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은 없는데 자신감은 넘쳤던 시절

by 정명훈

지금 생각하면 웃긴데,

그때는 진심이었다.


매출 0원.

고객 0명.

근데 확신은 200%였다.


IR 자료 만들면서

"우리 시장 규모 5조입니다" 썼다.

경쟁사 분석표에 우리 강점을 빨갛게 칠했다.


투자자 앞에서 "1년 안에 MAU 10만 달성합니다" 말했다.

근거는 없었다. 그냥 그렇게 믿었다.


투자자가 물었다.


"지금 실제 사용자가 몇 명이에요?"


"아직 출시 전입니다."


"그럼 이 수치는 어떻게 나온 거예요?"


"시장 조사 기반으로 추정했습니다."


그 표정을 아직도 기억한다.

더 묻지 않았다.

자신감이 나쁜 게 아니다.

창업에 자신감은 필요하다.


근데 근거 없는 자신감은 남한테 통하지 않는다.

본인만 믿는 거다.


그때 내가 가졌어야 할 건 자신감이 아니라 검증이었다.


고객 10명한테 물어보는 것.

작게 팔아보는 것.

틀리면 고치는 것.


그게 쌓인 자신감은 달랐다.

근거가 있으니까 흔들리지 않았다.


매출 없이 자신감 넘치는 시절,

다들 한 번씩 겪는다.


그 시절이 창피한 게 아니다.

거기서 멈추는 게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