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50일, 39번
39. 50일, 39번
나는 컨셉진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12월 1일에 시작한 프로젝트가 오늘로써 50일째를 맞았다.
작년이었다. 푸드스타일링 수업 시간에 글쓰기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 반 강제로 책 기획안과 사보 형식의 글을 과제로 제출해야 했다. 그때 처음으로 책 기획안을 작성하며 내 책을 내는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유능한 편집자 친구의 조언에 따라 주제를 이리도 바꿔보고 저리도 바꿔보며 세 꼭지 정도의 원고도 작성했다. 그리고 생전 처음 출판사에 투고라는 것을 해봤다. 투두는 많이 받아봤지만 투고는 처음이었다. 물론 한 곳도 컨택되지 않았다. 친절하게도 투고에 대한 고마움을 전한 출판사도 있었다.(감사합니다!)
그렇게 기획안을 폴더에 묵혀두던 중 컨셉진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를 발견했다. 100일이라. 할 수 있을까?
기획안에 적어 둔 목차도 30개밖에 안되는데. 100일이면 2021년 3월이 돼야 끝나는 엄청난 여정처럼 보였다.
또 하나의 고민은 글의 목적이었다. 영상은 정말 어렵지 않은데. 궁둥이만 무거우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데. 지레 겁먹은 사람들에게 비전공자인 나도 8년째 영상 일로 밥 벌어먹고 산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그것도 방송국이 아닌 일반 회사에서. 그런데 글을 본 사람들이 네가 몬데?라고 생각할까 봐 사실 두려웠다. 티브이에 나오는 화려한 광고를 만드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닌데, 괜한 자격지심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강제로 돈 내고 글을 쓰지 않는 이상, 평생 생각만 하다가 쫑날 것 같아서 일단 질렀다. 해보자. 뭐라도 써보자. 하는 마음에 시작된 글쓰기가 오늘로써 50일이 되었다. 반이 지나간 것이다.
컨셉진 100일 글쓰기는 쓰리아웃 제도가 있다. 100일 중 3번 글쓰기를 빼먹으면 출판 응모권이 사라진다. 나는 12월 31일에 쓰리 아웃되었다. 나의 12월은 정말 폭풍 같은 한 달이었다. 사실 그렇게 바쁠 줄 몰랐는데.
-회사 일 겁나게 몰림
-외주 일 1 : 촬영 및 편집(2건)
-외주 일 2 : 편집(일주일에 2건)
-외주 일 3 : 5일 안에 12건 자막 편집
-컨셉진 100일 글쓰기 시작
-일주일에 두 번 필라테스
-채소다방 서점 업무
-오빠랑 데이트(?)
-잡다한 연말 업무들 등등
그렇게 출판 응모권은 날아갔지만.. 오히려 맘은 편해졌다. 그 이후로 최대한 매일매일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고 덕분에 새로운 공부도 시작했다.(38장 참조) 편집을 할 때도, 모션그래픽을 만들 때도 다음 글의 주제를 떠올린다. 필드에서 부딪혀가며 혼자 익혔던 것들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나도 아직 배워야 하는 게 너무 많기에 같이 소통하고 싶기도 하다.
오늘로써 구독자가 무려 15명이 되었다. 내 글을 어디선가 보고 계실 분들을 생각하며.
남은 50일, 꽉꽉 채워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