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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셨습니다. 어디로?

Pass away? 죽으면 어디로 가나?

by 조은돌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는다.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죽음을 떠올릴 때 혼자 궁금하게 생각하던 게, "오늘 OOO님이 돌아가셨습니다."라는 표현이다.


돌아갔다? 어디로? Go back 했다는 이야기인데 어디로 go back 했다는 이야기일까?




영어에서는 죽는다는 단어가 die 또는 decease이지만 우리의 '돌아가셨다'처럼 완곡한 표현은 pass away이다.


pass가 일정한 선을 통과하는 것이고 away가 저쪽 편을 이야기하는 것이므로 pass away는 말 그대로 이 세상을 넘어서 저쪽 세상으로 가버렸다는 의미이다.


반면 우리의 "돌아가셨다"는 표현은 망자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의 세계로 되돌아갔다는 의미이다.


우리나 서양이나 결국 저쪽 세상으로 갔다는 표현이니 비슷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곰곰이 따져 보면 큰 차이가 있다.


우선 다음 생에 대한 내생관(來生觀)부터 큰 차이가 난다.


서양의 pass away는 이 세상을 넘어서서 다른 차원의 다음 세상으로 갔다는 의미로, 그것이 천국이든 하나님의 세상이든 영원히 다른 차원으로 간 것이고 이로써 이 세상과의 관계는 끝이 난 셈이다. 그러므로 서양에서의 죽음은 말 그대로 이 세상 모든 것과의 Goodbye 로 봐야 된다.


반면 우리의 "돌아가셨다"는 태어 나기 이전 세상으로 돌아간 것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이 세상으로 다시 되돌아올 것 또는 올 수 있다는 암시를 깔고 있다. 윤회(輪回)의 사생관인 셈이다. 삶이 반복되고 윤회하기 때문에 동양에서의 죽음은 끝이 아니다. 새로운 시작이다.


서양에서의 죽음이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 버린 것이라면, 동양에서의 죽음은 연극의 1막이 끝나고 커튼이 내려와 잠시 쉬는 시간에 불과한 것이다. 곧 2막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다.


이런 사생관의 차이는 문화적 차이, 세계관의 차이를 가져오기도 했다. 예를 들면 자연에 대한 관점 차이다.


영원히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곳이라고 한다면 우린 머무르는 동안 마음껏 나무를 자르고, 땅을 개간하고, 공장을 짓고, 폐수를 흘려보낼 수 있다. 즉 착취와 개발의 대상으로서 자연을 대하게 마련이다. 반면 내가 앞으로도 수도 없이 다시 찾아와 머물고 살 곳이라면 함부로 막 대할 수 없다. 당연히 자연을 보살피고 아끼고 가꾸는 마음을 갖게 된다. 사람 마음이 그렇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서양은 자연을 개발과 정복의 대상으로 보는 반면 (요즘은 많이 바뀌긴 했지만) 동양은 자연을 함께 더불아 살아가야 하는 터전으로 본다. 동양이 아무래도 자연친화적인 문화를 갖게 된 이유가 아닐까.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들던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서양의 "pass away"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그런데 정말 죽어서 돌아갈 그곳, 내가 떠나온 근원. Origin이 있기는 한 걸까? 궁금하긴 한데 알아볼 방법은 하나밖에 없고. 기다리다 보면 언젠간 우리 모두 그 답을 싫든 좋든 알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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