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사람과 사랑하고 싶나요?

영화 속 사랑 <Ruby Sparks>

by 비소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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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다 보면 내 마음을 너무 몰라주는 상대방 때문에 힘든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왜 이것도 이해를 못해주니?' 란 말은 연인 간 싸움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서로를 이해하는데서 오는 다툼, 어디까지 이해해줘야 하고 어디서부턴 받아들일 수 없는지 고민하며 우린 그 경계 위에서 연애란 것을 한다.

마치 시소를 타듯, 주거니 받거니 서로를 이해하며 우린 하늘과 땅을 오르락내리락한다.


만일 연인이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행동하고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나만 좋아해 준다면 어떨까? 아니 처음부터 내가 그리던 이상형의 모습으로 곁에 다가와 나를 좋아해 준다면 어떤 기분일까? 상대를 이해할 필요도 없기에 우린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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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영화의 줄거리는 초록색으로 표기되어 있으니 영화를 보실 분들은 패스)


어린 나이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캘빈(폴 디노)은 자꾸만 꿈에서 마주치는 한 여인이 생각난다. 글이 써지지 않는 힘든 시기에 자꾸만 마주치는 그 여성에 대한 글을 써보기로 결심한 그가 자신의 생각대로 소설 속 한 여성을 그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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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름은 루비 스팍스(조 카잔).

26세에.. 그림을 그리는 아리따운 여성이 불현듯 자신의 삶(현실) 속으로 뛰어들어온다. 믿기 힘든 일이 눈앞에 펼쳐지지만 이내 현실을 받아들이고 캘빈은 자신이 그려낸 아름다운 여성과 사랑에 빠진다.

그녀 또한 캘빈이 기록한 만큼 그를 사랑하고 서로가 더없이 행복한 연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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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그 곁에 나타난 순간 그는 그녀에 대한 글쓰기를 멈추고 여느 평범한 연인들처럼 서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함께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캘빈과 루비는 서로를 이해해야 하는 것들이 더 많아지고 조금씩 서로에게 소원해지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캘빈은 불안해진다.

루비는 캘빈이 좀 더 자신과 함께하길 바라고 활동적이길 기대하고,

캘빈은 루비가 자신의 곁에 머물며 작가의 삶(많은 책을 읽고, 글쓰기에 집중해야 하는)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서로의 간극은 더 이상이 좁혀지지 못하고 이에 불안한 캘빈은 봉인해왔던 그녀에 대한 글쓰기를 다시 시작한다.

루비가 자신을 더없이 사랑하게 만들고,

자신이 필요할 땐 언제나 자신 곁에 두려 하고,

자신에게 꼭 맞는 여자 친구인 루비로 다시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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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할 것 같던 두 사람은 작은 다툼으로 다시 싸움이 시작되고, 캘빈은 결국 루비에게 그녀가 자신이 만들어 낸 상상 속 인물이라는 것을 고백한다. 처절하게 서로의 끝을 보인 그날 밤 결국 캘빈은 'She was free'란 문장으로 자신이 만들어 낸 이야기의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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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결말은 언급하지 않겠다.)




연애를 하다 보면 상대가 나만 바라보고 내가 하자는 대로 해줬으면 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럼 아무 걱정이 없을 것 같고 매우 행복할 것이란 상상을 하게 되지만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주는 연인에 금방 싫증이 나기도 한다.

처음엔 내 의견에 동의해주는 상대가 멋져 보여도 그 모습이 익숙해지면 상대는 생각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내가 필요할 때 그 사람이 항상 옆에 있어주면 처음엔 좋다가도 자신에게만 매달린 상대가 너무 부담스럽기도 하고,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부족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연애는 늘 어렵다.

여러 명의 이성과 사랑과 이별을 경험하며 어느 순간 사랑이라는 것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하지만 우린 매번 새로운 사람과 연애를 해야 한다. 스스로 가진 사랑에 대한 경험치로 다음 사랑을 진행하려 하지만 이전의 사람에게 해왔던 실수, 전에 만났던 그와 현재의 이 사람에 대한 비교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다시 사랑에 아파한다.

다르다고 생각한 사랑이지만 결국 우리 스스로가 변하지 못했기에 또다시 같은 사랑.. 같은 이별을 반복한다.


그래서 어쩌면 영화의 주인공처럼 내게 꼭 맞는 이성이 나타났으면 하는 공상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고, 충분히 사랑받으며 행복한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안타깝게도 내게 꼭 맞는 사람은 없다. '이 사람은 정말 내 이상형이고, 나와 꼭 맞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하지만 그 사람의 이해하지 못할 어떤 하나의 행동으로 인해 우린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사람과 함께해도 정말 난 괜찮을까?'


사랑이 무엇일까?

답이 없는 이 질문에 스스로 답을 구해가며 우린 조금씩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배우고, 반복된 사랑과 이별 속에 덜 상처받는 연습을 하며.. 그렇게 사랑에 대한 자신만의 경험치를 조금씩 늘려간다. 자신의 경험치로 밖에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사랑이지만 그 경험치 안에서 우린 최고의 사랑을 해야 한다.

실패는 반복되고 사랑에 대한 경험치는 쉽게 쌓이지 않는다. 아픔을 통해 성장했다고 믿지만 또다시 아픔이 오면 어쩔 줄 몰라하는 게 우리의 모습이다.


영화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

'지금 내 옆에 있는 상대의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해야 한다.' 일까? '어떠한 형태의 사랑이든 깨지고 아파하며 조금씩 성장하는 것이 사랑이다.'였을까?


실제 연인 사이이기도 한 두 사람의 연기는 잔잔하게 우리에게 당신의 사랑은 어떤 모습인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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