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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Aug 17. 2019

마음은 잘 먹습니다

마음이라도 매일 잘 먹어보자

작심삼일은 의외로 놀라운 단어다


우리는 어떤 목표를 세운 뒤, 금방 그 목표를 포기하는 모습을 보며 작심삼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를 정직하게 돌아보고 다시 이 단어를 바라보자 놀라움이 느껴졌다. 마음 한 번 먹은 걸 3일 동안이나 할 수 있다니. 다이어트로 치면 오늘부터 다이어트해야지 하고, 3일 동안 계획대로 해낸다는 이야기. 이론상으로는 1년에 120번 정도만 마음먹으면 1년 내내 다이어트를 할 수도 있다.


나는 마음을 잘 먹는다. 책을 읽으면서 긋는 밑줄과 적어둔 메모에는 내가 먹은 마음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마음먹은 대로만 살았더라면, 한 번 마음먹을 때마다 그렇게 3일 동안 살 수 있었다면, 내 삶은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다.


브런치에 쌓인 300여 개의 글을 한 번 쭉 빠르게 봤다. 4년 전부터 쌓여온 다짐들. 어떤 건 이땐 이렇게 쉬운 걸 힘들어했구나’ 하면서도 대부분은 ‘이땐 이게 됐다고?’하는 것들이 많다.


https://brunch.co.kr/@chaeminc/335


나는(사람은)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지금도 종종 <미라클 모닝>을 읽고 실천해본 내 이야기를 읽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야 말하자면 나는 위 글대로 한 3일 정도 지내고, 금방 원래대로 돌아왔다. 글에 적힌 뉘앙스만 보면 인생이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한 것 같지만, 내가 평생 해둔 게 있는데 쉽게 달라질까 싶기도 하다. 한 10년 정도 숙면을 위해 고군분투한 입장에서 <미라클 모닝> 라이프를 실패한 타당한 이유야 얼마든지 제시할 수 있지만, 이유가 해소됐다 하더라도 오래가지 못했을 것 같다.



우리는 왜 달라지려 하는가

우리는 대부분 더 나은 삶을 꿈꾼다. 정작 원하던 대로 되면 그다음엔 어떻게 할지 모르지만(원하던 대로 된 적이 없어서!), 일단 그 원하던 모습을 갖기 위해 분투한다. 그 깊은 이유야, 곰곰이 생각하면 다 다르겠지만, 각자에게 필요한 ‘행복’, ‘만족’, ‘성공’을 위한 것일 테다.


달라지기 위해 마음만 잘 먹는 건 나뿐만이 아닌 건 잘 안다. 1월의 헬스장은 기구 하나에만 5명이 줄 서있지만, 3월만 되어도 한산해진다. 나는 1월에 하면 추워서 안 갈 것 같아 3월에 가봐서 안다. 4월은 더 한산했을 것이다. 나는 안 갔으니깐.


꽤 많은 돈, 시간, 에너지를 한 번 먹은 마음 때문에 소진한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일은 계속 발생할 것이다. 냉정히 생각할 때 모든 사람이 생각한 대로 살아갈 수 있다면, 토익 학원에 사람들이 1월부터 12월까지 결석하지 않거나, PT 트레이너가 짜준 식단을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다거나 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무슨 문제일지는 모르겠다. 그런 일은 없었으니..)



달라지지 않는 건,

솔직히 달라지길 원하지 않았으니까


당신의 삶은 당신이 참고 싶은 만큼이다. 한번 생각해보라. ‘저것만 아니면 내 삶이 더없이 행복하고 따뜻할 텐데……’라고 생각되는, 지금 당신 삶을 망쳐놓고 있는 지독한 어둠의 그림자는 무엇인가? 어떤 문제인가? 다니는 직장이 싫은가? 사귀는 사람과 잘 안 맞는가? 건강에 문제가 있는가?

그래, 좋다. 새 직장을 구해라. 그 사람과 헤어져라. 식단을 바꾸든가, 운동을 하든가, 아니면 필요한 도움을 받아라. 간단해 보이지 않는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나 계약의 무산처럼 내게 아무런 결정권이 없어 보이는 일조차, 그 사건 ‘이후에’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해서는 스스로에게 광범위한 결정권이 주어져 있다.

