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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르미 Nov 07. 2022

가을이 되면 생각나는 그것













  

가을에 취하고 문장에 취하고



가을이 되면 확실히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는  같습니다. 한 해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기도 하고, 쓸쓸한 바람도 불어와서일까요.



이게 내가 진정 바라는 삶일까? 혹은 이것인 인생인가? 하는 물음이 절로 떠오르는 계절. 머리 위로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읽기 좋은 인생에 관한 에세이를 한 권 추천해 드립니다.



바로 평론가 신형철의 에세이 베스트셀러 <인생의 역사>입니다.




시에서 읽는 인생 이야기



<인생의 역사>는 신형철 평론가가 2016년 한겨레에 연재한 '신형철의 격주시화'를 엮어 책으로 만든 에세이에요. 에세이이지만 지면에 연재한 작품이기 때문에 평론 느낌이 강합니다.



 25편의 시가 동양 서양 가리지 않고 사이좋게 실려 있는데, 아마 잘 아는 시도 있고 처음 보는 시도 있으실 거예요. <공무도하가> <가지 않은 길>부터 셰익스피어 소네트, 최승자의 시까지. 시도 읽고 에세이도 읽는 구성이라 더욱 좋습니다.




모두가 사랑하고 대부분 오해하는,
가지 않은 길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 또한 에세이 베스트셀러 <인생의 역사>에 실려 있습니다. 이 시는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이자 해외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미국 시라고 해요.



<가지 않은 >  갈래  앞에  화자가 등장합니다. 두 길을 다 걸을 수 없어 고민에 빠지죠. 많은 사람이 지나간 안전한 길을 택할 것인가, 전인미답의 길을 과감히 택할 것인가. 화자는 후자를, 더 끌렸던 길을 택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이 달라질 것을 예감하죠.



하지만 신형철 평론가는 <가지 않은 길> 해설의 마지막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어떤 길을 택해야 할까...나의 대답은,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왜 그래야 한단 말인가. "길은 길로 이어지는" 것이어서 한번 놓친 길은 다시 걸을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고 이 시는 말하지만, 작품은 길과 달라서, 우리는 시의 맨 처음으로 계속 되돌아가 작품이 품고 있는 여러 갈래의 길을 남김없이 다 걸어도 된다. 다행이지 않는가. 인생은 다시 살 수 없지만, 책은 다시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에세이 추천 <인생의 역사> 246p)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시는 다를지도 몰라요. 우리의 인생은  번뿐이지만시는 여러  되풀이되니까요.



이렇게 신형철 평론가만의 담백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유려한 문장을 만나고 싶으시다면 에세이 베스트셀러 <인생의 역사>를 추천드립니다. 특히 가을에 읽기 좋아요.




가지 않은 

로버트 프로스트



노란 숲속에 두 갈래 길이 나 있어

나는 둘 다 가지 못하고

하나의 길만 걷는 것 아쉬워

수풀 속으로 굽이 사라지는 길 하나

멀리멀리 한참 서서 바라보았지.



그러고선 똑같이 아름답지만

풀이 우거지고 인적이 없어

아마도 더 끌렸던 다른 길 택했지.

물론 인적으로 치자면, 지나간 발길들로

두 길은 정말 거의 같게 다져져 있었고,



사람들이 시커멓게 밟지 않은 나뭇잎들이

그날 아침 두 길 모두를 한결같이 덮고 있긴 했지만,

아, 나는 한 길은 또 다른 날을 위해 남겨두었네!

하지만 길은 길로 이어지는 걸 알기에

내가 다시 오리라 믿지는 않았지.



지금부터 오래오래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렇게 말하겠지.

숲속에 두 갈래 길이 나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나는 사람들이 덜 지난 길 택하였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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