"GHC 대기 연구 프로토콜 기준으로는요." 리베카의 목소리에는 피로가 없었다. 결론이 이미 준비된 사람의 목소리였다. "목성 GRS 구역에서 단일 데이터셋 피크는 1/1000 이하 FAP도 노이즈로 처리해요. 표본이 하나이고, 대기 교란 변수가 너무 많으니까."
"표본이 하나인 건 맞아요. 그런데 89는 소수예요."
리베카의 시선이 스펙트럼 피크에서 0.5초쯤 머물렀다가 하린으로 옮겨왔다.
"소수여서 특별한 건 아니에요, 하린." 리베카가 화면에서 눈을 뗐다. "GRS 진동에서 가끔 소수처럼 보이는 주기도 나와요. 장기 시계열이 있어야 패턴이라고 할 수 있어요."
복도 쪽에서 발소리가 다가왔다. 서진우였다. 관측실을 지나가다 화면 쪽으로 눈이 갔다. 걸음이 자연스럽게 멈췄다.
"뭔가 있어요?"
하린이 화면을 돌렸다. "89.4초 주기 피크예요. FAP 10⁻⁵입니다."
서진우가 화면을 잠깐 봤다. 리베카의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 먼저였다. 리베카가 먼저 입을 열었다.
"GHC 기준 노이즈예요."
서진우가 화면에서 시선을 들어 하린을 봤다. 목소리가 낮고 차분했다.
"여러 세트에서 반복이 나오면 가져와. 단일 데이터셋은 단독으로 유의성을 주장하기 어려워."
복도로 나갔다. 보폭이 일정했다. 걷는 것과 멈추는 것 사이에 간격이 없었다. 지나가다 잠깐 선 사람의 걸음이었다.
하린은 화면을 돌렸다.
*리베카의 결론에 필요한 조건: FAP > 0.05. 나의 FAP는 8.7 × 10⁻⁵. 우리는 같은 데이터를 보고 있다.*
*GHC 기준 프로토콜과 수리통계의 차이가 지금 이 방 안에 있다. 리베카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기준을 쓰고 있다. 기준이 달라서 결론이 다른 게 아니다. 신호가 실제로 무엇인가의 문제다.*
리베카가 자기 화면으로 돌아갔다. 대화가 끝난 것이다.
하린은 파일을 닫지 않고 자리로 돌아왔다.
오후 6시 41분. 서브스테이션 3호 관측실의 인원이 세 명으로 줄었다. 하린은 퇴근하지 않았다.
숙소 C구역 117호로 돌아가는 길은 복도 두 개다. 오늘은 그 복도가 아직 필요 없었다.
이수빈에게 음성 메시지를 녹음했다.
"수빈아. 나야. 오늘 데이터셋에서 이상한 게 나왔어. 89.4초 주기. Lomb-Scargle 돌렸는데 FAP가 10⁻⁵야. 소수야, 89. GRS 하위 조파가 아니야. 동료한테 보여줬더니 노이즈라고 했어. GHC 기준으로는 그렇다는 거 알아. 그런데 나는 이게 노이즈처럼 안 보여. 통계적으로 노이즈로 볼 수가 없어. 뭔 소리인지 알지? 통신 지연 감안하고 답해줘."
전송. 발신 시각: 오후 6시 43분.
이오 기지 편도 통신 지연: 43분.
하린은 그 사이에 데이터셋 2,847번을 L1 데이터로 재처리했다. 이번에는 전처리 필터 파라미터를 기록하면서 돌렸다. 필터가 어떤 주파수 대역에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결과: 89.4초 주파수 대역에서 필터 감쇄 적용 확인. 감쇄 계수 0.43.
현재 계산된 피크 진폭은 실제 신호의 43% 감쇄 후 값이다.
수정된 FAP 추정: 8.7 × 10⁻⁵보다 낮을 가능성 있음. 계산 불가 — L0 원시 데이터가 필요.
답신이 왔다. 오후 7시 26분.
수빈의 목소리에는 배경으로 스톰엔드 베이스의 환기구 소음이 섞여 있었다. 이 소리는 이오 기지에서도 같았다.
"야 뭐야. 갑자기. 89.4초면 숨쉬는 것도 아니고... 아니 잠깐, 소수잖아. 야 이거 진짜야? FAP 10⁻⁵가 뭐야, 수치로 말하지 말고. 아 — 그게 우연이 아닐 가능성이 99.99% 넘는다는 거잖아. 근데 그게 GRS에서 나오는 게 아니면 어디서 나오는 건데. 야 이거 진짜야?"
하린은 재생이 끝난 후 5초 동안 화면을 봤다.
*수빈이 언어로 재확인했다. 소수는 우연이 아니다.*
수빈의 질문: 어디서 나오는 건데.
이 질문에 답하려면 L0 원시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L0는 2년 차부터 신청 가능하다. 하린은 ARIA 도착 3개월 차다.
L1 데이터로 재처리를 한 번 더 했다. 이번에는 필터를 끈 상태의 원신호에 최대한 가깝게 복원하는 역산 방법을 시도했다. 완전한 복원은 불가능하다. 감쇄된 정보는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피크의 방향과 크기 변화 추정은 가능하다.
스펙트럼이 다시 그려졌다.
89.4초 주기의 진폭이 두 배 강해진다.
하린은 화면을 멈추지 않고 봤다. 피크가 배경 노이즈 대비 22.4배였다. 처음 계산보다 두 배다.
L0 원시 데이터 요청 양식을 열었다.
*신청 자격: 계약 2년 차 이상. 상위 검토 필요.*
하린은 양식을 닫았다.
창을 최소화하고 ARIA 기준 데이터베이스 검색 탭을 열었다. 이 신호가 이번이 처음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검색어: 목성 대기 89.4초 주기 관련 기록.
결과가 나왔다.
첫 기록 날짜: 2146년 1월.
하린은 계산했다.
현재: 2147년 6월. 첫 기록이 2146년 1월이라면 — 17개월 전이다.
2146년 1월 — 하린이 ARIA에 오기 14개월 전이다.
L1 데이터로 재처리한 스펙트럼에서 89.4초 주기의 진폭이 두 배 강해진다.
하린은 L0 원시 데이터를 요청하는 양식을 열었다가 닫았다.
이 신호가 처음 기록된 날짜: 하린이 ARIA에 오기 14개월 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