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카페
35.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카페
막연하게 갖고 있던 꿈이 꽤 오랜 기간 현실이 되어 내 생이었던 적이 있었다.
처음 인턴 생활을 하며 선배와 함께 나갔던 음식 촬영이 왜 그렇게 재밌었는지, 왜 그렇게 신났었는지, 왜 그렇게 설레었는지 지금도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냥 그 날 이후로 내 목표는 음식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 되는 거였다. 푸드 마케팅 회사를 거쳐 두 번째로 입사한 곳이 요리책 출판사였다. 회사에서 만난 인연에서 24시간 연락하는 찐친이 되어버린 어떤 친구의 추천으로 약 1년을 그곳에서 일했다. 영상이라곤 만들어본 적 없던 회사에서 내가 입사하며 영상 콘텐츠를 처음 제작하기 시작했고 나도 처음으로 윗 상사 없이 1부터 10까지 도맡아 진행하게 되었다. 책에 들어가는 애드버(광고 페이지)의 레시피를 영상으로 제작하거나 책 과는 별개의 브랜드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을 맡았다. 그렇게 맡은 브랜드 중에 하나가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카페, 카0이었다.
1년 동안 책을 기반으로 카0의 홈카페 레시피 영상을 만들었는데 지금 보면 참 부족함 부분이 많은 영상이지만 첫 단계부터 어떤 스텝을 밟아왔는지 여기에 살짝 얘기해 보려고 한다.
(아래 영상은 1인 제작 시스템이었으며 노루의 영상 제작 초창기 시절로 약간의 부족함이 보일 수 있으니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갔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춰주시기 바랍니다. )
1) 인트로
내가 얼마나 음식에 미쳐 있었는지는 vimeo 사이트만 봐도 알 수 있다. 좋아요를 누른 영상 846개 중에 750개는 음식 영상이었을 정도로 레퍼런스를 많이 보고 많이 모았다. 경험이 적었던 터라 많이 보고 배워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주로 외국 레퍼런스들이었고 떼깔 자체와 영상 스케일이 나와는 많-이 달랐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야만 했다. 커피 관련 레퍼런스 중 1년 동안 같은 포맷을 유지하되 재료의 다양한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레퍼런스를 찾았고 영상에 적용시키게 되었다.
2) 전개
카메라 한 대로 촬영이 진행됐기 때문에 사전 콘티에서 어느 장면을 부감으로 찍을 것인지, 어떤 장면이 측면에서 클로즈업으로 촬영했을 때 예뻐 보일지 미리 정해놔야 한다. 특히 음식에선 시즐(감각 기관을 활용하여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느낌.)에 대한 고려는 필수다.
제품 촬영의 경우 제품을 어떻게 노출시킬지에 대한 것도 중요한데 레시피 영상은 자연스럽게 요리 중간에 노출시키면 크게 튀지 않는다. (지금 보니 많이 튀는 것 같다 0_0)
마무리 컷은 어느 정도 세팅이 되어있는 상태에서(푸드 스타일링이 좀 더 들어가면 예쁘다. 노루는 후에 푸드 스타일링 강의까지 듣게 된다.) 마무리하면 깔끔하게 끝난다.
3년이 지난 지금도 카0의 페이스북에 위 영상이 올라오는 걸 보면 참 신기하고 반갑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영상은 납품이 끝이 아니라서, 언제 어디서 마주칠지 모르기 때문에(6년 전 영상이 여전히 유머사이트에 돌아다니고 있다.) 조심스럽고 긴장된다.
후,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카페에 가서 커피나 한 잔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