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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빈노 Oct 25. 2024

지옥 같은 일상을 멈출 수 없을 때

tmmm 01 /  지긋지긋한 관성을 벗어나는, 틈

수련. 이 여정에 완결이란 건 없었다


일상의 삶에서 자기를 돌보는 잠깐의 ‘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전하고 싶었다. (거창해 보이는 말이지만) 이것이 일종의 사명으로 느껴졌다. 온당히 내가 해야만 하는 일 같았다. 지난 몇 년의 시간 동안 지난 경험들이 마치 이것을 위한 과정이었으리라는 확신이 자꾸 들었다.  ‘틈을 내보세요. 일상에 휩쓸리지 않고 나를 지키는 틈을 만들어봐요.’  빠듯함 사이에 그 틈 한번 내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 안다. 그렇지만 그렇게 매몰되는 일상이 반복된 뒤에 삶이 어떻게 되는지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았다. 주도권을 잃은 삶, 나와의 연결이 끊어진 삶을 제자리로 되돌리기 위한 날들을 꾸역꾸역 보내는 동안 떠오르는 얼굴들이 많았다. ‘너도 나처럼, 그런 일상을 보내고 있을 텐데...’ 그래서 더더욱 마음을 다해 말하고, 다양한 수단으로 돕고 싶었다. 유효한 방식을 고민하고 실행하느라 나의 대부분을 들였다. 시간과 마음, 내가 가진 능력과 지난 경험을 정성으로 쏟았다. 그런데 잠깐. 그래서? 나는 어떻게 살고 있지??? 


어김없이 크고 작은 번아웃을 되풀이하면서 알게 됐다. ‘틈'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나였다는 사실, 여전히 에고에 사로잡힌 삶이었다는 사실을. 내가 원하고 배워온 그림처럼 파도를 타듯 나만의 리듬으로 ‘일'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어느새 다시 ‘해야만 하는 일'이 되어 스스로를 갈아 넣으려 들고 있었다. 이제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의지로 만들어낸 무대였으니 더더욱 자꾸 숨게 됐다. 건강한 삶을 돕는 이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내가 진실로 그 삶을 살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자꾸만 집으로, 작은 내 방으로 꽁꽁 숨는 나를 보면서 가까운 사람들은 말없이 문 앞을 서성였고, 누군가는 오해하며 멀어져갔다. 나와의 싸움, 가장 외로운 그것을 반복하는 가운데.. 수면 아래 발차기가 벅찬 나머지 숨이 탁탁 막히고 꼭 한 번씩 크게 고꾸라졌다.


진하게는 두 번. 틈을 내는 마음을 가로새긴 작은 매트 위에서의 시간들이 있었다. 

어쩌면 몸과 마음이 가장 어려울 때마다 다시 찾아온 기회, ‘나를 다시 살리는 수련'의 과정이었다. 정말이지 수련은 정말 끝이 없구나….


새로운 교육에 몇 개월의 일요일들을 투자하기로 했다. 움직임보다는 멈춤에 집중하고, 온전한 이완을 통해 충전되는 에너지를 목적으로 하는 ‘회복요가'. 나는 그곳에서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그것을 배워서 뭘 하고 싶은 건지 참 꼼꼼히도 의도를 세우고 첫 교육날을 맞았다. 온몸에 힘을 잔뜩 준 채로. ‘가보자!!!’ 구호를 외치면서.  어라.. 점심시간이 무려 두 시간이란다. 흠…. 좀 기네? 뭘 해야 하지. 아니 근데 할 일이 많은데.. 내가 이렇게 쉬어도 되나?? 당황한 마음을 읽은 듯 선생님의 당부가 이어진다.


“교육을 오는 날 만큼은 온전히 나를 위한 쉼을 주는 하루이길 바라요. 뭘 하려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는 시간이 되길 바라요. 맛있는 점심을 천천히 먹고, 차도 한잔 하고, 원한다면 산책도 좋겠죠. 딱 두 시간, 온전히 자신을 위해 써보세요.”


마침 결심했던 참이었다. 쉬는 날을 정해야지. 꼭 쉬어야지.

그래, 틈이 정말 필요한 건 나였네. 난 스스로에게 틈을 주려 이곳에 왔구나. 

틈의 존재가 다시 일깨워졌다.


그 작은 교육장 매트 위에서  정말 많은 위로를 받았다. ‘쉼과 이완을 배워서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해야지. 세상에 좋은 것을 줘야지.’라는 마음은 어느새 나에게로 돌아오고 있었다. 부릅뜬 두 눈 뒤에 실은 무척 지쳐있던 나를 만났고, 누군가의 작고 귀한 쉼을 돕고 싶은 내 안의 뜨거운 진심을 만났다. 매트와 도구 위에서 비로소 자기를 만나는 사람들, 때로는 오래오래 눈물 흘리는 사람들. 좋은 쉼 뒤에 맑게 개인 얼굴들을 보았다.  그 모든 순간이 위로였고, 조근히 들려주시는 선생님의 지혜는 닳고 해진 마음의 틈 사이사이로 새어 들어왔다. 교육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몸도 짐도 무거웠지만 마음은 매번 벅차오른 무언가로 풍선처럼 팡팡해져 있었다.



이미 관성에 익숙한 삶은 자꾸자꾸 과거로 돌아온다. 이번에는 정말 큰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느껴져도, 내 삶은 이제 과거로 갈 수 없을 것 같아도. 소름 끼치는 관성에 어떤 날은 너무 놀랍고 또 어떤 날은 너무 실망스럽다. ‘대체 네가 몇 년 동안 뭘 깨달은 거야? 이렇게 똑같은데???’ 머리로는 알겠는데 몸이 안 움직이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단 앉아야’ 한다.

언젠가 나의 명상 선생님에게 여러 번 들었던 말. 그때는 세상 가장 애매한 답변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탁월한 답일 수 없다.  일단은 앉아야 한다. 가부좌를 틀자는 것이 요점이 아니다. 아주 잠깐이라도. 단 10분, 아니 1분이라도 스스로를 들여다볼 시간을 줘야 한다. 그리고 경험해야 한다. 그 시간 속에서 보이는 다양한 나를 만나야 한다. 알고 있던 나와 모르던 나의 모습, 마음에 들지 않는 나와 어쩐지 짠한 나,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를 나마저도 대면하는 경험을 해야 한다. 그렇게 만나는 경험여러 감정이 쌓이고 쌓여서 조금씩 조금씩 우리는 변화할 수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0으로, 원점으로, 그리고 진짜 ‘나' 에게로 돌아가자.  멀어지면 다시 멈추고. 일단 앉으면 된다. 돌아가면 된다 언제나. 



tmmm 01 /  관성을 벗어나는, 틈 

일단 앉기.  ‘나'로 다시 돌아갈 틈을 마련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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