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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rgundy Sep 18. 2020

[영화] <세라핀>(2008)과 나이브아트


오늘은 2008년 제작된 프랑스 영화 <세라핀(Séraphine)>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이 영화는 화가 세라핀 루이(Séraphine Louis, 1864-1942)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어요. 세라핀은 다른 집에서 하녀로 일하면서 집에 와서는 꽃, 과일, 나무 등을 그리는 아마추어 화가였어요. 정육점에서 훔친 동물의 피, 들꽃, 풀, 흙, 교회에서는 녹아내린 양초에서 파라핀을 가져와서 물감을 만들고 그림을 그릴만큼 열성적이었어요.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가지고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를 비웃었지요. 그러다 1912년 빌헬름 우데(Wilhelm Uhde, 1874-1947)라는 독일 출신의 컬렉터이자 비평가가 세라핀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재정적 후원을 하게 되고, 세라핀은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에 매진할 수 있게 됩니다.


세라핀 <미모사 다발> 1925, <커다란 꽃다발> 1907


세라핀은 자신이 신의 계시를 받아 그림을 그려야만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길고 험한 일상의 노동과 가난 속에서도 세라핀은 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않았어요. 세속적인 돈과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그림이 좋아서 그린 순수하고 고독한 예술가였습니다. 세라핀은 꽃, 나무 등 자연을 주로 그렸는데, 작품에 사용한 원색의 색채는 강렬한 대비를 이루었어요. 그가 그린 꽃과 나무는 마치 벌레가 움직이는 것처럼 화면 안에서 생동감을 가지고 있고요. 상처를 입은 것처럼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합니다. 우데를 만나 전시를 열고, 명성을 얻고 또 돈도 많이 벌게 되지만, 그녀의 과도한 소비는 우데와 갈등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후 점점 자신을 잃고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되고, 자신을 향한 찬사를 듣지 못한 채 그곳에서 삶을 마감합니다.


빌헬름 우데는 1904년 피카소, 브라크 등이 무명이던 시절 그들의 진가를 알아보고 초기 작품을 구입한 사람으로, 뛰어난 심미안을 가졌어요. 이후 우데는 앙리 루소(Henri Rousseau, 1844-1910), 세라핀 루이, 카미유 봉브와(Camille Bombois, 1883-1970), 루이 비뱅(Louis Vivin, 1861-1936), 앙드레 보샹(André Bauchant, 1873-1958) 등 소박파(naive art)의 전시를 열기도 했지요. 우데는 이들에게서 자연과 현실에 대한 경건한 태도, 그리고 원시적인 생명력을 발견해 소개했습니다. 소박파 화가들은 19세기 말부터 현재까지 갖가지 미술양식의 교체나 변화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 집중했어요. 은 원근법이나 명암법 등을 무시하고 마치 어린아이가 그린 것 같은 그림을 그렸어요. 미술 작가들이 중요하게 생각해 온 규범들을 모두 무시하고 있었던 거죠. 이들의 공통점은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었어요. 미술양식이나 운동에 무관심한 현대미술의 아웃사이더라고 할 수 있어요. 루소는 실제로 아프리카에 가본 적이 없다고 알려져 있고, 파리의 동물원과 식물원을 다니며 본 것을 조합해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 냈어요.


앙리 루소 <숫사자와 암사자가 있는 아프리카의 이국적인 풍경> 1903-10


한 예술가의 순수한 열정과 그녀의 슬픈 쇠락을 볼 수 있는 영화 <세라핀>, 이번 기회에 한 번 감상해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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