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머물기만을 원했던 마음.
바람을 이기지 못하는 억새풀.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나는 바람을 이길 마음조차 없었다.
바람을 이긴다는 건 바람을 거슬러
바람의 근원에 다다른다는 뜻이다.
바람의 근원은 어디일까?
바람의 근원은 반드시 존재하겠지만
내가 다다를 수 있는 영역은 정해져있다.
닿지 않는 그 곳.
그 곳은 여기 없다.
나는 그저 버텨낸다.
닿으려고? 아니 머물려고.
그게 나의 전부일 뿐이다.
진심이다.
나는 그저 머물기를 원할 뿐인데,
사람들은 말한다.
너는 억새, 너는
억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