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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쏭마담 Oct 26. 2024

아들이 죽고 싶다고 말했을 때(2)

해도 되는데 못하는 내가 너무 짜증 나!


오랜만에 아들과 함께 교회에 다녀오던 길. 나를 기다리는 동안 당근으로 뭔가 열심히 검색하던 아들이 말했다.

"엄마, 나 사려고 했던 중고 아이폰이 방금 떴거든. 집에 가기 전에 거기 좀 들렀다 가자."

"알았어. 주소 불러줘~."


달리는 차 안에서 아들과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엄마, 이거 정가가 170만 원인가 하는데, 120만 원에 떴거든."

"와, 중곤데도 장난 아니네. 출시된 지 얼마나 지났는데?"

"몰라. 좀 됐어. 좀 비싸긴 하지?"

"엄마야 뭐, 핸드폰 별로 중요하게 생각 안 하니까. 그리고 매달 몇만 원씩 할부로 사니까, 당연히 비싸 보이지."

"그래. 그래서 나도 좀 고민이야. 5만 원이라도 내고해 주면 살까 했는데, 내고를 절대 안 해준다네. "

"......"

"사지 말까? 지금 꼭 바꿔야 하는 건 아닌데. 아까 봤지? 통화할 때 스피커가 좀 작동이 안 돼. 등판만 안깨졌어도 그냥 썼을텐데."

"너한텐 핸드폰 중요하니까. 너 전부터 바꾸고 싶어 했잖아. 네가 모은 돈으로 사는데, 뭐. 근데 그 가격에 중고로 살 거면 차라리 새 거로 사는 게 낫지 않나."

"그니깐. 내가 왜 이렇게 열심히 알바 하는데. 핸드폰 바꾸고 싶어서 열심히 일하는 거잖아. 엄마한테 사달라는 것도 아니고. 내가 내 돈으로 사겠다는데, 근데 내가 이 정도도 못 사? "

"누가 뭐래? 엄마야 그냥 네가 물어보니까 엄마 의견 그냥 얘기한 거뿐이야. 물론 네가 그 돈으로 여행을 가겠다거나 했으면 엄마도 바로 찬성했겠지. 근데 핸드폰이니까. 너도 갈등돼서 나한테 물어본 거 아니야? 물론 최종 결정은 네가 내리는 거지."


묵묵히 내 얘기를 듣고 있던 아들이 뒷좌석에서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아놔~~ 나 진짜 죽고 싶어. 엄마, 내가 정말 싫은 게 뭔지 알아? 이런 거야. 내가 하루 여덟 시간씩 뼈 빠지게 고생해서 돈을 벌어도, 내 맘대로 쓰지 못한다는 거야. 내가 왜 그래야 돼? 내가 고생해서 번 돈으로 왜 핸드폰 하나를 못 바꾸냐고~~~."

당황한 내가 수습했다.

"아니, 누가 사지 말라 그랬어? 휴대폰 바꾸고 싶어서 열심히 일했다며?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래도 되는데, 나도 알겠는데, 내가 맘대로 못하겠다고.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닌데 나 스스로 검열하게 되어 버린다고. 어떤 새끼들은 엄빠 카드로 더한 것도 마구 긁어대는데, 이거 봐. 나는 해도 되는데 못하잖아. 아, 진짜 짜증 나."

"......."


이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하던 작년 이맘때. 나는 아들이 방안에 처박혀 평생 게임이나 할까 봐 걱정이 많았다. 저러다 히키코모리처럼 우리에게 얹혀 살까봐. 아들은 고3이 될 때까지 딱히 하고 싶은 것이 없었는데, 공부도 하지 않았다. 미래에 대해서 아무 걱정도, 생각도 없어 보였다. 학생이니 당연히 공부해야지, 같은 어른들이 말하는 의무나 당위로는 절대 움직이지 않는 고집불통이기도 했다. 영혼은 또 얼마나 자유로운지 녀석이 자기 생각에 꽂혀 질주하면 아무도 말릴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대학에 가지 않겠다며 선언한 아들은 곧 알바를 구했고, 돈을 벌며 비로소 자신의 쓰임을 발견했다. 히키코모리인 줄 알았던 아들은 알고보니 사람들과 어울릴 때 오히려 에너지를 받는 사교적인 스타일이었다.


오늘 교회에 다녀오며 나는 하나 더, 아들에 대한 편견을 수정한다. 아들은 아무 생각이 없지 않았다. 자기가 번 돈으로 핸드폰을 사면서도, 스스로 주저할 줄 알았다. 엄마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이것이 적당하고 합리적인 행동인지 생각했다. 후회 없는 선택이 되고 싶어 했다. 그 모든 상황을 "짜증 난다"는 한 단어로 표현했지만, 자기 멋대로 했다면 아마 짜증이 나지도 않았을 터.


아들은 알까. 짜증 나 죽고 싶다고 말하는 너를 보며 지금 내가 얼마나 안심하고 있는지.


P.S. 어쩌면, 자기가 번 돈이라 더 신중했을까...  지금은 그것조차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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