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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CO김 Aug 21. 2019

서울살이

서울에 온 지 어느덧 2주가 지났다. 집에서 창문만 열면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산지 30년.

아파트와 아파트와 아파트를 보면서 일어난 지 2주가 되었다. 

서울은 내가 생각한 서울이었다. 출근하면서 팔던 김밥 아줌마는 1500원을 적어놓곤 김밥이 내손에 들어오자 이거는 2700원이라며 빼도 박도 못하게 하였고, 미니족발 4000원짜리 한팩은 내손에 들어오자 2인분이 되어 8000원이 되었다. 아.. 잘못 온 걸까.


서울의 지하철을 탈 땐 늘 신기하다. 부산에서는 콘서트가 끝나고 볼 법한 풍경들이 매일 펼쳐진다. 줄을 서서 지하철을 타고 내리면 계단 한 개 올라가기에도 벅차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은 어디서 나온 걸까.

지하철의 사람들은 내 눈엔 아주 신기하다. 아침에 타면 앉아있는 사람의 60%는 자고 있고 40%는 핸드폰을 본다. 뭐.. 이건 어디든 그렇겠지. 신기한 건 퇴근길이다. 사람들에 밀려 밀려 타면 손잡이 잡을 때도 없어 흔들릴 때마다 발끝에 힘을 준다고 땀이 날지경인데 그런 날 두고 주변에 보면 다 스마트폰 삼매경이다. 팔짱 끼고 아주 잘 서있는다. 흔들림에 익숙한 걸까. 몇 정거장이 지나 사람이 조금 빠져야 그제야 나도 주머니에 손을 가져간다.


서울에는 외국인이 참 많다. 내가 유럽을 누빌 때 런던, 파리, 로마 등 그 나라의 수도를 여행했던 것처럼 그들도 여행지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일 테니. 여행객도 많지만 그보다 외국인 노동자가 아주 많다. 아침 일찍 볼일이 있어 6시가 넘지 않은 때 버스정류장을 갔더니 버스가 다 만차로 온다. 그 안에는 한국인이 아닌 분들이 피곤에 절어 가득하다. 코리안 드림이라는 큰 꿈을 안은 버스는 꿈을 가득 안고 달리고 있었다.


내가 지내는 곳은 회사는 가산디지털단지란 곳이다. 말로만 듣던 대림 근처. 집은 인천이다. 지금 내가 서울에 살고 있는지 중국에 살고 있는지 헷갈린다. 이중언어(중국말+한국어) 하는 사람이 너무 많고 가게는 모두 마라탕을 판다. 아니 양꼬치도 파는 곳도 있다. 내 눈에는 중국 글씨와 마라탕의 유래밖에 들어오지 않아 늘 편의점행이다.

부산에서 한집 건너 있던 돼지국밥집도 여기서는 순대국밥집이 되어 즐비하다. 음.. 돼지국밥집을 차리면 나 같은 사람들이 향수병으로 찾아오지 않을까. 이제 2주 된 나도 이런 생각을 하는데 돼지국밥집이 없는 이유가 있겠지라며 오늘도 용기를 집어넣는다.


아직은 모든 게 어색하다. 어색함이 익숙함이 될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하지만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 작은 거 하나에도 서울 사람이란 잣대를 들이대는 내 모습을 내가 놓는 순간 똑같은 사람이고 내 삶터가 될 거니까. 적응해나가야지. 오늘은 집에 갈 때 발에 힘을 좀 덜 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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