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2학기 2주차의 일기
개강 첫 주는 정신이 없었다. 수업에서 해야하는 과제는 둘째치고 '방학 중' 모드에서 '학기 중' 모드로 나의 일상을 전환하고 적응하느라 우왕좌왕하게 된다. 개강하면 탁!하고 켜지는 스위치라도 있어 모드를 전환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의 나는 적응기간이 적어도 2주 이상 필요하다.
나는 학부 4년, 석사 2년 중 수강신청 변경 주간에 수업을 변경한 적이 없었다. 원하는 수업을 듣기위한 수강신청에 실패한 적이 별로 없었을 뿐더러 웬만한 수업은 첫 수업을 들어가도 예상했던 것과 그리 다르지 않은 편이라 처음 마음먹은대로 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번 학기에는 개강 첫 주 수업을 듣고 변경기간에 수업을 하나 바꿨다. 수업의 문제였다기보다는 나의 문제였다. 풀타임 학생으로 학교가 나의 전부였던 예전과 달리 지금의 나는 다른 일과 공부를 병행해야하는 파트타임 학생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하는 지금의 나는 욕심을 버려야한다는 생각에 정말 듣고싶었고 기대했지만 해야할 과제가 많은 수업을 과감하게 내년으로 미뤘다.
나는 하고싶은 게 있으면 당장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런 성격 덕에 득을 본 것도 있지만, 일단 지르자는 마음으로 일을 벌려놓고 마무리하지 못해 고생한 경험도 수두룩하다. 물론 지금 현재까지도 고생하고 있는 중이다. 열정으로 시작했으나 학문의 깊이라는 건 예상보다 깊어 매번 자괴감과 싸워야하는 박사과정. 사명감으로 시작했으나 너무나 일이 많아 지치기도하지만 의외로 많이 배우고 성장하게 되는 관광스타트업협회 사무국 업무. '나'라는 사람이 잊혀지고싶지 않아 계속해야만 하는 관광커뮤니케이터로서의 강연과 방송활동. 개인인플루언서를 넘어서 사회를 바꾸는 창업가가 되고싶다는 마음으로 기초를 쌓아가는 리얼관광연구소의 사업들. 포기할 수 없는 취미생활과 소홀할 수 없는 집안일까지. 하나하나 모두 누가 시킨 적은 없지만 내가 다 해내고 싶어서 끙끙대는 일들이다. 교수님께서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내 주변으로 모든 환경적 요인이 갖추어진 '골디락스' 존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의 나는 공부는 커녕, 일 벌리기 좋은 골디락스 존에 서있는지 계속 새롭게 해야하는 일만 보이는 중이다.
고작 어려운 수업 하나를 '조금 덜 어려워보이는' 수업으로 변경했다는 사실이 지금의 나에겐 굉장한 위안이 된다. 준비가 되어야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내년에 올해 포기한 수업을 들을 때쯤은 내가 지금보다는 더 준비가 되어있었으면 한다. 내년 이맘때의 나는 지금보다는 마음의 짐을, 욕심을 더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솔직히 자신은 없다. 어쩌면 더 준비가 안 된 상태의 나로 변해있을지 모르겠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