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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민 Jul 03. 2021

너도, 나도, 성장하는 중

너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해 미안해

오늘 도민이가 어린이집에서 대형사고를 치고 왔다. 지난 주에도 다른 친구 손을 물어서 혼났다더니, 오늘도 또 다른 친구 손를 물어서 크게 멍이 들었단다. 처음으로 상대 친구 엄마한테서 주의 부탁드린다는 문자가 왔는데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 같았다.


너무 미안하고 속상해서 죄송하다는 말만 연거푸할 수 밖에 없었다. 어찌 할 도리가 없어 선물을 보냈는데 마음만 받겠다며 거절하셨다. 정말 속상하셨을텐데 그래도 좋게 말씀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얼굴을 들기가 참 어려웠다.


도민이가 대체 왜 그랬을까, 주말 지나고 월요일에 어린이집 가는 게 스트레스였을까, 내가 요즘 일이 너무 많아 신경을 못 써줘서 그런걸까, 평소에 더 따끔하게 혼을 냈어야 하는걸까, 공룡 유튜브를 보여주면 안되는 거였을까, 쪽쪽이 집착이 너무 심해서 그런걸까.... 온갖 생각을 하게 되지만 결국 모든 건 내 잘못으로 귀결되는게 엄마 마음인가 싶다.


일하는 엄마 옆에 쪼르르 다가와 ‘엄마 위에 누워서 같이 일할래’ 이렇게 예쁘게 웃으며 말해주는 아들인데. 내심 일만 많이하는 엄마한테 속상한 마음을 담아놔서 그런건 아닐까, 머리로는 이러면 안되는 걸 알면서도 계속 내 탓을 하게된다.


오늘 자기 전에 한참을 누워서 하루종일 있었던 일도 물어보고, 도민이가 왜 속상했는지, 그래도 도민이가 친구를 아프게하면 친구도 또 속상하다며 내일 꼭 다시 미안하다고 말하자고 약속하고 잠들었다.


지나고나니 아이의 마음을 충분히 알아주지 못한 게 제일 미안하다. 왜 그랬는지 묻기보다 다그치기만 한 게 아닌가 생각하면 그저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너에게도 분명 이유가 있었을텐데.


내가 엄마로서 잘하고 있는지 참 답을 찾기 어려운 하루하루. 이렇게 너도 나도 성장하고 있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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