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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 쿡 Mar 11. 2020

청군 이겨라!백군 져라!

우리 편

“손님... 죄송합니다...ㅠㅠ 아르바이트가 주문을 깜빡하고 안 넣었나 봐요. 죄송해요ㅠㅠ”

“아니~어떻게 주문을 안 넣을 수가 있어?!!! 주문한 지가 한~참이 지났는데?! 옆 테이블 음식은 다 나왔는데 먼저 주문한 우리 음식은 왜 안 나오냐 말이야!! ”

“죄송합니다. 금방 해드릴게요ㅜㅜ”

“필요 없어!! 사장 나오라고 해!!”

“손님 죄송해요. 그럼 나머지 드신 음식값은 빼 드리겠습니다.”

“필요 없다니까?!! 내가 거지야??!!"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사장님이...”

“사장 나오라고 하라니까!! 이 아줌마가 말을 안 들어!!”

식당을 몇 년간 운영해봤다면 종종 볼 수 있는 일들이다.


예전보다 손님의 목소리는 다소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어떤 손님은 일단 테이블에 좌석 하면 마치 자신이 왕이 된 듯 착각하는 손님들이 있다. 이 날 매장 안에서 개인적인 미팅 때문에 매장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봤다.

 결국 내가 나서서 차근히 그 내용을 다시 듣고 난 후 죄송하다고 정중히 이야기하고 해결하긴 했다.

우선 어떻게 해드릴지에 대해 물었더니 우물쭈물하길래 식사하시는데 불편하셨으니 드신 음식은 서비스 차원에서 드린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식사상품권까지 줘서 보냈다.

사고 내용은 아르바이트가 손님이 주문한 메뉴 세 가지 중 한 가지를 빼먹은 단순한 주문 사고였다.

다 처리하고 난 후 나는 직원에게 괜찮다고 그럴 수 있다고 아르바이트생과 직원을 다독였다.

하지만 직원은 혼자 어디 가서 울고 왔는지 오후 내내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식당에서는 이런 형태의 주문 사고 말고도 손님과의 접점에서 발생하는 서비스 응대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너무도 많다. 아무리 막으려 해도 사고는 일어난다. 그런데 이런 사고가 생길 때마다 손님의 편을 들어야 할까?

 항상 열심히 하던 직원이 실수를 한 번 했다고 업주가 무조건 손님 편을 든다면 어떤 직원도 그 식당에 정을 붙이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잘못하면 용서를 구하고 거기에 맞는 응대를 해야 하지만 직원이 항상 잘못하는 것도 아니고 잘못을 했다 해도 어느 정도 사과했으면 넘어가야 하는 일들이다. 사고 발생 시 손님 중에는 너그러이 용서를 해주는 손님이 있는 반면 마치 왕의 시중을 잘못 들어"오늘은 너의 목을 베어 베리라~!" 하는 손님도 있다.

 물론 모든 책임과 과정은 업주에게 있다. 하지만 이제 업주는 손님의 만족도와 니즈를 해결해야 할 뿐 아니라 내부 직원이 직원의 니즈도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하루에 몇 백 명의 손님의 주문을 받고 시중을 들다 보면 사람이기에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이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보려고 매뉴얼도 만들고 교육도 해봤지만 사고의 빈도가 줄어들긴 해도 사고는 반드시 발생한다. 

서비스 제공의 문제들이 자주 발생하는 식당에서 무조건 손님의 편만 드는 것은 너무 천편일률적인 해결 책일 것이다. 사고의 발생의 원인이 종업원에게 있을 때도 있지만 손님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식당 하는 사람이 손님을 이길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항상 종업원에게 책임을 미루는 것은 내부 고객인 직원에게 너무도 큰 스트레스다.

이제는 ‘무조건적인 친절’이 아닌 업주와 종업원이 동의하는 기준을 가진 친절을 시행해야 한다. 현재 음식점의 환경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현실적으로 모든 서비스를 손님 입장에 기준을 두고 영업하기 어렵다. 종업원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우선 상황이 맞닥뜨리면 되도록 책임을 져야 하지만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손님이 나타나면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


편을 갈라서 이야기 하기는 좀 그렇지만 직원은 나의 사업의 손과 발이나 마찬가지이다. 좀 사업체가 크다면 어쩌면 몸통이 될 때도 있다. 상품을 만들 때 손님 편에 서서 생각했다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직원들 편에서 그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 사고의 원인이 직원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 직원 때문에 발생했다면 왜 그런 것인지, 해결책이 반드시 직원의 목을 조으는 것만이 해결책인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직원의 근무 환경이 중요해는 시대이기 때문이라기보다 어쨌든 식당에서 함께 오래가고 같이 만들어 가는 것은 결국 우리 직원들이기 때문이다.


#청군

#백군

#니가 우리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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