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일과 여가를 구분할 수 없다면

대학원생 2학기 3주차의 일기

by 윤지민

"하루에 여가시간이 얼마나 되세요?"


이번 학기에 듣는 '놀이행동과 레저심리학'이라는 수업시간에 교수님의 질문이었다. 일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내가 자유의지를 가지고 즐거움을 위해서 보내는 시간을 여가시간으로 정의한다면 요즘같이 눈 떠있는 동안 해야하는 일의 리스트를 적기 어려울 정도로 과부하가 걸린 시기에는 내 삶에 '여가'라 할만한 순간이 언제일까 고민하게 된다.


현대인은 '여가'와 '일'을 구분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있다. 어디를 가나 스마트폰을 항상 들고있지만, 이메일을 체크하거나 업무를 챙길 때는 일을 하는 것이고 웹툰을 보거나 재미있는 영상을 볼 때는 여가를 즐긴다 할 수 있다. 순간순간 일과 여가를 넘나드는 삶을 살고있는 것이다.


최근 나의 가장 대표적인 여가활동은 '클라이밍'이다. 일상적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자유의지로' 암장을 찾게되고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긴다. 아직 시작한지 1년도 채 안된 초보자인데 갑자기 어쩌다보니 이번 주말에 외벽등반 아마추어대회에 나가게 되었다. 그냥 즐기면서 참여하고 꼴찌를 해도 상관없다는 말에 별 생각없이 나간다고 했는데, 대회 일정이 잡히는 순간 운동 연습이 여가가 아닌 일처럼 느껴지고있다. 개인전이면 꼴찌를 해도 혼자 하고 말텐데 팀대항이라고 하니 괜히 내가 팀에 큰 민폐가 될까봐 마음이 급 무거워졌다. 하필 이번 주 생각지못했던 다른 일들이 많아지면서 조급해지니 자유의지가 아닌 부담감이 동기로 작용하면서 정말 어렵고 힘들더라도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하루라도 더 연습을 하려고 암장을 찾게된다. 여가도 진지하게 임하니 여가임에도 스트레스를 얻게되는 경우를 경험하고있다.


관광과 여가를 공부하면서, 게다가 개인의 여가활동에도 진지하게 임하느라 내 자신의 '진정한' 여가시간은 챙기기 어려운 요즘이다. 하지만 어차피 일과 여가를 구분하기 어려운 세상에서 하루에도 수백번씩 일과 여가를 넘나든다면 어쩌다 마주친 가을하늘의 예쁜 노을을 보며 찍은 사진 한 장 일지라도, 이동 중에 잠시 때리는 멍일지라도, 자기 직전 침대에 누워 틈틈이 챙겨보는 웹툰일지라도, 찰나의 여가시간을 충실하게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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