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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이한나무 Oct 23. 2021

덕목과 현실 사이

<Restart up>#4

© cloud_mind, 출처 Unsplash


산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큰 아이를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보낼 당시에 알게 된 국악동요 '모두 다 꽃이야'는 그 어느 때 이후로 나의 벨소리가 되었고, 벨소리 하나 바꾸는 게 조금 번거로운 아이폰을 사용한 이래 벨소리는 잘 바뀌지 않는다. 여전히 내겐 참 좋은 벨소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마감을 해야 하는 현장 일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소비한 후 타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나서는 중이었다. 벨소리가 울렸고 AS를 부탁했던 실리콘 사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여기 잠깐 와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이유인즉슨, 사전에 미리 AS의 내용과 분량에 대해 대략 말씀을 드려놨으나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소비자는 실리콘의 변색,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종합적 불만으로 실리콘 처리 부분 전체를 다시 시공해 주길 요청했었다. 덧방을 제안했고, 두꺼워질 수 있음을 미리 알렸으나 실리콘 사장님의 확인 결과 덧방 하기에 현 상태가 너무 두껍다는 것, 그렇다는 것을 알았기에 소비자는 결국 다 떼어내고 다시 시공해 주길 바랐던 것이다.


덧방을 하고, 간단히 몇몇 부분을 떼낸  다시 시공하는 일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 일이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다 보니 실리콘 사장님은 다음 일정으로 바쁜 마음에  상황을 조율해 주길 원하셨고, 소비자는 오랜 기다림이 또다시 미뤄질  같은 상황에 조금은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하루 일정 계획에 없던 방문을 급히 하게 되었고, 상황은 결국 실리콘 사장님은 다른 날짜에 재방문 하기로 했으며 방문  내가 기존 실리콘을 떼내는 작업을 해드리기로 약속하게 되었다.   


그날의 상황을 정리하고 난 후 나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다음 주 초 3일 안에 방문을 드려야 하는데 마감을 앞둔 현장이 3개나 되는 한 주인데 그게 가능할까?'

'좀 더 수월하게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너무 소비자의 요구에 다 맞춰주고 있는 것인가?'


내게 많은 것을 맡겨두고 알아서 처리하길 바라는 대장형님은 이렇게 상황을 정리한  알면 싫은 소리 하실게 분명하다. 왜냐하면 웬만하면 AS  해주라는 주의이긴 하지만 너무 어렵게 처리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지양하기 때문이다. 대장형님이라면 어떻게 처리했을까?  예상되는 바가 있으나 크게 희망적이지 않다는  문제다.


대장형님(대표) 요즘 반복되는 일상에 조금은 지루하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자신이 대부분 이해를   있게  , 분야에 대해서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고백이었다. 그래서일까? 모든 책임을 감당하고 스스로 해볼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심에  많은 감사를 느끼며 일하고 있긴 하지만 종종 본인의 넘치는 자신감에 디테일을 놓치게  경우 겪게 되는 나와 같은 직원의 고충을 충분히 아실까?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같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내가 내 업체를 차리고 이런 상황을 맞는다면 난 지금과 같이 소비자를 대할 수 있을까? 지금의 내 상식선에서는 저렇게 처리해 주겠다고 말하는 게 정도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내가 실리콘의 특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일을 만든 건 아닐까?'

'변색의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고지를 했어야 했을까?'

'변색의 우려가 없는 실리콘으로 처리했어야 했는데, 바닥재의 종류와 매칭 시키는 작업을 왜 하지 않았을까?'


 사실 해당 현장에 공사 중일 때 나는 코로나 감염으로 격리 중이었으며 나의 담당 현장이 아니었다. 그래서 사후 처리를 감당해야만 하는 나는 조금 억울한 부분이 있으나 이미 퇴사하게 된 기존 동료를 탓할 순 없으며, 그렇다고 현 대장형님을 탓하는 것 또한 발전적이지 않는 모습이다. 그리고 당시 내가 담당을 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바닥재와의 매칭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반투명 실리콘을 시공하고 있는 현 우리 업체의 실정을 바꾸기 위한 시도는 할 엄두를 못 냈을 것으로 생각한다.


머리로 고민하고 생각으로 정리하고 마음으로 기준을 세워 다짐해 본다.


나의 사업을 이끌어 갈 때에 소비자와의 최대한의 소통, 최소한의 마찰, 최대한의 만족을 이뤄낼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을 말이다. 적정한 견적과 그에 맞는 시공 및 기대 이상의 AS를 제공하는 것. 현재의 내가 갖게 된 인테리어업 대표자의 덕목이다. 늘 내 맘 같지 않은 것이 세상 일이기에 충분한 정성과 노력으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얼마나 전달이 될 수 있는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만 걱정하는 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부디 최선을 우선으로 다할 수 있는 마음을 지켜낼 수 있기를...

그럴 수 있는 역량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기를...

그래도 조금 이해와 배려를 주고받을 수 있는 소비자를 만날 수 있기를...


일단, 다음 한 주를 잘 보내야 하는 내게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시간은 어떤 모습으로든 흐른다.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는 상황에 대해 피하지 않고 맞서는 일, 부딪쳐봐야 알 수 있는 결과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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