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타기

너를 떠나보냈다.

by JONGREE

김동영 작가의 책 “나만 위로할 것”에 나와있는 카페 “babalu”에 가서 자리에 앉아 그는 여기서 어떤 글을 쓰고 어떤 생각으로 했을까 상상하며 그에게 편지를 썼다.

To. 얼굴을 한빈도 본적 없는 당신

2012년, 당신의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어요. 책을 읽는다기보다는 당신과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고 당신과 같은 이야기를 상상해보고 제 나름대로 소화시키며 생각해봤었죠. 그 이후 당신의 책이 나왔는데, 아이슬란드에 있으면서 썼던 글들이었어요. 아이슬란드... 너무나 생소한 나라였고 나도 그곳에서 글을 쓰면 잘 쓰여질 것 같다는 막연한 상상을 시작으로 아이슬란드에 꼭 가보고 싶어 졌어요. 그때부터였나 봐요 그곳으로 가보고 싶었던 게... 그렇게 갈망해오다가 이제야 오게 됐네요.

“Cafe babalu” 당신은 이 곳 2층에서 글을 썼다고 했었고 그곳에 제가 앉아있어요. 이곳에 앉아 제가 만든 책을 꺼내고, 당신의 책도 꺼냅니다. 4년간 기다린 시간 혹은 기리던 시간. 그 무게와 함께 이곳에 앉아서 커피를 마십니다. 당신은 몰랐겠죠. 누군가 당신의 책을 가지고 이곳에서 당신의 책을 읽으며, 당 신에게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저도 당신과 같은 출판사에 당신과 같이 내 이름을 새긴 책을 내려고 합니다. 완성도 있는 글을... 100% 완성도 있는 책은 아니더라도, 읽어줄 만한... 사줄만한 책을 내 보려고 합니다.

“읽어 줄 만한 책” 혹은 제가 쓰고픈 “책”이 무엇일까요? 당신도 같은 고민은 했을지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쓰여지는 나의 “책”을 읽는 사람은 나를 궁금해했으면 좋겠어요. 우리의 관심이라는 감정은 호기심에서부터 시작하니까 글을 쓴 사람에게 호기심이 생겼으면 해요. 솔직히 누군가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치는 글을 쓰기는 어려울 것 같고 그럴 필력도 되지 않지만 가볍게 읽히는 책이 좋고, 다 읽은 후 다시 한번 더 읽기 편한 책을 쓰고 싶어요. 책은 읽은 후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 책이 되고 싶지 않기에, 책에 남겨놓은 질문에 답을 하면서 독자들이 과거를 혹은 현재를 혹은 미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고 싶어요. 그 짧은 순간이라도 스스로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됨으로써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사용했으면 좋겠어요. 지금의 제가 그런 것 같아요. 지금 이곳에서 당신 덕분에 나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는 것처럼요.

아이슬란드에 와보니, 정말 매력 있는 나라이자 도시네요. 오로라의 아이슬란드를 보기 위해서 저도 겨울에 한번 더 와야겠어요. 당신의 책 내용 중에 이런 글이 있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 너무 많이 쌓여 버겁다면 한 번 정도는 가진 걸 모두 털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면 되니까. 매해 겨울 눈이 쌓이고 쌓이듯 너의 모든 것도 다시 금방 쌓일 거야.” 버거울 때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고마워요. 김동영 씨.

From. 혼자 당신도 모르게 이야기를 나눈 사람

편지를 다 쓰고 나니 버거워하던 옛 생각이 떠올랐다. 이제는 취업준비를 했던 그 기업의 직장인이 되었고 취업준비를 시작했던 2014년으로부터 4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2018년이 되었다. 그렇게 꿈꾸던 취업성공이라는 종이를 손에 쥐었지만 이 종이를 들이밀 사람들이 이제는 존재하지 않았고 내가 꿈꾸었던 취업성공이라는 종이는 휴지 쪼가리에 되어버렸다. 그렇게 변해버린 내 모습과 내 상황과 내 현재를 마주하고 옛날의 내 모습과 내 인연들을 김동영 작가의 편지와 함께 카페에 새겨두고 문밖으로 나왔다.

좋아하는 책, 좋아하는 작가가 있나요? 있다면 그 사람에게 전달될지 모르겠지만 편지하나 써보는 거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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