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고마운 물건
[발행 3일차 241013] 주변의 고마운 물건
선풍기에게,
올 여름은 덥다 못해 뜨겁기 그지 없었지. 올 여름 네가 없었다면 난 아마 숨이 막혀서 한 번쯤은 응급실에 실려갔을 거야. 여름 내내 하루 24시간 열심히 날갯짓하는 너를 보고 있노라면 얼마나 믿음직스러웠는지. 때로는 약하게 때로는 강하게 내가 원할 때마다 시원한 바람을 선사해 준 너에게 너무 감사해.
사실 그동안 내가 너무 과하게 부탁해서 혹시 과로로 쓰러지진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어. 이렇게 애써주었던 너인데 내가 가끔 예의없이 발로 건드려 깨워서 미안해. 너의 위에 뽀얗게 앉은 먼지도 모른 체 했는데 벌써 10월이 되었네. 구석구석 목욕 시켜주고 고이 만져줘야 하는데 올해는 너와 멀어지기가 왜 이리 힘든걸까.
갈 수록 지구가 병들어 더위가 심해진다는데 점점 너에게 의지하려는 마음이 커갈까 걱정이구나. 아무튼 올해 네 덕분에 이 더위를 잘 이겨낼 수 있었음에 고마워. 내년에도 잘 부탁해^^
제 주변에 고마운 물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껴주고 만져주고 인격적으로 대해주면 그들도 나를 반겨주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