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단독]대기업 사원의 직장일기(19)
'회사간판' 때문에 보이는 호의를 '내가 잘나서' 라고 생각하지 마라.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엄청난 착각에 빠질 수 있는 부분중에 하나다. 특히나 거래처 사람들을 많이 상대하는 사람일수록 이런 착각에 빠질 확률이 더 높은데 결론부터 말하면 '착각하지 마라!' 라고 말하고싶다.
일을 하다보면 업무차 거래처 사람들과 통화를 하고 차를 마시고 밥을 먹거나 심지어 술을 같이 마시는 경우도 생긴다. 아무리 일 때문에 만난 사이라고 할지라도 그렇게 자주 얼굴을 보고 지내다보면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것이 당연하다. 술 마시면서 개인적인 일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가끔은 내가 속한 조직의 동료들 보다 훨씬 더 깊은 이야기를 할 때도 있다. 왜냐하면 그 들은 나의 이야기를 더 잘 들어주고 리액션도 잘해주고 나를 더 잘 이해해주고 나를 좀 더 편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우리 직원들은 안그런데 이 사람들은 왜그럴까? 그건 바로 우리의 관계인 '갑을관계' 때문이다. 그 관계가 끝이 나는 순간 다시는 볼일 없는 남남이다. 혹시라도 인연의 끈이 끊어지지 않고 남아서 가끔 연락을 하고 지낸다고 해도 그건 그 에게 떨어질 '콩고물'을 기대하는 것일 뿐이니 괜한 기대로 나중에 마음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하길 바란다. 만약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은 절대 그럴리가 없다고 믿고 있다면 한번 시험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그 시험에 통과한 사람이라면 나의 '간판'을 떠나 진정으로 '나'를 이해하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 그 시험이 뭐냐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내려 놓는거다.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우리 동네에 통닭집을 차렸을 때 가끔 찾아와서 안부를 묻고 치맥한잔 하고 가는 그런사람이 있다면 그 때도 그가 지금처럼 나를 편하게 해준다면 그는 진정한 나의 '친구'가 되어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에게 간이며 쓸개며 다 빼줄 것 같은 친구보다 더 가까운 사이로 지내는 직장동료가 있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공통의 화제거리가 있고 맨날 씹어도 단물이 빠지지 않는 껌 같은 존재인 '회사'에 함께 소속되어 있다. 우리는 '회사' 라고 하는 공공의 가십거리가 있다보니 누구보다도 가까운 사이가 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순서였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는 사회적인 이슈로 대두된 '오피스 와이프'라는 말도 생겨난 것이 아닐까?
성별을 떠나 부장한테 털린 날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며 신세한탄을 들어줄 만한 동료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직장에서의 이 고충은 아무리 친한 '불알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해도 직장 동료와 함께 부장욕을 하는 '속시원함'에 비하면 그 만족도는 크게 떨어지게 마련이다. 당연하다. 왜? 바로 '공감대' 형성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성인이 되면 매일을 붙어 다니던 학창시절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대신 '직장 동료'라고 하는 새로운 친구가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이 친구들은 옛날 어릴적 부터 붙어 다니던 친구들과 좀 다르다. 조건 없이 '나'라는 사람을 좋아해서 매일 같이 붙어 다니던 친구들과 다르게 '직장 친구'들은 나의 '명함'이 없어지는 순간, 순식간에 '남'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는 "그 친구 회사 그만두고 뭐한다고 하더라~" 라는 가십거리로써 가끔 회자되는게 고작이다. 이게 바로 '직장 친구' 의 수명인 것이다. 애당초 모두가 경쟁관계에 있는(학창시절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사회는 '생업'이다보니 좀 더 냉정하고 치열한 것 같다.)사이다 보니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없는게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나이를 한살 한살 먹어가고 직업을 가지게 되면서 어느새 '나'='나의 직업'이 되어 버린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의 규모, 직장 내 나의 직함, 나의 사회적 지위 등이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현실을 빨리 받아 들이고 나의 주변에서 '나'를 대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잘 정의하고 나의 처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생각해 보는 것이 잔인한 이 사회를 살아가는데 있어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