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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루 clou Jun 30. 2021

14화. 홍위병과 청위병.

논문을 써야할 지경.

13화.<미지와의 조우>편에서 이번 편이 더 재밌을거라 호언장담했더니, 그렇게 급 내뱉은 말 때문에 급 부담이 됐고, 급 글쓰기가 싫어져서 이제야 노트를 열어본다. 

사실, 쉽지 않은 주제다. 무겁기도 하고,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이기도 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쓰기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새삼스레 왜 망설이나 싶지만 역시나 결론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그냥 생각나는대로, 머리위로 떠오르는 문자 그대로 써보기로 한다.   


우리는 제 4공화국, 5공화국 시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새마을운동, 유신 독재, 5.18 민주화 운동, 민주주의 탄압? 하물며 홍위병의 등장은 우리나라도 아닌 이웃나라 중국이었고, 제 4공화국보다도 6년이나 빠른 1966년도의 이야기다. 무려 50년도 더 지난 딴나라 이야기를 굳이 따라갈 필요도 없고 관심을 쏟을 필요도 없지만, 50년이 넘어 뜬금없이 이념체제도 다른 이웃나라(=우리나라)에서 환생(?)한 것 같다고 하면, 그래도 한번쯤 인터넷에 '홍위병'이란 글자를 검색하여 도대체 홍위병들이 어떤 애들인가 읽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마오쩌둥과 홍위병들

클루가 일찍이 <알바장> 1편에서 중국어 과외 실패로 운전 알바를 다시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그렇다. 나는 중어중문학 전공자다. 물론 일부러 찾아서 관련 수업을 듣지 않았다면, 대충 홍위병에 대한 개념만 알고 넘어갔을 수도 있다. 전공수업에서 홍위병을 자세히 다루진 않았으니까. 오히려 친한 과선배의 현대중국 교양수업 강의를 듣고 국공내전,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 등 따위에 대해 자세히 공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짧게나마 중국 유학과 국내외 중국인들과 교류하며 그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이해한다는 말이 꼭 당위를 수긍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문화대혁명'이라는 말이 단어 구성은 뭔가 좋아보이는데, 그 사건으로 인해 중국의 역사가 2, 30년은 후퇴했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그 속에서 태어난 홍위병도 애초에 태어나지 말았어야할 괴물과 같다. 붉은 완장을 찬 학생들은 맹목적이었고, 폭력적이었으며, 무법자였다. 분명 십수년 전에 책과 영상속에서만 접하던 그들이었는데 나는 언젠가부터 우리나라 방송과 인터넷 등 매체를 통해 기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게 바로 그 유명한 '조국 사태' 이후였다. 


생각해보면, 그보다 일찍 박씨 탄핵 전후로 등장한 '태극기 부대'도 홍위병의 모습을 닮았다고 할 수 있다. 태극기는 그렇다치고 성조기는 도무지 왜 같이 흔드는건지 모르겠지만, 그게 바로 홍위병이 한 손에 들었던 '마오쩌둥 어록'과 같이 보이는 건 나뿐인걸까. 오늘도 태극기와 성조기를 두른 장갑차(?)로 서울 어디 한복판을 누비며 소음공해를 일으키는 그들을 보면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진다. 그러나 그들이 그럴지언정 그런 생각까진 미치지 못했는데, '조국사태'로 말미암아 조국 수호, 졍경심 수호(?)를 외치며 인터넷 기사 댓글도 수호하는 이들을 목도한 후 나는 완벽한 홍위병의 화신을 만난 것 같았다. 예컨대, 홍위병의 특징이 5가지인데 태극기부대가 2개 정도면, 이른바 '문빠', '대깨문', 민주당의 '강성당원' 들은 5가지 특징을 완벽히 갖춘듯 보였다. 그들은 나에게 설명을 해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세상에 그런 일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말로 완벽히 설명은 못하지만, 그냥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그렇게 느끼는 것. 굳이 내가 그걸 일일이 설명하고 나열할 가치가 있을까. 


하.. 그래, 인심 쓴다. 앞서 붉은 완장을 찬 학생들은 맹목적이고, 폭력적이고, 무법자라 표현했다. 이건 정말 가장 함축적인 표현이다. 문화대혁명은 10년에 걸쳐 중국을 파괴했다. 그안에서 활약한 홍위병들을 어떻게 간단히 표현할 수 있을까. 


검찰이 조 전 장관의 가족 및 친인척을 수사하자, 검찰개혁을 외쳤다. 

법원이 윤 전 총장의 정직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자, 사법개혁을 외쳤다. 

언론이 정부와 여당에 부정적인 기사를 쏟아내자, 언론개혁을 외쳤다. 


2021년 지금 대한민국은 온통 개혁꺼리 투성이다.(근데 왜 부동산 개혁은 외치지 않는거니?)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모두 손을 봐야 한다. 코로나가 중요한게 아니다. 3명의 법무부장관과 여당 원내대표, 최고위원까지 모두 위에 열거한 개혁만을 주구장창 외치지 않았는가. (4화.<검찰개혁이 밥 먹여주나.>, 6화.<착각은 자유, 결과는 issue.> 참조)  

그런데 그 외침들이 뒷동산에 올라 '야호'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느새 대한민국 검사들은 검새가 됐고, 대한민국 판사들은 판새가 됐으며, 언론은 조중동 뿐만이 아니라 때로는 한겨레도 기레기로 모욕당했다. 심지어 아예 검찰이 필요없으니 없애자는 말도 나오고, 법원은 없애질 못하겠으니, 사법개혁 운운하며 판사의 과거 재판 사례를 열거하고 정치성향을 들먹이며 두고보겠다고 한다. 


낡은것과 자산계급을 포격하라고 <사령부를 포격하라-나의 대자보>에서 말한 마오쩌둥을 따라, 홍위병들이 중국의 찬란한 문화유산들을 파괴하고, 부모든 선생님이든 자기편이라도 자산계급이라 여겨지면 자아비판대에 세워 모진 고문과 핍박을 가했듯이, 우리는 불과 몇달 전 '조국 사태'를 사과했던 민주당의 초선5적(?)들이 조리돌림을 당한 끝에 결국 자아비판에 나선 광경을 보지 않았는가.           

지식인, 자산계급의 강제 자아비판

문화대혁명 동지 마오쩌둥과 린바오 등이 글과 연설에 담긴 은유로 표적을 찍으면, 홍위병들이 우루루 달려가 작업(?)을 했듯이, 조 전 장관의 페이스북에 올린 MBC 방송 링크로 광주에 산다는 카페사장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인터뷰 기사를 보지 않았는가. 설령 백번천번 양보하여 그가 국민의 힘을 지지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글도 길어지면 지루해진다. 14화는 여기서 그만해야겠다. 몇가지 더 예시를 들수도 있지만 더 생각하기도 귀찮고 짜증난다. 정작 클루가 연구하고 싶은건 그들이 중국이 아니라 50년도 더 훌쩍 지나버린 우리나라에 출현하게 된 배경이다. 이러다 진짜 논문 쓰는거 아닌가. 마음이 동하면 15화에 언급하고자 한다. 


'조국 사태' 이후 처음 홍위병을 떠올렸을때, 들었던 생각은 이거다.   

태극기 부대가 홍위병이지, 민주당쪽은 청위병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P.S. 추천영화 : 마지막 황제(1987년,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 패왕별희(1993년, 천카이거 감독), 인생(1994년, 장이모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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