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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돌 Oct 02. 2023

피지컬의 시대, 몸의 욕망

누군가 욕망해 주기를 욕망한다.

바야흐로 몸의 전성시대다. 얼굴 성형을 넘어 전신 성형이 유행하고 헬스와 PT, 프로틴 드링크로 멋진 몸을 과시하는 시대다. 바디 프로필을 찍고 남겨서 몸의 전성기를 박제화하는 게 유행이다.


패션의 완성은 몸매다


이 말이 유행할 때만 해도 수긍도 되고 납득도 되는 이야기였다. 레깅스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몸에 대한 탐구(?)와 관심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날씬함을 넘어서서 식스팩과 복근, 탄탄한  엉덩이와 볼륨감 있는 가슴이 TV와 영화를 넘어 일반인들의 SNS에도 등장하기 시작한 지 오래다.


의 상품화가 점점 노골화되기 시작했고 몸을 중심에 둔 예능이 시청자들의 눈을 잡기 시작했다.


섹시함이 매력자본으로서 전면에 등장한 역사는 오래되었다. 그런데 지금 다시 피지컬에 대해 폭발하는 유행과 관심은 무엇 때문일까?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 자크 라캉


누구나 탄탄한 몸매와 근사한 식스팩을 갖고 싶어 한다. 하지만 과거에는 그런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았고 일반인들이 과감하게 몸을 노출시키는 것에 부담이 적지 않았다. 이젠 분위기가 확실히 바뀌었다.




매끈한 복근과 탄탄한 근육, 늘씬한 몸매는 사실 많은 것을 이야기해 준다. 자기 몸관리를 철저히 할 만큼의 여유와 그걸 실행할 강력한 의지력이 있다는 반증이고 확실한 물증이다.


이 여유에는 경제적 여유. 시간적 여유, 정신적 여유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정신력은 고통을 참아내는 인내력, 지치지 않는 꾸준함, 근육과 근력을 향한 불같은 집념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야근을 자주 하고 불규칙한 생활을 하는 말단 직장인이나 대부분의 샐러리맨이 대열에서 탈락하기 쉽다.


PT를 받거나 적어도 헬스장을 규칙적으로 다니고 단백질 보충제를 사 먹을 수 있는 경제적 여유가 없는 대다수 알바생, 대학생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식단관리와 시간관리를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정신적 여유와 시간적 여유없으면  쉽게 도전하기 어렵고 도전하더라도 지속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피지컬이 탁월한 사람들이 예전보다 훨씬 많이 보인다. 거리에서, 상점에서, 사무실에서. 이들은 누구일까?


여러 난관과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피지컬을 만들고 완성해 가는 초인(?)적인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그런 불굴의 의지와 정신력으로 몸을 만들고 유지하는 사람들에게 존경과 응원을 보낸다. 진심이다. 진짜 어려운 일이라는 것, 알고 있다. 나도 몇 번 시도해 봐서 안다.




피지컬이 좋은 게, 나쁠 일은 아니다. 건강해서 좋고 보기 좋아서도 좋다.


다만 내가 경계하는 지점은 피지컬이 겉으로 드러난 신분의 상징이 되고 이게 차별과 계급으로 작용하는 낌새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젠 몸의 상태와 조건이 상대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신분과 계급의 상징으로 작동하고 있다.


버킨 백이나 필립 파텍보다 매력적인 몸매와 잘 관리된 근육질의 피지컬이 사회적 신분을 더 잘 드러내는 징표가 되었다.


자본주의와 결합한 피지컬은 그 자체가 하나의 상품, 인간욕망을 드러내는 매개체로 작동한다.


을퉁불퉁 솟은 광배근과 이두박근은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은 몸이라는 과시욕을 드러내고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한 수단으로 프로모션된다.


타인의 욕망이 되기를 욕망한다.

                     -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 中


건강하고 멋진 몸을 가꾸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이게 지나쳐서 피지컬에 대한 물신숭배가 되지 않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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