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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으니 Aug 23. 2016

작은 화단 가꾸기

서른에 차린 카페 일상


나의 로망 카페 라이프?

나의 로망 시골라이프!



이것은 화단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로망에 대한 이야기이다.


동시에 익어가는 토마토와 함께 아.주. 조금씩 꿈을 향해 가는 성장 이야기라나 뭐라나..




대학시절 나는 귀농(혹은 농촌생활)하고 싶다고 친구들에게 말했다가 비웃음을 당한 적이 있다. 그것도 주기적으로 자주 얘기해서 친구들이 진저리를 쳤다. 도시에서만 살아봐서 시골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농사일이 얼마나 고된지 몰라서 그런거라고.


나는 로망의 일부라도 실현해 보기 위해 텃밭이나 정원 혹은 하다못해 화단이라도 키웠어야 했는데.. 팍팍한 직장인의 삶에 그런 아름다운 것들이 끼어들기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난 게을렀다.


그러다가  카페를 하게 된 후 나의 농촌 생활에 대한 동경과 로망을 미니 화단으로 풀어낼 기회가 생겼다.

 

내가 선택한 아이들은

*토마토와 방울토마토,  상추랑 작은 꽃들*


상추...읭????




가게 앞을 초록초록하게 꾸며야지 ! 라는 다짐은

상추를 심어야지! 라는 다짐으로 이어지고 주변인들을 당황하게 하였으니....


카페에 어울리지도 않게 웬 상추를 심는다고..?


하지만 뭔가 유용한 것들을 심고 싶었다. 그래서 토마토와 상추로 정한 것



화단도 나무로 하나하나 다 셀프로 만든 거다.

물론 난 아이디어만 만들어냈고 실물은 목수아저씨가..^^*


그리하여 탄생한 작은 화단이다

친구커플이 열심히 흙을 넣어 주었다

흙을 사오고 안에 심을 꽃과 토마토 모종 그리고 상추씨앗을 동네 화원에서 사왔다. 요샌 화원도 별로 없어서 사오기도 힘들었다.



멀리서보면 작은 화단은 이런 모양이다. (멀리서보니까 좀 빈약하기 짝이 없네)


토마토는 금방 자라났다. 흙이 비옥하지 못하니까 비료를 줘야한다는 화원 아주머니의 말에 비료도 사다가 종종 뿌려주었더니 잘 자랐다.


안녕 탱탱한 토마토야!
얘넨 방울토마토
수확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방울이들



5월엔 비가 종종 왔고 비님과  햇님 덕에  잘 자랐다.



하지만 열매가 열리고 내가 기쁜 마음으로 수확 하기도 전에 열매들이 사라졌다.


종종 아이들이 신기해서 내 꽃나무에게로 다가와 꽃잎을 (이뻐라해주긴 커녕!!) 쥐어뜯어놓을 때면 내 마음도 같이 뜯겨져나가는 것 같았다. 맙소사. 이런 날이면 매우 슬퍼졌지만

지금은..  정의의 이름으로 용서해주었다. 


사실 사라진 열매들보다 뜯겨진 꽃잎보다 더 한 일들도 많은게 카페일상이니까!



비오는 날의 카페 풍경.jpg


토마토에 비해 상추는 자라지 않았다. 씨도 뿌릴 줄 모르는 내가 한 자리에 한 움큼씩 씨앗을 뿌려서 새싹들이 엉겨서 자랐던 것.


그걸 보고 이웃아저씨가 상추를 솎아주셨다.

애기들도 같이 와서 훈훈한 풍경을 연출해주었다.




삽대신 숫가락으로 상추를 고르고 계신다.

한 자리에 너도 나도 자리 주장하며 자라난 새싹들. 미안해 상추들아 누나가 몰라서....


아이가 해맑다.

열심히 상추를 다듬었으나.. 결국 상추는 거두지 못했다.



대신 앙증맞은 방울 토마토 첫 수확을 했다.

그리고 이쁘게 먹었다는...^^


나의 농촌라이프 로망은 이렇게 소박하게 카페의 한 귀퉁이에서 현실과 타협완료.



여전히 아침 저녁으로 미니화단을 확인해 보고 물을 주는 것은 물론 사랑도 속삭여준다ㅡ ♡

이제 이 일도 하루 일과가 되었다. 돌봐야 할 것이 있다는 건 기쁜 일이다.




로망에 대하여


나는

도시를 떠나 시골 라이프를 선택한 사람들을 예찬하고 있다. 그들의 삶의 방식이 부러워서 시골라이프나 귀농에 대한 책도 많이 읽었다. 하지만 도시를 떠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 나는 그저 책으로나 블로깅으로 시골라이프를 흠모한다.



불현듯!!

내가 시골 라이프를 동경하듯 누군가는 내 카페 라이프를 동경할지도 모른다는 생들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꼭 미리 말해줘야겠다.

 ㅡ 나는 카페를 차리는 것이 꿈이 아니었다.고.

 게다가 카페 창업 자체가 꿈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그것은 대략 위험한 발상이다.  



우리는 꿈이라는 단어를 어떤 수단에 붙일 때가 있다. 돈 많이 버는 게 꿈이야, 집 사는 게 꿈이야 이런식으로 말이다.

이것들은 꿈이 되어서는 안된다.


카페를 운영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카페를 하고 싶다면 그 이유를 잘  생각해 보아야한다. 왜 하필 카페인지. (쉬워보여서?너도나도 하니까??이러면 안된다)



무엇을 위해서? 무엇을 원해서?
이 두 가지를 곰곰히 생각해 봐야한다.



나도 말하기 쑥스럽지만 꿈이 있다.

그것을 위한 초석이라고 생각하고 근면하게 일하고 있다.


카페 창업이 로망인 이 시대는

많은 젊은 이들이 꿈을 잃었기 때문이고 중년의 삶이 나아갈 방향이 없어서 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너도 나도 창업을 열망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말입니다. 카페 운영도 중노동입니다.

사실 영세한 자영업자는 더 더 더 힘들어요. 게다가 저는 4개월째 하루도 쉬어본 적이 없..)



그러니까 우리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인 오늘,

인생에 목표가 무엇인지 무엇을 하며 살고싶은지 무엇을 위해 살고 싶은지 무얼 원하는지부터 열심히 생각해보자!



다시 나 작은 화단으로 돌아와서.



요새 나의 미니 화단엔 가뭄이 들었다.

날이 더우니 아무리 물을 줘도 아이들이 마른다.



괜찮다.. 가을이 오고 있다.

가을엔 더 풍성하게 열매 맺을거다..



그리고 나.

도  척박한 자영업에 뿌리 내린 연약한 생명체이지만 굳세게 자리잡아 나갈수 있길...바란다.


내가 이루고 싶은 삶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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