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도하고 촬영도하고 편집도하고 디자인도하고 모션그래픽도하는 영상피디가 알려주는 광고 영상제작의 모든 것>
46. 광고주님들의 활약상 (3)
"홍시 맛이 났는데 어찌 홍시라 생각했느냐 하시면 그냥 홍시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이 온데.."
그 얘기를 듣자마자 저 대사가 생각났다. 이번에도 대기업이었다. 회사에 오래된 광고주이자 중요한 광고주였고 내가 입사하기 전에도 영상을 제작한 적이 있는데 별문제 없이 끝났다고 들었다. 내부 마케팅 팀을 통해 의뢰받은 내용은 백화점에 들어갈 '이미지 슬라이드 영상'이었다. 기존에 제작해 둔 레퍼런스가 있었고 그것과 비슷하게 디자인만 바꿔 말 그대로 이미지 슬라이드 영상을 제작하면 되는 거였다. 나.는 그런 줄 알았다. 내부 마케팅 팀을 통해 기획안을 받고 영상을 제작했다. 그리고 며칠 뒤 등 뒤가 싸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일이 터진 것이다.
"노루님, 잠깐 회의실에서 얘기 좀 해요."
심장이 쿵 했다. 메신저가 아닌 회의실 호출이면 분명 일이 터진 것이다.
"000에서 화가 많이 났어요.."
"아.."
"백화점 영상을 만들어 달랬는데 진짜 백화점 영상을 만들면 어떡하냐고 하더라고요."
"아....."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들어보니 광고주가 원한 영상은 그냥 이미지 슬라이드 영상이 아니었다. 화려한 효과와 모션이 더덕더덕 들어간, 딱 봐도 돈 많이 들어간 것처럼 보이는 고퀄의 영상. 내부 마케팅 팀에서 보낸 영상 기획안을 컨펌해서 제작에 들어갔는데도 회사에선 따질 맘이 없어 보였다. 중요한 광고주이기 때문에. 화가 많이 나신 광고주님은 회사로 직접 찾아오시겠다고 했고 정말 한달음에 달려오셨다,
[회의실 안]
"아니.. 누가 요새 영상을 이렇게 만듭니까? 다른 영상을 좀.. 찾아보고 좀 하시지... 이 이 영상 봐요. 저 저런 효과가 들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멘탈이 와사삭 무너졌다. 그 자리에 앉아있는 모두가 니 탓이야 라고 손가락질하는 기분이었다.
처음부터 커뮤니케이션이 잘못된 거다.
그렇게 의뢰받았으면 나도 이렇게 안 만들었다.
난 기획안대로 만들었을 뿐이다.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았지만 책임 회피일 뿐. 우리 쪽에서 사과를 하고 회의는 마무리됐다. 이해가 가지 않는 과정의 연속이었고 스트레스로 인해 일주일 간 입맛을 잃었고 여러 개의 혓바늘을 얻었다.
'백화점 영상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 백화점 영상을 만들었는데 왜 백화점 영상을 만들었냐고 하시면 저는 어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