그 상황을 바꾸기 위한 의지가 없다면, 다시 말해 지금의 상황을 기꺼이 참고 견디겠다면, 좋든 싫든 그게 바로 당신이 선택한 삶이다. <시작의 기술>, 개리 비숍 저



솔직히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원하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


<시작의 기술>이란 책에서 목표를 못 이루는 건, 내가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맞는 말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싶지만, 실은 원하지 않던 삶도 살고 싶어 한다. 둘 중 더 많은 먹이를 먹는 건, 대개 나와 오래 함께 한 후자의 늑대이다. 당연히 힘이 좋은 늑대가 내 삶을 좌우한다. 먹이를 주는 건 나다. 솔직히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원하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


나도 내가 원하던 삶을, 내가 원하지 않아서 이루지 못하는 모순 같은 상황을 자주 겪는 게 화가 난다. 내가 선택한 내 삶의 모습을 볼 때 답답해진다. 누구도 내게 넷플릭스 보다가 늦게 자라고 명령 한 적 없다. 누구도 내게 돈을 주고, <기묘한 이야기> 시즌3까지 3일 안에 다 보라고 한 적도 없다. 내가 원해서 했지만, 나는 내 선택이 만든 하루에 화를 내고 있다. 



작심삼일이 어쩌면 답일 지도

그럼에도 계속 원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진 않았다. 내 한 편에선 지금처럼 살고 싶어하지만, 적어도 이성적으로 생각할 때만큼은. 어떻게 하면 이 난국을 헤쳐나갈지 고민했다. 그 실마리는 작심삼일에 있었다. 한 번에 바꾸기가 어렵다면 조금씩 나아지면 되지 않을까. 마음을 먹으면 최소한 3일 동안, 적어도 1일은, 아니 그래도 반나절 정도는 나아질 수 있으니까.


습관에 관한 모든 책들이 다 작은 습관으로 시작하란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 공부 뽐뿌가 와서 무작정 12개월짜리 영어 학원 수강을 듣지 말고, 출퇴근 길에 영어 단어 3개 정도만 외우는 수준에서 시작해보는 것이다.


좋은 소식은 긍정적 자기 대화가 기분을 극적으로 끌어올려주고 자신감을 높이며 심지어 생산성까지 향상시킨다고 많은 연구 결과들이 지속적으로 확인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하트 교수의 실험에서 볼 수 있듯이 실제로 긍정적인 자기 대화는 행복한 삶, 성공한 삶의 핵심 요소가 될 수도 있다. 나쁜 소식은 정반대의 경우도 고스란히 사실이라는 점이다. 부정적 자기 대화는 기분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무력감을 느끼게 만들 수 있다. 작은 문제도 크게 보이게 할 수 있으며 심지어 없던 문제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충격적인 속보가 있다. ‘자기 대화는 우리가 상상도 못할 방식으로 우리를 망쳐놓고 있다’는 것이다. <시작의 기술>, 개리 비숍 저



(좋은) 마음을 매일 먹으면 되지 않을까


하루에 한 번씩만 마음을 먹자. 한 번에 멀리 갈 수 있지 않다면, 조금씩 꾸준히 가면 된다. 매일 먹어야 달라질 수 있으니 마음의 양식들을 계속 만들어 먹으려 한다. 내가 지금까지 수집한 마음먹게 한 재료들로 요리해보려 한다. 여기에 쓰면서 한 번 마음을 먹지만, 어쩌다 그 글이 좋은 반응을 얻을 때면 양심에 찔려서 하루 더 마음을 먹곤 한다.


마음 먹은 대로 단번에 달라지지 않아도, 자신을 비하하지 않으려 한다. '나는 역시 안 돼' 대신 '오늘 마음을 잘 먹었던가?' 돌아보려 한다. 종합영양제 먹는 걸 깜박했다가 먹는 마음으로. 마음의 흡수율은 무척 낮지만, 낮으면 자주 먹으면 된다. 영양제처럼 가볍게 먹어도 충분하다.


나를 위해 쓰는 글이지만, 나와 같은 이들을 위한 글이다. 나는 쓰면서, 독자들은 읽으면서 하루씩 마음먹고 잘 살 수 있다면 그만한 일이 있을까? 우리 같이 마음먹은 대로 살기 위해, 그 날이 오기까지 꾸준히 써보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문득 내가 원하는 대로 살게 될 때 나는 어떤 글을 쓰게 될까?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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