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2학기 첫 날의 일기
개강 첫 날이다. 이번 학기에는 토요일 오전에 수업이 있다. 24시간 열려있는 대학을 꿈꾸신다는 교수님께서 모든 학생들이 수업을 듣기 원하는 마음으로 토요일을 선택하셨다고 한다. 그 취지에 부응하며 나 역시 두뇌도, 마음도 24시간 열어둘 수 있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방학이 끝나기 한 달 전 쯤, 학기 시작이 두려워 잡았던 책이 두 권이 있다. 그리고 오늘 개강 첫 날, <관광학>은 2독을, <질적연구>는 1독을 끝냈다. 공부하는 티는 내는 게 아니라지만, 스스로 자발적인 공부를 했다는 것이 뿌듯했다.
나의 '무지'를 낱낱이 알게된 첫 학기였음에도 종강과 동시에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학문을 철저하게 놓았었는데, 8월이 되자 두려움이 엄습했고 우연히 학교 동기들 몇몇과 질적연구 스터디를 시작하게되었다. 지난 학기 교수님께서 '4차산업혁명 시대에 AI의 역할이 커지면서 앞으로는 학계에서도 양적연구보다는 질적연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질것'이라 지나가듯 말씀하셨던 게 생각나서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사실 내가 그동안 해왔던 일들이 질적연구와 다름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당연히 구체적인 연구방법론도 모르고 그 자체가 연구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한 아주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나는 내 스스로 나름대로의 질적연구를 실행하고 있었다.
실제 현장으로 향해 현존하는 현상을 관찰하고, 사람들을 만나 관계를 맺고 자료를 기록하고 수집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정리하고 재배열하여 '책'과 '강연'이라는 형태로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나만의 연구를 하고 있었다.
<관광학> 책을 읽으면서도 어쩌면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한 장씩 넘길때마다 복잡한 나의 머릿 속이 포장이사하듯 쏙쏙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관광학'에 대한 전문지식이 하나도 없었던 내가 겁도 없이 현장에서 관광을 배우겠다고 길을 떠났었고, 그렇게 현장에서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겨우겨우 힘들게 말로 이어 만들어낸 내용이 이 책에는 더욱 정제된 언어로 명확하게 정리되어있었다. 나는 마치 혼자 말을 처음 배운 아기가 문장이 아닌 단어를 나열하여 이야기하는 수준에 머물러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뜻은 통하고 말은 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을 통해 다시 제대로 '가나다'를 배운 느낌이다. '이게 뭘까', '이건 뭐였지'라고 내 머릿 속 산재되어있던 수많은 질문들에 존경하는 교수님은 매 페이지마다 정확한 답을 던져주시는 느낌이었다.
결국 누구에게나 개인의 학문이 존재한다. 아직 깔끔한 언어로 정제되지는 않았을지라도 세상 모든 사람의 고민과 그 고민을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는 그 자체로도 학문이 될 수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누구나 자신만의 학문을 축적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 그리고 그러한 지식의 축적이 세상에 선(善)으로 발현되는 것, 마지막으로 항상 더 깊은 지식을 갈망하고 추구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학기가 기대되는 개강 첫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