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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여행자 Mar 09. 2016

지식보다 지혜가 중요하다는 말은 더 이상 맞지 않다

지식과 지혜에 대한 통념을 깨뜨리자.

우리에게 익숙한 통념은 지식보다 지혜가 훨씬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그런데 이 둘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해서 무엇이 더 중요하고 무엇이 더 높은 층위에 있다는 생각 자체가 이제는 위험하다.


지식은 데이터에 가깝고, 지혜는 모델에 가깝다. 데이터는 언제나 변한다. 예측불가하다. 기술 문명이 발달할수록 그 형태도 달라지고 맥락도 달라진다. 하지만 모델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현상을 더 깊게 통시적으로 관통해야 하기때문에 갖는 모델의 본유적인 속성이다. 여기서 '모델'의 양면성, 딜레마가 발생한다.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계학습(컴퓨터공학/인공지능의 분야)에서도 과적합(over-fitting)이라는 개념이 있다. 데이터의 일부분만을 학습하여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이 경우 새로운 데이터에 약간의 변칙이 발생하면 모델은 올바로 작동하지 않는다. 역사 속 철학자들도 경험론과 이성론 사이의 편향적 관점이 주는 위험성을 간파했다. 예컨대, 세상에는 오직 백색의 고니만 존재한다는 오랜 관찰로부터 이끌어낸 결론이 블랙스완의 신드롬으로 완전히 뒤집힌 일이다.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피게티의 저서 <21세기 자본>은 기존의 모델 기반 계량 경제학의 위험성을 매우 구체적으로 반격했다. 그 핵심 방법론은 다름아닌 수년간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한 귀납적 분석이다. 합리적 이성에 의해 구상되고 오랜 기간 검증된 세상의 통념, 즉, 자본주의 경제학에 대한  매우 근거있는 반박이다.


<기브앤 테이크>의 저자 애덤 그랜트는 그의 신작 <오리지널스>에서 이와 유사한 메세지를 강조한다. 일반적인 통념은 '경험이 축적된 사람은 지혜롭고 더 나은 결정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그러나 그 '지혜'라는 것은 새로운 변화 속의 전혀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일 때에는 오작동한다. 여기서 애덤은 바로 '위험 회피 본능'을 얘기한다. 기업의 경험 많은 경영진 혹은 중역들은 창조적인 사고를 발상해 내거나 수용하지 못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성공 경험에 매우 과적합 되어있고, 또한 '안 되는' 경험들을 너무 많이 학습해왔기 때문이다.


'지혜'라는 단어의 속성을 다양한 층위에서 바라볼 수 있지만, 지식과 지식을 연결하여 통시적이고 전체적인 패턴과 경향성을 꿰뚫어 보는 직관이라고 한다면, 변화의 가속도가 점점 커지고 있는 시대에는 그 '지혜'의 의미조차 변화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진정한 지혜는 무수한 경험을 통해 쌓아온 통찰력이나 직관력이 아니라 세상을 수용하는 '태도'의 문제가 된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가진 '지혜'를 내려 놓을 수 있는 겸허함이 더 막강한 힘이 될 것이다. 


꼰대질하는 것을 스스로 기피하지만 후배들을 만나면 그래도 한 마디 당부하는 말이 있다.  "모든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 듣되, 그 누구의 말도 마음에 새기지 말라. (바로 이 말조차도)"  모든 사람들의 말이 곧 데이터이다. 나의 마음은 그 데이터들을 해석하는 모델이다. 모델은 상황과 맥락에 따라 데이터를 늘 유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인간이라는 '모델'이 평생토록 학습하는 데이터라고 해봐야 이 우주에서 티클만큼도 못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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