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타기

"변했어"라는 입모양을 바라만보다가

by JONGREE

아이슬란드에서 보고 싶었던 빙하를 찾아서 다이아몬드 해변으로 가는 여정이었어. 처음 마주한 빙하였고 신이 나서 인스타그램에 빙하 사진을 올렸더니, 예전에 아이슬란드를 다녀온 친구의 댓글이 달렸고, 눈에 거슬리는 단어가 보이더라.

“변했네" 나한테 하는 말도 아닌데 언제부터인가 이 단어를 보기만 해도 매우 불쾌하게 느껴졌어.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그 단어를 싫어하게 된 게 그때부터였을까? 변하는 게 싫었고 변하기 싫어서 발버둥 치던 때가 있었어. 세계여행의 꿈을 포기하고 취업준비를 했지만, 인생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듯이 실패를 맞이했어. 첫 취업도전이었고 첫 취업 실패였기에, 패배 요인을 찾아 다져나가기 위해 혹은 나의 파도, 바다 크기를 넓히기 위해 휴학을 강행했어. 그때부터 내가 조금씩 바뀌었던 것 같아. 휴학을 하고 PPT/발음 교정/영어 등 내가 취약했던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바쁘게 살려고 했고 내 모든 노력을 취업준비에만 쏟아부으려고 계획했어.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에게는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지만 계획했던 것만큼 바쁘게 살진 못했어. 나태해지고 게을러지면서 무료한 시간들이 존재했고 충분히 사람들을 만나고 챙길 수 있었지만 취업준비를 핑계로 그러지 않았지. 잠시 동굴에 들어가 움츠리고 나를 가다듬어 취업성공이라는 작은 선물을 주머니에서 꺼내어 당당하게 손을 내미는 이기적인 행동을 하려고 했어. 그게 멋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멋있고 싶었나 봐. 만날 수 있었지만 만나지 않았고 연락할 수 있었지만 연락하지 않았고 전화할 수 있었지만 전화하질 않았어. 그렇게 내가 먼저 연락하는 횟수가 줄어드니 내 주변에 사람들도 썰물 빠지듯이 빠지더라. 바쁜 이들도 있었을 거고 걸러질 이들도 있었던 것 같은데... 내 사람들을 챙겨야 하지만 챙기지 못했어. 그런 내 태도와 생각을 알아차린 이들이 있었고 그들은 취업에 성공한 내가 필요한 게 아니라 그냥 내가 필요하다는 말을 해주어 감동을 받았지만 고집을 부리면서 성공해서 멋진 모습으로 다가가겠다고 다짐을 하고 다시 한번 더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었고 또 실패를 하자 그들을 그리워했지.

그동안 연락 못했어요. 비겁했던 거죠. 면접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연락하고 보고 싶을 때가 많았지만 참았죠. 면접 붙고 멋있는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었어요. 욕심이었겠죠. 제 욕심. 당신들은 그런거 필요 없다고, 그냥 나란 존재면 된다고 했지만 너무나 많은 것을 받아 합격이라는 종이 한 장이 당신들에게 주는 선물 혹은 보답이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이렇게 잘 컸다. 당신들 덕분에 이렇게 잘 컸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 마음을 당신들은 몰랐기에 당신들은 나에게 변했다고 말했죠. 맞아요 변한 건 맞아요. 그런데 나는 뭐가 변한 건지 모르겠지만 무언가 변한 것 같긴 해요. 변한 게 뭐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제가 그 부분을 스스로 찾아서 다시 옛 모습으로 돌아온 뒤 나타나고 싶었어요. 욕심이겠죠. 또 욕심. 그 종이 한 장 못 보여주게 되어 속상하네요. 떨어진 것도, 당신들을 실망시킨 것도... 미안합니다. 이번에도 조금만 참아주세요 꼭 돌아갈게요. 예전의 나로 순진했고 바보같이 듬직했던 나로. 한 번만 더 도전해볼게요.

그렇게 또다시 도전을 했지만 실패를 했다. 총 세 번의 실패. 그들에게 멋있게 돌아가지도 못하는 이도 저도 아닌 상황으로 그렇게 쭉 지내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금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비크에 어느 카페에 앉아있다. 이 이야기는 지극히 내 입장에 대한 내용이기에 이기적인 이야기이다. 이기적이지만, 나의 진심이고 나의 본심이다. 아직도 이 순간을 생각하면 마음이 저리고 그렇게 잃어버린 인연들의 이름을 소리 내어 말하면 아직도 차갑다.

차가운 이름들은 어떻게 하시나요? 삭제하시나요 숨김 하시나요?

16-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