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당신을 사랑했어요.
<영화 속 사랑>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20살 무렵 고백조차 하지 못했던 짝사랑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짝사랑한 상대는 그저 나와 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을 뿐인데 난 그런 마음이 아니었던 어긋난 관계.
그렇게 마음 졸이다 그 사람은 내가 알던 누군가와 연인이 되었고, 내 마음은 아무도 모르게 닫아야만 했다.
누구나 살면서 이런 짝사랑을 한 번쯤 경험한다.
정말 갖고 싶은 사람인데... 나와는 연이 닿을 것 같지 않는 그런 사랑. 시원하게 고백이라도 하고 차이면 마음이라도 후련하겠지만 그럴 용기도, 타이밍도 잡지 못한 체 그 사람과 인연이 끊어질까 전전긍긍하며 그냥 현재의 관계에 만족하며 표현하지 못했던 그런 사랑을 우린 한 번쯤 해본다.
그러다 내가 먼저 그 사람을 좋아했지만, 그 사람이 내가 아닌 나의 지인과 연인이 되어 버린다면.
그렇게 내 사랑의 타이밍이 꼬여버린다면, 난 두 사람을 진심으로 축복할 수 있을까?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아름다운 두 남녀의 가슴시린 사랑이야기임과 동시에 한 여자의 지독한 사랑이야기이다. 그런데 그 지독한 사랑이 아주 조금은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
(영화의 줄거리는 초록색으로 되어있으니 영화를 보실 분들은 넘어가시길..)
배우 인상이 참 호감형이다...레코드 가계에서 일하는 주인공 매튜(조쉬 하트넷)는 자신에게 수리 맡겨진 레코드 속 그녀 리사(다이앤 크루거)에게 첫눈에 반한다. 때마침 레코드 속 그녀가 매튜의 눈앞을 지나가고 그녀를 따라 그녀의 일터까지 쫓아간다. 현대무용수였던 그녀의 아름다운 춤사위를 넋 놓고 바라보지만 다가서지 못하고 그런 그의 마음을 눈치챈 그녀가 먼저 그에게 다가간다.
그렇게 두 사람의 불꽃같은 사랑이 시작되고 누구도 부럽지 않을 그런 나날을 보낸다.
그녈 사랑하는 마음이 점점 커진 매튜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어 새로운 도시로 함께 떠날 것을 리사에게 제안하지만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그녀는 그날로 매튜의 곁을 떠난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매튜곁엔 모든 걸 다 갖춘 여자친구 레베카가 있지만, 그에게 불현듯 다가온 리사의 흔적이 그의 현재를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는다.
2년 전 아무런 흔적도.. 이유도 남기지 않고 떠난 그녀의 뒤를 쫓아가다 보니 매튜가 알지 못했던 엄청난 반전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매력적인 여자 주인공 리사리사(다이엔 크루거)에게 남자는 언제나 귀찮은 존재다. 아름다운 외모 덕에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지만 하나같이 그 남자들과의 끝은 파국이다. 하루는 그런 남자들을 피해 옆집으로 피신하게 되고 그 옆집에 살고 있는 알렉스(로즈번)와 그 일을 계기로 급격히 친해진다. 알렉스의 집에서 생활하는 일이 많아지며 그녀와 친자매처럼 가깝게 지내던 어느 날, 리사의 삶에 매튜가 들어온다. 다른 남자들과 달리 순수하고 외모는 더 훈훈한 매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며 리사는 그에게 빠져든다. 그가 다른 도시로 떠나 함께 살자는 제안을 하던 그날, 그녀는 너무 기뻤지만 뒤에 일정으로 인해 온전한 대답을 하지 못한 체 자리를 뜨게 된다.
그런 그녀에게 갑작스런 파리공연이 잡히고 놓칠 수 없는 기회였던 나머지 매튜에게 알리지 못하고 결국 그녀는 파리로 출국한다. 물론 떠나기 전 알렉스에게 편지를 전해달라고 부탁하고 파리에 도착해서도 음성메시지도 여러 번 남기지만 매튜에게선 연락이 없다. (당시엔 휴대폰이 없던 시절이었다.)
