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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호우 Dec 22. 2017

부서지지 않는 천장.

반복되는 출근 전 아침

아침,
해가 뜨기 전
눈을 뜬다.

일어나지 않는다.
소인국에 잡힌 걸리버처럼
어촌에서 널어 말리는 오징어처럼
꿈쩍도 않고 있으면, 알람이 울린다.
일어나라고. 눈을 뜨라고.
알람을 끄고 나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천장은 여전히 저기 있구나.’
매일, 같은 곳에, 지치지도 않고 있다.
내려다보고 있다.
천장을 올려다본다. 그 너머를 본다.
안 보인다. 상상한다.
새까만 하늘.
복잡하게 서로 얽혀 시끄럽게 떠드는
군중같은 별들.
새하얀 안개로 가득차 사방을 더듬거리며 걷는 세상.
잘못 더듬어서 따귀 맞는 남자.
화난 표정으로 따귀 때리는 당나귀.
답답하고 모호한 시끄러운 세상을 보며 생각한다.
‘그래도 천장이 없었으면...’

미동없는 천장을 보면서
일어난다.
나와 함께
무기력도
일어난다.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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