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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 쿡 Mar 21. 2020

식당의  모든 것.

#신호등

신호등

한동안 일본이 국내로 수출했던 반도체 핵심 부품을 전면 전면 수출 금지시키는 바람에 반일 감정이 최고조에 달았다. 

나도 한국사람으로서 일본에 대해 더 안 좋은 감정이 생겼다. 그 덕에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일어났고 일본이라는 키워드를 가진 매장과 나처럼 일본과 관련된 음식을 만드는 식당들의 매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   

엊그제 모임에서 일본 분위기의 상호를 달고 음식점을 하는 동생이 내게 물었다. 

“행님~ 상호를 바꿔야 하지 싶습니~더. 일본 이름이 들어가 있어서 지는 장사가 그전보다 더 안됩니~더 이런 상황이라도 장사 잘하는 동생들이나 행님들 보면 제가 뒤처지는 것 같고 해서 마음이 좀 그렇십니더~”

나는 그의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지금 애 분유 못 사냐~”

“아닙니~더 행님~”

“그럼 그전보다 더 조용히 가만히 있어봐. 밥 먹고 살 수 있으면 이것저것 뭐 하려고 하지 말고...”

“다시 괜찮아질까여?”

“다시 괜찮아져. 달리는 옆 차가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그런 걸 보지 말고 네 앞만 봐라.”

그렇게 이야기를 해줬지만 그 녀석의 눈빛은 근심과 걱정으로 가득해 보였다. 


나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집 근처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등 학교들도 많아 어린이 보호 구역도 많고 신호가 많다. 

출근하기 위해서 도로를 달리다 보면 어떤 날은 계속 초록 신호에 걸려 한 번에 두세 개의 신호를 빠르게 지나가지만 때로는 횡단보도마다 빨강 신호에 걸려 매장까지 평소보다 두 세배 이상 시간이 걸린다.

급하게 나가야 할 때면 그렇게 신호에 걸린 것을 조급해하기도 한다. 조급하다고 신호를 무시하고 막 갈 수는 없다.

그럼 그렇게 빨간 신호에 걸려 빨리 가지 못하는 것은 누구의 책임일까. 조금 늦게 나온 나의 책임인가? 아니면 너무 빨리 나와서 빨간 신호를 만난 것인가. 

맞다. 더 일찍 나왔어도 더 늦게 나왔어도 난 반반 확률인 빨간 신호를 만났을 것이다. 그것은 그냥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내 앞에 놓인 수많은 신호 중 내가 좀 운이 없어 걸린 적신호일 뿐이다. 

언젠가 한 번 멀리 떨어진 신호를 꼭 받아 빨리 가겠다고 서둘렀다가 앞차를 받아 접촉사고가 일어난 일이 있었다.

사고 나니 당연히 한두 시간을 그 자리에서 버렸다. 금전적으로 시간적으로 어마어마한 피해가 났다. 5분 빨리 가자고...

지금 신호에 걸려 좀 늦어졌다고 조급해하거나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지금 좀 어렵다고 너무 마음 쓰거나 애쓰지 말아야 한다. 다음 신호에서는 좀 더 빨리 갈 수도 있고, 운이 좋다면 지금까지 늦어져 애태웠던 마음을 더 크게 보상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인생 중간중간 만나는 수많은 신호중 몇 번의 신호로 내 인생이 결정되진 않는다. 내가 가던 길이 잠시 늦어졌을 뿐이다. 아니면 가던 길이 운 좋게 빨리 가게 된 것뿐이다.

지금 손님이 좀 없다고 조급해하거나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지금 대박 나서 손님이 줄을 선다고 자만하거나 장사 안 돼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무시하지도 말아야 한다. 

어쩌면 앞으로 가는 곳마다 더 많은 정체와 빨간 신호가 너를 더 조급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그러지 않았으면 하지만... 

지금 너의 성공이 마지막 성공일 수도 있다.


#기운 내 

#일희일비하지 말아라 

#밥은 먹고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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