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비스직이 아니에요
(퇴사시리즈 이어서)
나름 열정을 가지고 도전했지만 퇴사를 하기로 했다.
언제나 직장은 나를 어렵게 한다.
취업이 되지 않아서 겪는 불안이나 어려움이 더 크지만, 그럼에도 나는 다시 나왔다.
나는 내가 예민하고 감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회사에서 이걸 티 내지 않으려고 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상사는 매우 감정적인 사람이었다.
본인의 기분 상태에 따라 기복이 굉장히 컸다.
다른 팀 사람들이 보고를 할 때도 오늘 기분 어떠신 거 같냐 물어보고 보고를 할 정도였고
기분에 따라 결재를 받지 않기도 했다.
그 상사는 나를 매우 못마땅해했다.
나는 직장에서 그리 다정다감한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에 내 할 일만 잘하면 된다라고 생각했고,
그런 점이 그 사람이 나를 더 싫어하게 만들었다.
"너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가 어렵다."
"개인적인 얘기 안 하는 게 좋은 줄 알지, 그거 아니다."
"나는 너에게 잘해주는데 너는 마음의 문을 닫고 있다."
"기대감을 갖고 있는데 내 기대와 반대로 행동한다."
나는 계속 가스라이팅을 당했다.
"내가 이런 건 다 너의 탓이다."
"여기서 이 정도도 못 버티면 너는 어딜 가서도 버틸 수 없다."
"다 너 잘되라고 하는 것이다."
이 말은 저주가 되었다.
한동안 나의 문제가 뭘까 계속 나에게서 문제를 찾고 고민하고 자신감이 하락했다.
여기가 아니라 어딜 가도 나는 못할 거야. 문제가 될 거라 생각했고 괴로워했다.
나는 내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했다.
객관적으로 글을 써놓고 보니 또라이라는걸 금방 알 수 있지만
매일, 매달, 매년 내 성격이 이상하다고 압박하는 사람과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 어느샌가 나도 내가 그런 사람인가 생각할 수밖에 없다.
기분이 나쁠 때는 소리를 지르고 결재를 받아주지 않았지만 기분이 풀리면 장문의 카톡을 일방적으로 퍼부어서 인간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고 나를 아낀다고 했다.
그렇게 매번 달라지는 모습으로 일관성이 없어 언제 또 돌변할까 나를 매일 불안하게 만들었다.
나는 내가 다시 우울해졌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취업준비로 우울해진다고 생각했지
직장문제로 우울 해진다는 건 몰랐다.
우울해지면서 무기력하고 인지능력이 굉장히 떨어지고
불공정하게 때리는 대로 그저 맞고만 있고
쉬운 일도 기억하기 힘들어지면서 실수가 잦아졌다.
나에게 마지막엔 퇴사할 거냐고 묻고
감정을 털어놓기를 강요했다.
(공개적으로 모든 팀원이 있는 곳에서)
사실 그동안 감정 쓰레기통 노릇 하느라 너무 힘들었네요. 기분에 따라 맞춰주기도 힘들었고 업무 외적인 노력이 너무 필요해서 괴로웠습니다.
저는 이걸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업계는 좁고 권력의 크기는 달랐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결국 입 닫고 퇴사밖에 없었다.
상사는 내 성격 탓을 하며 사람들과 잘 지내지 않는다 분위기를 흐린다라고 했지만
나를 아끼는 몇몇 사람들이 너는 좋은 사람이다 잘못된 게 아니야라고 끊임없이 말해줬기에 제정신으로 나올 수 있었다.
어차피 나가면 너만 이상한 사람으로 여론 몰이하니 그냥 말을 아끼고 나가는 게 좋을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이 그 상사 성격 이상한 걸 모르는 건 아니다고 해서 조용히 나왔다.
복수를 하지 못한 채 나와서 답답한 결말일 수는 있다.
누군가는 나에게 들이받고 나오지 그걸 참고 나오냐고, 그래서 너를 만만하게 보고 더 짓누르는 거라고 했다.
이 사람에게 본때를 보여주지 않아 계속 반복될 거라고, 누군가는 또 당할지도 모른다고 목소리를 내라고 했다. 당연히 내가 선택한 게 답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최선을 다해 잊기로 했다.
나는 망가지지 않고 내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앞으로 행복한 걸로 내 인생을 채울 것이다.
저 사람의 삶은 계속 저렇게 반복될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되뇌이며 퇴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