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직 일기
어리둥절했다. 배란기를 체크한 것도 아니었다. 시험관을 다시 할 거라는 생각에 몸만 회복하자 싶었다. 언제? 왜? 어쩌다? 매일매일 배테기를 해가며 '피크'를 찾아 타이밍을 맞춰도 볼 수 없었던 두 줄이었다. "나 두 줄 봤어. 근데 아직 정확하지 않아." 워킹맘 친구에게 처음으로 털어놨다. 몇번인지도 모를 시험관과 인공수정 그리고 유산.. 나의 난임 역사를 알고 있는 친구는 피자를 먹다가 오열을 했다. 잘됐다! 진짜 잘됐어! 기뻐하는 친구에게 아직 병원에 가보지 않았고, 안 좋은 경험.. 이 있다 보니 쉽사리 기뻐하지 않으려 한다고, 우선은 조심스럽다고, 털어놨다. "걱정 말고 다음 주에 병원 가봐. 잘 됐을 거야. 자연적으로 찾아온 거잖아! 병원 다녀와서 결과 꼭 알려죠." 임테기 이상도 있다잖아.. 아직 초기라서 아무것도 안 보일 거야.. 자궁외 임신도 있고, 화유도 있다 하고.. 모기소리로 대답했다. 난임의 터널을 거치며 알게 된 수많은 정보와 지식들이 나를 마냥 기쁘게 두지 않았다.
두 줄을 본 날짜가 6/7이었다. 친구를 만난 건 6/10.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6월 말에 병원을 가리라 마음먹었다. (아마도?)6~7주 사이에 가서 임신 확인과 아기 심장박동 소리까지 함께 들으리라는 심산이었다. 또 혹시 안 좋은 말을 듣더라도 7월을 넘기지 않으리라는 계산도. 임테기 지옥이 시작되었다. 아침에 남편을 출근시킨 후 나의 첫 루틴은 임테기 확인이었다. 두줄이 계속되는지, 진하기가 변하는지 확인한 후, 임테기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두었다. 자꾸 보면 신경 쓰일까 봐. 임테기로 임신에 신경을 쓰면서도, 굳이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는 아이러니가 계속 됐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몸에서 증상이 사라져 버렸다. 가슴도, 붓기도, 전부. 한 달을 버티겠다는 다짐을 뒤로한 채 병원으로 달려갔다.
계속 기도했다. '정상 임신으로 판명 나게 해 주세요' '아무 이상 없다고 말해주세요' '임신이 맞다고 해주세요' 손을 벌벌 떨며 빌고 또 빌었다. 시험관, 유산 후 소파술, 자궁경을 해주셨던 원장님을 다시 마주했다. 내 차트를 훑으시고는 "안 좋은 일이 있었지만 우리 다시 최선을 다합시다."라고 말하는 원장님께 입을 열었다. 생리를 기다리다가 두줄을 보았노라고. 그런데 몸이 좀 이상해서 왔다고. 원장님은 마지막 생리일을 체크하시고는 바로 초음파를 보자고 하셨다.
"와~ 임신 맞네. 축하해요!"
맞다고 했다. 임신이라고 했다.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임신이라고. 원장님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지 않겠냐'며 걱정 말고 푹 쉬고 다음 주에 오라고 했다.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라 했다. 와, 실감이 나질 않았다. 웃으며 병원을 나왔는데, 집에 가는 지하철 승강장 벤치에 숨을 고르려 앉자 눈물이 쏟아졌다. 유산 후 절에 갈 때마다 하늘로 떠났던 쌍둥이들을 생각하며 빌었던 소원이 생각났다. '엄마가 기다릴 테니까 하늘에서 과자 가지고 다시 엄마한테 와야 해..' 정말 임신이라니. 남편에게 소식을 전했다. 여보, 우리 임신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