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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우 Jan 06. 2018

날씨가 좋다, 무작정 집 밖으로

섬 땅, 제주도 한 달 살기 EP.011



여행을 좋아한다면, 카메라를 구매하라. 세상의 아름다운 모습을 내가 직접 담아내는 것에는 큰 흥미로움도, 소소한 감동도 있으니 … 아침부터 새가 짹짹거린다. 내가 살고 있는 삼달리의 일상은 그렇다. 어릴 적 새벽에 울던 가죽 동물들 때문에 잠에서 깨던 것과 비슷한 환경이랄까? 하루하루 행복을 찾아서 고민하는 우리 부부에게 이곳, 제주는 지금 생각해도 매우 괜찮았던 공간이었다.


날씨가 좋다는 것은 세상이 예쁘다는 뜻이고,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세수를 대충하고 곧바로 외출 준비를 해본다. 정해져 있지 않은 행선지가 오히려 더 큰 설렘으로 다가온다. 어딜 가서 무얼 만날지 모르는 미래는 그래서 흥미로운가 보다. 다행스럽게 이 땅은 언어가 통하지 않은가?




날씨가 좋다, 무작정 집 밖으로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남은 한 손으로는 수아와 놀아준다. 이제 이게 가능해졌다. 육아란 것은 사람의 육체를 무섭도록 발전시키는 신묘한 매력이 있다. 오늘 운전은 안나가 맡았다. 제주도로 떠나 오기 전에 취득했던 운전면허. 제주도는 그런 안나에게 좋은 연습 무대가 되고 있다. 좁은 골목길과 뻥 뚫린 도로는 안나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었고, 실제로 매우 도움이 됐나 보다. 아, 대신 신호에 몇 번 걸린 것을 빼면...


1년엔 난 제주도를 서너 번 방문한다. 사적으로든, 일적으로든 일반인보다 제주도를 조금 더 방문하는 편이다. 이곳저곳을 많이 가봤다고 생각하면서도 스쳐 지나가는 다양한 풍경들을 바라보면 이 섬이 얼마나 거대한지 짐작이 된다.







외출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보다 수아였다. 우리 부부가 준비하는 과정만 봐도 이제 나갈 것을 짐작하는지, 어서 나가자고 보챈다. 말은 하지 못해도 그 행동과 눈빛으로 우리는 알 수 있다. 아주 작은 아이지만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녀석도 생각하겠지. 오늘은 어딜 갈까?











그렇게 차를 몰고 가다가 한 악세서리 매장을 발견하고 그대로 주차를 시도하는 안나. 이런 것을 좋아한다. 작은 공방점이나 앤티크 한 공간을 좋아하는 여성. 슬며시 나도 둘러본다. 시골 마을에 위치한 이 악세서리점은 꽤나 흥미로운 공간이었다. 읽을만한 책과 제주도에서 유명한 다양한 선물들, 특히 제주도에서 발간되는 한 잡지가 괜찮았는데, 우리 부부 또한 그 페이지에서 제주도 여행 팁을 찾곤 했다.











도시 여자가 시골 남자를 만나니, 자연스럽게 시골 골목을 걷는 것에 익숙해졌다. 아주 가끔 도시의 편의성이 그리울 때도 있지만 넓은 시야와 함께 조용히 걷는 이 시간을 놓치고 싶진 않았나 보다. 근처 마을 길을 함께 걷기 시작했다.











상당히 맑은 날에.











지인들에게 나눠줄 선물을 잔뜩 구매해놓고선, 본인은 사탕 하나만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 달콤함으로 저벅저벅 걸어나간다.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던 수아란 녀석은 그녀 품에서 그대로 잠든 채.











따뜻했던 오후 햇살.

집에 가서 좋은 음악을 들으며, 그대로 잠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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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K에서

"뭘 이리 많이 골라..."
"나 곧 복직해, 선물 사가야 돼."
"그럼 나도 좀 사주라.."
아내 그리고 딸 아이와 함께 제주도 한 달 살기를 다녀온 뒤 작성하는 여행 에세이. ⓒRawk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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