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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 쿡 Mar 13. 2020

다 잘하면 너 밑에 왜 있겠어.

#마(馬)와 차(車)

마(馬)와 차(車)   

어릴 적 길거리를 지나다 가끔 박포 장기꾼들이 돈내기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은 몇 개 안 되는 장기 알을 깔고 돈을 걸어 묘수를 푸는 사람에게 몇 배의 돈을 주기로 하고 내기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나중에 어른이 돼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사람들은 문제를 푸는 사람에게 사기를 치는 일명 박포장기를 두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그 묘수를 푸는 방법이 대단했다. 정말 불가능해 보이는 수를 가지고 이기는 법을 보여줬다.

장기에서는 각 말은 자신이 움직일 수 있는 규칙으로만 가야 한다. 그 외의 길로는 갈 수 없다. 장기를 두는 사람은 그 각 말의 움직임을 외우고 그것들을 능수능란하게 다루기 위해서 바둑처럼 수많은 대국을 두어야 한다. 결국 장기 알의 움직임을 몇 수 앞까지 내다보는가가 승패를 좌우한다.

아무리 적의 공세가 강해 자신의 패배가 짙더라도 각 말은 다른 방법으로 갈 수 없다. 馬가 象처럼 움직일 수 없고 車는 包처럼 다른 말을 넘어 다닐 수 없다. 마는 마의 기능에 집중해야 한다. 그 규칙을 어기는 순간 패배다.


며칠 전 어느 식당 사장이 나에게 질문을 해왔다.

“형님 제 가게에 3년간 함께 일한 아주머니가 있는데 지금까지 하지 말란 걸 아직도 해요. 점점 더 말을 안 들어요. 이제 그 아줌마 내보내야겠죠?”

“그래? 근데 왜 그동안은 참았는데 이제야 내보내고 싶냐?”

“그동안은 견딜만했고 제가 꾹 참았죠. 근데 더 이상 못 참겠어요.”

“근데.. 아마도 그동안 네가 참은 것이 아니라 네가 살만해져서 그 사람이 없어도 이제 매장이 돌아가서 내보내려고 하는 거 아니냐? 그때는 그 아줌마의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커 보였겠지만 지금은 아마도 그 단점이 장점보다 커 보여서 그럴 거다. 잘 생각해봐. 그 아줌마는 아마 항상 같았을 거야.”


우리 업장의 직원 중에도 엄청 느린 아주머니가 있다. 그 아주머니는 나이도 있고 몸집도 있고 건강도 그다지 좋지 않아 다른 직원의 60% 정도의 속도로 일을 한다. 하지만 그 직원은 누구보다 정직하고 최선을 다하고 남을 배려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때 그렇게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직원을 내보내는 것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맘에 안 들어도, 일이 느려도, 말이 많아도 보냈다. 결국 내가 원하는 직원은, 카드로 말하면 '조커' 같은 사람 이어야 했다.

지각 한번 안 하는, 언제나 성실하고, 한 번 가르쳐주면 열 개를 알고 인사성도 밝고 나한테 아부도 잘하고 정직하며 나를 언제까지나 따라 줄 조커.

세상에 그런 사람은 없을뿐더러 있다 해도 그 사람이 내 밑에서 일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장사 시작하고 15년이 지나서야 알았다. 

내가 장사하면서 가장 큰 후회 중 하나가 있다면 그들(그때는 부족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전혀 부족하지 않았던 그들)을 그렇게 보낸 것이다. 

식당을 시작하고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사람은 누구나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단점을 들추자면 한도 끝도 없었다. 그 어떤 누가 내 곁에 와도 내 맘에 들 수 없었다. 심지어 나를 낳아준 부모조차도 내 맘에 들지 않는다.(함께 일을 한다면)

지금 옆에 직원이나 혹은 동업자가 있다면 장점을 보기 전 과감히 그들의 단점을 보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누군가를 나에게 담는 일이고 그의 장점을 파악해 극대화시켜 그들을 적절한 자리에서 적절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렇게 장점을 보려고 노력했는데도 단점만 더 커 보인다면 그때는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내가 겪어본 수많은 사람들 중 대부분은 그런 사람은 없었다. 단지 내가 그들을 그렇게 바라볼 뿐이었다.

마는 차의 장점을 가질 수 없다. 차는 마의 단점을 가질 수 없다. 마는 마의 단점만 가지고 장기판 위에서 전쟁에 임한다. 차도 마찬가지이다. 마가 차와 포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마가 아닐 것이다. 

나는 장기를 둘 때 멀리까지 갈 수 있는 車를 선호했지만 언제나 馬에게 잡혔고 마를 잘 쓰는 상대에게 잘 패했다.

#졸로

#왕 잡기

#외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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