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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돌 Sep 21. 2023

예측, 확률 그리고 운빨

대부분의 승부는 예측을 얼마나 잘하냐로 결정된다.

다음에 벌어질 결과를 예측하고 우리는 매분 매초 결정하고 행동한다. 그 결과를 다시 업데이트하고 다음 결정 과정에 반영한다. 이 과정을 평생 반복하게 된다. 우리 모두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이런 삶을 살아간다.


카페에 가서 케이크를 관찰하고 메뉴를 살펴본다. 케이크의 모양, 상태를 시각적으로 확인하고 가격을 보고 내가 먹을 때의 만족감과 비교한 다음 주문한다. 커피도 마찬가지.


커피를 선택할 때도 커피를 마실 때 내가 느낄 감각적 효용과 쾌락과 내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가늠한 다음 주문한다. 의식하든 하지 않든.


모든 행위는 예측-판단-실행이라는 프로세스를 매 순간 실행하면서 살아간다. 작은 것부터 큰 의사결정까지 모두 동일한 프로세스로 진행된다.


개인의 성공실패 여부도 예측력의 싸움이고 기업경영도 결국엔 예측력의 싸움이다.


이런 상품이 시장에서 먹힐까? 시장은 충분히 존재할까? 우리 역량으로 제대로 된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결국 매출과 손익은 어느 규모로 언제 어떤 흐름으로 발생할까?


이런 검토들이 신사업 추진전략 또는 신사업 기획이라는 이름으로 준비되고 보고되고 결정된다. 보고서 내용의 거의 대부분이 예측이다. 보고서 좀 만들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과장하면 거의 부채도사 점치는 수준이 될 경우도 많다.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쇼핑몰의 구매 버튼을 누르는 것부터 연인을 선택하는 것도, 직업을 고르는 것도 모두 미래 예측에 기반한 의사결정이다.




문제는 그렇게 공들여 이모저모 따져본 예측이 제대로 잘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예측을 논리적으로 명확하게 정의하고 재현성에 방점을 찍은 것이 과학이다. 뉴튼의 법칙이나 아인슈타인의 법칙은 누가 실험을 해도 동일한 조건으로 변수를 통제하면 동일한 결과가 나온다. 실험 환경과 변수를 잘 통제하면 결과가 정확하게 예측 가능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문제는 과학실험과 달리 변수가 많고 대부분의 변수들이 통제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매번 결괏값이 변하고 예측이 틀리게 된다. 우리 인생의 인과관계를 정확하게 전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당연히 재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내가 내린 결정이 어떤 인과의 고리를 타고 세상에 퍼져 나갈지를 알아낼 방법이 없다면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고 살아가야 될까?


삶의 인과관계 해석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우리는 확률로 세상을 이해하려고 한다. 일부는 주술의 세상으로 빠지기도. 사주팔자, 토정비결, 점, 타로, 점성술 등 정말 끈질기게도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요즘 더 핫해진 듯 


확률의 세계는 우리의 상식적인 인식체계와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확률예측에 근거한 결정과 피드백을 살펴보면 조금 묘한 구석이 있다.

예를 들어보자. 30%의 확률로 대박과 70%의 확률로 쪽박이 나는 신사업 안이 있다고 하자. 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A 대표이사는 운 좋게도 30%의 발생 확률인 대박이 나서 선견지명의 경영자라고 칭송을 받고 있다.

반면 70%의 대박확률과 30% 쪽박확률이 나는 신사업 검토 결과를 보고 사업추진을 결정한 B 대표이사는 불행히도 30% 발생확률인 쪽박이 나와서 회사가 위기에 몰리는 상황이 되었다.

이 경우 A대표이사와 B대표이사 가운데 누가 더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린 사람인가? 당연히 B 대표이사이다. 하지만 세상은 B 대표이사는 한심한 경영자로, A 대표이사는 예지력이 있는 대표이사로 평가할 것이다.


과격하게 단순화한 사례이긴 하지만 확률의 세상은 이런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1%의 확률이라도 일어나려면 일어 난다. 그래서 합리적 의사결정이라고 내렸지만 그 결과까지는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운빨이 작용하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확률의 세상이 예측가능해 지려면 독립적인 시행 횟수를 많이 하면 된다. 그러면 누적 결과값이 예측 확률값에 근접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독립시행을 반복적으로 하기가 당연히 어렵다.


크게 성공한 기업가나 경영자, 연예인, 운동선수들의 인터뷰를 보면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저는 정말 운이 좋았어요.


그 말이 사실 겸손의 말이거나 빈 말이 아니고 확률적으로 볼 때는 진짜라는 이야기다.


확률이든 운빨이든 세상을 보는 눈과 촉이 좋아서 예측력이 높은 사람은 대체로 잘 살아갈 확률이 높다. 예측력이 낮은 사람은? 자신이 예측한 대로 또는 기대한 대로 되지 않고 자주 틀어지는 사람은 인생이 고달프기 마련이다.


우리는 예측 가능한 절대적 인과관계의 세상에 사는 것이 아니라 인과관계 해석이 완전하지 못한, 그래서 겨우 확률로 가늠해 보는 세상에 살고 있다. 결국 전부를 알 수 없는... 그래서 운빨로 표현하는.... 그런 세상에 살기 때문에 더더욱 예측력을 키워야 한다.


나를 들여다보면 내가 지나온 과거가 보이고 그 과거는 현재를 이루고 지금 살아가는 오늘은 미래를 품고 있다. 어떤 예측과 판단을 한 다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다시 되돌아보면 그때의 예측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알 수 있다.


좋은 판단이었는데 확률의 세계에서 틀어진 것이라면 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진짜 그냥 재수가 없는 거다.... 하지만 잘못된 판단으로 잘못된 결과가 나왔다면 자신의 사고체계와 판단의 프레임워크를 업데이트해야 한다. 이 두 가지 경우를 헷갈리거나 거꾸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서 대부분 인생이 많이 갈라지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우리는 불확실한 확률의 세상 속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예상과 예측을 열심히 잘 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벗어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는 말이다. 세상사에 대해서 겸손하고 겸허하게 수용하며 살아야 한다. 결론이 좀 이상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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