애타게 매튜를 그리워하지만 당장은 시카고로 돌아갈 수 없는 현실에 알렉스에게 푸념만 늘어놓으며 시간만 흐른다.
주인공보다 더 주인공 같았던 알렉스알렉스(로즈 번)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여자다. 그런데 그녀의 집 반대편에 사는 리사란 여자는 그녀와 달리 매우 아름다우면서도 쾌활해 보인다. 그녀의 삶을 조금씩 훔쳐보며 흠모하던 어느 날, 리사가 그녀의 집에 남자를 피해 알렉스의 집에 머물며 두 사람은 급격히 친해진다.
리사와 친자매처럼 지내던 어느 날, 레코드 가게에서 일하는 한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너무나 매력적인 그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고민하다, 고장 난 레코드를 수리 맡기며 그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자신이 맡긴 레코드엔 리사의 모습이 닮겨져 있었고, 자신이 다가서기도 전에 매튜는 이미 리사에게 빠져버린다.
자신의 마음은 숨긴 체, 매튜와 리사의 사랑을 먼발치에서 지켜봐야만 하는 현실이... 알렉스에겐 괴롭기만 하다.
리사가 매튜에게 여러 가지 사정을 말하지 못한 체 급히 파리로 출국해야 했던 그 날, 두 사람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었던 리사의 편지와 음성메시지를... 알렉스는 모두 숨기고 만다.
한번 시작된 거짓말은 그녀의 삶 전체를 거짓으로 바꿔 놓았고, 거짓말은 또 다른 더 큰 거짓말을 불러왔다.
그렇게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모습도... 두 사람이 멀어지는 모습도 지켜보며 알렉스는 매튜를 가지려 갖은 노력을 하는데... 과연 알렉스는 매튜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자세한 결말은 영화를 참고하시길..)
모든 사랑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어떤 사랑은 지독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랑은 안쓰럽기도 해서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감정에 매몰된 당사자는 사랑이라 말하지만, 당사자가 아닌 제 3자의 눈에 비친 모습은 집착이고 사랑을 갈구하는 광기어린 마지막 행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매튜를 몰래 그리고 지독하게 짝사랑한 알렉스는 말한다.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동안, 나도 당신을 사랑했다고... 아니, 당신이 그 사람을 사랑하기 훨씬 전에 난 당신을 더 사랑하고 있었다고. 당신에게 다가가려 했었지만 당신은 내게 그럴 기회조차 주지 않고 그녀에게 가버렸다고.. 그래서 난 리사가 되어야만 했다고...
알렉스는 자신의 모습이 아닌 리사의 껍데기가 되어서라도 매튜를 갖고자 했다. 매튜의 마음을 얻는 것이 그녀에겐 가장 중요한 일이었기에. 그녀가 알렉스이건 리사이건 그녀에겐 상관이 없어 보였다.
알렉스처럼 우리도 누군가를 좋아하면 자신이 모습을 숨기게 된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모습, 그 사람이 좋아하는 행동, 그 사람의 마음에 들기 위해 본연의 '나'를 숨긴 체 상대와 마주하게 된다. 더구나 나만 상대를 좋아하는 짝사랑인 경우엔 그 모습이 더 강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알렉스의 모든 행동이 정당화될 순 없지만,
나 또한 짝사랑을 해보았기에...
누군가를 몰래 좋아하는 마음이 어떤 것임을 잘 알기에..
짝사랑은 결국 혼자 기뻐하고 혼자 슬퍼하고 그리고 혼자 이별하게 되는 그런 외로운 사랑임을 잘 알기에.
영화 속 알렉스의 모습이 조금은 먹먹하게 다가왔다.
짝사랑 때문에 속앓이하고 있는 누군가에겐
제법 괜찮은 추천이 될만한 영화였다.
내게 있어 이 영화는 흠잡을데 없이 좋았다.
영화의 색감, 주인공들의 연기 그리고 영화 속 음악까지 나무랄데가 없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엔딩곡인 coldplay의 The Scientist란 노래는 영화를 오래도록 기억하기에 훌륭한 선택이었다. 들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