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영상이지 사진이 아니잖아
41. 영상이지 사진이 아니잖아
내가 맡던 영상의 특성 때문이었을까. 최대한 안전빵으로 가고 싶은 어리석은 마음 때문이었을까. 푸드 영상을 찍는 한 동안 나의 영상은 작은 움직임들로 돌아가는 정적인 사진 같았다. 어떤 박진감이나 어떤 흥분감을 주지 못하는 참 정적인 것. 속도 조절만 있을 뿐 일반적인 레시피를 보여주는 홍보 영상이었다.
어느 날, 같이 일하시던 감독님에게 일을 받아 작업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이 얘기하셨다.
"여기서 이런 효과를 좀 더 줘봐요. 이게 영상이지 사진이 아니잖아요."
순간 머리가 삐르르했다. 너무나 당연한 이 얘기를 누군가 나에게 해준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혼자 일하는 시간이 길었고 사수라고 부를 만한 사람도 없었고 대부분 내가 만든 영상을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나만 늘 불만족이었다.) 감독님의 말을 들은 후 내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무빙에 대한 것, 리듬에 대한 것, 속도에 관한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나에게서 탈출을 시도했다. 그 시도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해보고 있는 중이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맡게 된 모션그래픽도 리듬을 공부하기에 최적화된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힘, 그것이 결국 상품 판매나 브랜드의 홍보로 이어지게 되는 힘. 그것을 확실하게 기르는 게 올해 나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