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의 인생수업에 행복이라는 숙제밖에 없기를
“전국에서 제일 멋진 초등학교인 것 같아!”
가끔 학교 운동장에서 장군봉을 배경으로 서있는 학교 건물을 바라보면 절로 나오던 감탄사였지. 이 멋진 학교를 이제 너희들이 떠난다니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구나.
가끔은 조금씩 천천히 다가왔으면 하는 시간들이 있단다.
오늘 너희들의 졸업식이 열리는 바로 이날이 어쩌면 그런 날들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수줍은 듯 학교로 걸어 들어가는 너희들 뒷모습을 보며 바라보던 그 많은 아침 풍경들이 이제 추억으로만 남는다고 생각하니 ‘졸업’이라는 말의 의미를 오늘 다시금 마음 깊게 새기게 되는구나.
벌써 졸업이라니. 6년의 시간이 너무 순식간에 지나간 듯해서 아빠는 너의 졸업이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편지로 어떤 말을 써야 할까 며칠을 고민하며 생각에 잠기었다. (그 6년 동안 네가 아빠에게 주었던 행복의 조각들을 하나둘 퍼즐처럼 맞추는 기분이 들었단다.)
네가 가조초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너의 아빠라서 뿌듯했고 함께 같은 시간 속을 걸어갈 수 있어서 늘 행복하고 감사했다. 너의 그 시간들이 아빠에게도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오늘 졸업식날 새삼 깨닫게 된단다.
너도 아빠도 초등학생과 초등학부모는 처음이었기에 함께 지나온 시간들은 아빠인 나도 같이 배우고 성장하는 수업 시간이기도 했다. 아빠도 늘 배우는 학생의 마음이 들었었고 그동안 아빠의 부족한 부분을 너의 웃음으로 채워주어 너무 고마웠단다.
때론 실수하고 때론 성취하며 배우는 학교의 시간들 속에서 너는 성큼 자랐고 아빠도 덩달아 함께 마음이 조금 더 자란 듯하다.
집에 와서 학교 얘기로 한창 수다를 떨 때면 아빠도 마치 초등학교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듯한 기분이 들곤 했지. (그 시간들이 아빤 참 좋았는데 중학생이 되어도 너의 수다를 계속 들을 수 있길 욕심을 내 본다.)
[인생수업]이란 책이 있는데 류시화 시인이 서평에서 적은 멋진 글이 있어 소개하고 싶구나.
“인생수업엔 행복이라는 숙제밖에 없다.”
인생에 정답이 없다지만 만약 단 하나의 정답을 고르라면 아빠는 이 말을 선택하고 싶단다. 행복이라는 숙제밖에 없다니. 그런 수업은 절로 듣고 싶겠지. 아마 그 학교를 졸업하기가 싫을 것 같구나. 하지만 인생수업이라 숙제는 꼭 해야 할 테니 우리 모두 행복에 대해서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하겠지.
모든 부모의 마음 또한 너희가 정말 행복하길 바랄 테니 같이 함께 행복이란 숙제를 풀어 가볼까?
얘들아,
작은 걸음이지만 너희가 얼마나 많이 왔는지 뒤돌아봐.
우리는 우리가 걸어왔는 만큼 더 나아갈 수 있단다.
이제 너희들의 걸음은 지금보다 더 커지겠지.
더 성큼 걸어가고 더 넓은 생각을 펼치게 될 거야.
매일이 행복하고 결과보단 과정을 오롯이 즐기는 너희들의 오늘이 계속되길 아빠는 응원한단다. 그런 너의 모습을 지켜보고 함께 하는 것이 아빠의 행복이기도 함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물론 오늘 졸업식도 행복한 하루로 오래오래 기억에 남길 바란다. (하얗게 쌓인 흰 눈의 풍경과 함께.)
나의 딸, 6학년 너희 모두의 졸업을 행복한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축하한다. 너희 모두의 내일이 행복한 오늘로 매일매일 가슴 뛰며 이어지기를 응원할게.
사랑한다.
- 오늘 너희들이 정말로 부러운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