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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간감 Jan 11. 2021

사랑 그 꾸준한 유치함에 대하여 <장난스런 키스> 리뷰

[어땠어요] 사랑 그 꾸준한 유치함에 대하여 <장난스런 키스> 리뷰


<나의 소녀시대>로 한국 극장가에서 의외의 흥행을 낚아챘던 프랭키 챈 감독의 신작 <장난스런 키스>가 상영 중입니다.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녀>부터 <말할 수 없는 비밀> 등 대만 영화계가 만들어낸 영화들은 크지 않지만, 꾸준히 한국 극장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나의 소녀시대>를 극장에서 놓친 터라 이번 영화를 서둘러 보고 왔습니다.


 내놓으라 하는 명문 고등학교에 아슬아슬하게 진학한 열등생 위안샹친(임윤 분)은 등교하다 우연히 학교의 킹카 장즈수(왕대륙 분)을 만납니다. 발을 헛딛는 사고에서 장즈수의 도움을 받은 위안샹친은 학교의 대부분의 여학생이 그렇듯 장즈수에게 빠져버리죠. 성적에 따라 A~F반으로 나누는 학교에 다니는 위안샹친은 만나고 싶어도 장스수를 만날 수 없어 실망하지만 포기하지 않습니다. 학교가 화재 훈련 때문에 보안시스템이 정지된 사이 위안샹친은 장즈수를 만나러 A반으로 달려가고 어렵게 장즈수를 만나 가까스로 고백을 하게되죠. 고백과 동거, 운동회가 이어지고 두 사람은 알 듯 말 듯 한 감정을 오가며 다사다난한 19살을 보내게 됩니다.


 <장난스런 키스>는 아주 유명한 일본의 순정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본과 대만에서 드라마화가 되었고 영화화도 될 만큼 90년대를 대표하는 메가히트작이기도 하다네요. 자기밖에 모르는 냉정한 엘리트인 남자주인공과 그런 남자주인공을 덕질에 가까울 만큼 짝사랑하는 여자주인공의 구도는 그대로입니다. 우연치 않은 입맞춤과 여자 주인공의 우당탕탕(?), 가뭄에 콩 나듯 보이는 남자 주인공의 미소도 그대로죠. 우리가 아는 맛 그대로를 잘 가져왔습니다. 다소 과장된 상황과 표정 등 오글거리는 상황과 얼렁뚱땅 넘어가는 개연성 등 아쉬운 부분들도 그대로 유지됩니다.


이 작품이 재미있어지는 부분은 다름 아닌 꾸준함에 있습니다. 프랭키 첸 감독은 제가 언급한 순정만화 코드의 단점들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그리고 딱히 그 단점들을 비틀거나 피해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초반에 관객을 적응시키려는 듯 과장된 표현들을 듬뿍 담아 놓았고, 무엇보다 음악을 꽉꽉 채워놨습니다. 다소 느닷없는 상황과 없어진 손발들을 잘 추스르고 있으면 입장권을 끊고 들어간 놀이공원처럼 즐길 거리가 가득합니다. 두 사람의 내적고민이나 무거운 갈등들은 구색만 맞추고 넘어갑니다. 첫 키스와 왕대륙의 매력 뽐내기, 뜻하지 않은 동거와 운동회 등 채 15분을 넘기지 않는 호흡의 사건들은 말 그대로 정신 차릴 틈 없이 즐겁습니다. 알록달록한 색깔이 가득하고 내내 즐거운 음악들이 흐르는 놀이공원 같은 작품입니다. 다리도 아프고 정신도 없지만 그냥 그 공기가 즐거운, 현실이 아닌 것을 알지만 빠져나가고 싶지 않은.


어딘가 비슷하고 본 듯한 상황이지만 두 사람의 연애를 방해하는 악역 따위 존재하지 않는 대책없는 순수함 또한 저는 매력으로 느껴졌습니다. 어디까지나 이뤄질 수 없는 대단한 상대를 사랑한 여자사람 위안샹친의 무한도전기에 집중되어 있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장즈수의 마음과 위안샹친의 직진 그리고 직진. 이런 작품의 무구함이 <장난스런 키스>가 가진 큰 장점입니다. '여자의 열정적인 짝사랑' 자체를 표현하는 영화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첫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 영화는 자주 남자의 시선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죠. 여성 캐릭터 자체의 깊이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작품의 매력으로 작용하느냐는 질문에는 고민 없이 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손발만 좀 조심하시고 귀여운 데이트 영화로 손색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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