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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이로운 Jan 24. 2024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되기도 하는 말

내 말이 결국 내 삶이 된다 2편

 세계에는 자기 말로 스스로 망하는 사람도 있지만 자기도 모르게 자기 말로 자기 치부를 드러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내 말이 내 삶이 되기도 하지만 내 말이 내 정신의 거울이 되기도 하는 겁니다.


 내가 사용하는 어떤 동사는 내 삶을 막 바꾸기 시작하지만 내가 사용하는 어떤 동사는 지금 내 삶 안쪽의 모양을 폭로합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험담은 자기 내면의 부정적인 부분을 드러내는 일입니다. 너무 버리고 싶지만 버릴 수 없어 내가 억지로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타인을 나 대신 미워하는 마음이 악담을 충동질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예컨대 외모 컴플렉스를 가진 어떤 사람은 외모 가꾸기에 갖은 공을 들이는 자기 동생이 한심해 미칠 지경이라고 말합니다. 실은 내가 너무 못생겨서 화가 나는데 입으로는 동생이 너무 못생겼다고 합니다. 못생겨서 꼴도 보기 싫다고 합니다. 뭘 해도 못생겼는데 왜 저렇게 치장해대냐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합니다.  

 
  내가 너무 갖고 싶지만 한 번도 가져 본 적 없거나 제대로 가져 본 적 없는 무언가를 가진 타인을 헐뜯으며 자기 결핍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걸 가진 사람을 욕하면 그걸 못 가진 내 처지가 좀 나아 보이니까 그 사람을 비방하는 겁니다. 어차피 내가 못 가질 것을 나쁜 거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요.   


 결국 인간이 하는 모든 말들이 실은 자기를 소개하는 말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간혹 들 정도로 인간의 말이 암시하거나 적시하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누적된 말이 하나의 버젓한 길이 되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고요.

  

 말 말 말.

 잘 말하는 사람이 되자고

 거의 매일 생각하는데

 지나간 하루를 돌이켜볼 때마다

 오늘도 내가 내 지금 수준에 딱 맞는 말들만

 늘어놓았다는 걸 알아차리게 됩니다.  

 당신이 오늘 제일 많이 한 말은 뭐예요?

  

 긍정적인 말이 마음 안으로 번지는 시간보다 부정적인 말이 마음 안으로 번지는 시간이 더 빠를 때가 많다고 나는 느낍니다. 긍정적인 말의 파급력보다 부정적인 말의 파급력이 더 클 때가 많다고 느끼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건 절대 일반화할 수 없는 문제일 겁니다. 어떤 이들은 남이 빼곡하게 심어 놓은 저주에도 절대 걸려 넘어지지 않습니다. 누가 자기 면전에서 자기를 통렬히 비난해도 노여워하지 않고 오히려 욕한 사람을 딱하게 여기는 이들도 있고요.  


 그런 걸 보면 말 자체에 힘이 있기도 하지만 인간이 말에 부가적인 힘을 부여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나를 살짝 찌른 말을 내가 내치지 못하면 그게 계속 내 안으로 파고듭니다. 원래 별로 위험하지 않았던 말로 내가 나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습니다. 잘 말하는 것만큼 잘 듣는 것도 중요하다는 이야기인데요. 나는 잘 말하는 것보다 잘 듣는 게 항상 더 어렵습니다. 미련하게 받지 않아도 될 상처를 자꾸 받아요. 아마도 그건 내 안에 해결되지 않은 상처를 내가 공연히 건드려 새로운 상처를 만들어 내는 걸 겁니다. 그러니 그건 남이 나에게 주는 상처가 아닐 겁니다.  


 당신은 어떤 말들을 당신 내면 가장 깊은 곳까지 끌어다 놓는 편인가요(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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