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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돌 Oct 05. 2023

과잉의 시대

과유불급?

바야흐로 과잉의 시대다. 아직 빈곤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우리나라는 아주 빠른 속도로 결핍과 빈곤을 벗어나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다. 국민소득 3만 불을 넘어선 지 오래고 작년에 3만 1755불을 기록했다. 여전히 나는 돈 없는데라고 느끼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칼로리 과잉의 시대고 40~50대 절반이 비만인 시대이다. 소득 수준이 올라간 만큼 우리의 만족도나 행복도 올라간 걸까? 물질적 풍요가 정신적 풍요도 가져다주었을까?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세계 137개 나라 가운데 57위라고 한다. OECD 38개국 가운데서는 35위라고 한다. (작년기준, 유엔 산하기관 보고서). 좀 사는 나라 중에서는 거의 꼴찌 수준이다.


왜 우린 과거보다 잘 살게 되었는데, 행복해 지지는 못한 걸까?



더 많은 재화, 더 좋고 비싼 상품을 생산해야 매년 성장하고 발전하는 메커니즘이 자본주의다. 소비할 수 있는 여력보다 더 많은 공급이 발생하면 생산과 투자가 위축되어 경기침체로 접어들게 된다.


현대사회의 마케팅은 과잉생산되는 상품과 제품을 더 소비하도록 프로모션하고 세뇌시키는 작업이다. 끊임없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유욕과 과시욕, 식욕과 성욕을 자극해서 더 뭔가를 욕망하도록 자극한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항상 허기지는 삶을 살도록 미디어를 통해 길들여진다. 예전보다 훨씬 더 나은 집, 차, 전자제품과 음식을 향유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수십만 원짜리 오마카세 코스요리를 먹어도 금방 허기진다. 이 허기는 육체적 허기가 아니라 정신적 허기고 갈망이다.


현대인들은 더 많은 돈을 벌어서 더 좋은 뭔가를 소유하고 소비하도록 부추기는 메커니즘에 중독되어 벗어나지 못한다.




공자님이 제자와 대화 중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을 하신 적이 있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의미이다. 부족하고 모지라는 것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많은 과잉 또한 문제라고 하신 말씀이다.


현대사회에서는 누구나 자신을 갈고 닦아서 부와 명성, 지위를 쌓고자 한다. 전문성을 쌓고 이를 통해 뭔가를 성취하고자 한다. 때로는 자아실현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뭔가를 크게 외골수로 성취하게 되면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재산이 많은 재벌가에서 감옥에 가는 사람이 많고, 최고의 권력을 누린 대통령들도 대개 감옥을 가거나 말년을 초라하게 보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하루종일 현란한 광고와 메타포를 벗어날 수 없다. "더, 더, 더"라는 물신숭배의 프로모션들. 모두가 과잉소비를 진작하는 메시지다.

- 더 좋은 집과 자동차, 명품을 소유하고 향유하라.
- 더 멋진 몸과 근육을 갖춰고 최신유행의 멋진 옷으로 가꿔라.
- 더 좋은 학벌과 간판을 가져라.
- 더 멋진 애인과 배우자를 구하라.
- 남들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잘난 아이로 키워라.
- 이런 모든 것들을 향유하기 위해 더 열심히, 더 열정적으로 돈을 벌어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과잉의 메시지에 현혹되어서 혼이 빠진채 소비자로서, 노동자로서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더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탐한다는 점에서 소비자이고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점에서 노동자다. 이 두개의 삶을 동시에 살아내야 한다. 이게 뭐 하는 짓인지....


과유불급, 여전히 현대사회에도 유효한 삶의 지침일까, 아니면 낡은 옛날 공자님 말씀일 뿐일까?


너무 공부만 하고 일만 하다 보면 몸에 병이 나거나 번아웃이 올 수 있다.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그렇다고 하지 않고 놀고 먹기만 하 거지꼴을 면하기 어렵다.


중용의 덕. 균형의 아름다움. 절제의 미덕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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