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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이로운 Sep 05. 2019

지속 가능한 성공과 진심 어린 감사


지속 가능한 성공에 대한 생각을 해 본다. 어떻게 하면 사람의 성공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그 성공의 자리가 계속 지켜질 수 있을까. 나는 인격적인 성숙이 뒷받침되어 있는 성공이 지속 가능한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인격의 성숙만으로 사람이 성공할 수는 없지만, 인격의 성숙 없이는 사람이 자신의 성공을 끝까지 움켜쥐고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인격적인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크게 성공하여 뭔가를 잔뜩 얻고 누리게 된 사람이 자신의 수많은 성취물을 도로 잃게 되는 것을 간혹 목격한다. 인간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중대한 실수를 저질러서. 


여기서 말하는 ‘인격적인 준비’의 핵심은 감사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게 언제이든, 사람은 자기가 감사할 줄 모르는 것을 잃고 마는 것 같다. 마치 그게 순리인 것처럼.     







세상에 오로지 자기 혼자서만 이룬 것은 없다. 그 사실을 진심으로 이해할 때, 사람은 모든 순간 속에서 희열에 가까운 감사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나는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수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정말로 유념하고 있는 사람은 자기가 그 어떤 위치에 올라가더라도 자만하지 않는다. 자신이 이룩한 것들 속에 스며들어 있는 타인의 정성과 손길을 분명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여 그는 오만해지는 일 없이 항상 진정으로 겸손하다.


이러한 감사와 겸손이 사람을 선량하게 만드는 기초 중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감사와 겸손은 가짜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격적인 성숙이 상대적으로 덜 된 사람의 성공도 세상에서 한동안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다. 하지만 가짜 감사와 가짜 겸손으로는 성공을 꾸준히 이어 나가기 어렵다. 본심을 100% 감추고 살아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의 최측근에게 자기 본모습을 문득문득 보일 수 있다. 예기치 못한 위기로 인해 흔들린 평정심 때문에, 그간의 선량한 행세를 더 이상 못하게 되는 상황도 있다. 어쨌거나 사람의 본색은 틈틈이 드러난다. 그것은 찰나적인 표정에서, 잠깐의 대답에서, 어떤 사태에 대한 대처 방식에서 문득문득 드러난다. 그리고 그런 순간들 속에서 자신이 남긴 실수와 피해가 쌓이고 쌓이다 세상에 분명하게 드러날 때, 그의 성공 신화는 붕괴되기 시작한다. 사람은 결국 자기 그릇만큼만 가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대목이 현실화되는 순간이다.     







진심으로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의 성공은 그를 안일하게 만드는 것 같다. ‘내가 이제 이런 사람인데, 이렇게 행동해도 괜찮겠지.’ 따위의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가 원하던 걸 이루지 못했을 때 그는 주위 사람들 눈치도 보고 그들의 이야기도 고분고분 들었지만, 성공하고 났더니 그의 콧대가 그만 높아지고 말아서. 그에게로 건네어지는 우려와 조언들이 그의 귀를 더는 열 수 없어서. 주변의 걱정과 충고가 그에게는 단순한 시샘과 방해처럼 여겨지기 시작해서.


그래서 실패와 성공 모두 사람의 밑천을 드러나게 만든다고 하나 보다. 따지고 보면 손수 자기 가면을 벗고 스스로 몰락하는 셈이다. 무엇이 자신을 그곳까지 가게 한 건지 알지 못하는 사람은 정말로 중요한 측면을 너무나도 쉽게 버릴 수 있다. 뭐가 뭔지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단지 내가 잘나서 내가 이렇게까지 성공했다.’라고만 생각하는 사람은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 같은 측면을 더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사람이 바뀌어서 그런 게 아니라 사람의 밑바닥이 드러난 것이다. 자신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일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은 자신이 어디에 가서 누구를 만나더라도 모두를 소중하게 대한다. 성공을 위해 인품을 꾸몄던 사람은 성공 후에 자신의 본래 인품을 드러내게 된다. 기이할 만큼 어김없이.    



 




오늘날 나는 무엇에 얼마나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인지 되돌아본다. 나에게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이 참 많았다. 되지도 않는 특권 의식에 젖어, 타인에게 무례를 범한 적도 많다. 당시 나는 그게 무례함인 줄 몰랐고, 추한 일인 줄 몰랐다. 몰랐으니 냅다 저질렀고, 저지르고도 반성이 없었으니 그런 생활을 지속한 것이다.


특히 나는 내 가족이나 지인들이 내 곁에 당연히 존재하는 이들인 줄 알았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그들이 나와 언제까지나 함께할 줄 알았다. 딱하도록 어리석었다.


마음의 밑바닥에서 오열처럼 치솟아 오르는 뜨겁고 순수한 감사를 배우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여 그동안 나는 수도 없이 많은 것들을 잃었다. 그러면서 한없이 의문하였다. 어째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는지. 그리고 마침내는 내 모든 상실의 원인이 나에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천지를 모르고 건방지게 살아온 날들이 참혹하게 반성되는 순간. 내 행실의 손톱만 한 부분도 외면되지 않는 순간.   

  

진짜 감사를 알면, 무엇도 함부로 대할 수 없다. 무엇도 가벼이 여길 수 없다. 공짜가 즐겁지 않다. 나는 아직도 이것을 배워 나가고 있다. 어리석었던 나를 그래도 사랑하고 감내해 준 이들을 온 힘 다해 닮으며 살아가고자 한다. 그것이 가장 근본적인 보답일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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