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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씨앗 May 24. 2024

꽃구경 하다가 문득

<꽃>

<꽃에게 띄우는 편지>


한 때는 나도 꽃이었다.

아니 지금도 나는 꽃이다.

계절의 흐름대로

시들어 간다 해도

한 때는 '꽃'이었고

여전히 '꽃'일 테며

마지막까지 '꽃'일 것이다.


꽃은 욕심을 내지 않는다

자연스레 왔다가

때가 되면 떠난다


어제는 활짝 피었던 꽃이

하루 만에 잔뜩 잎을 오므렸다

수줍게 만개한 꽃잎들이

서서히 나무에서 말라갔다


그대로 꽃은 꽃이다

비록 가까이 보면 시들었지만

꽃인 것만은 변함이 없다.


문득,

시들어가는 저 꽃도

꽃이라고 외쳐보고 싶었다

찬란하게 피었다가

미련 없이 떠나는 저 꽃을 위해

마지막 편지라도 띄워보고 싶었다.


-2024.05.02  스레드에서 남김


완연한 봄이 오면서 동네는 꽃이 가득했다. 뭐 하나 예쁘지 않은 꽃이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화단 앞에 예쁜 꽃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다음 날, 같은 길을 가며 사진을 찍다 깜짝 놀랐다. 단 하루사이에 꽃이 달라져 있었다. 그러다 문득 시든 꽃이 나 같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나 같지 않았다. 꽃은 꽃이고 나는 나니까. 그래, 꽃이었다. 꽃은 시들어도 꽃이고 말라죽어도 꽃이다. 그래서 문득 머리에 떠오르는 단어들을 핸드폰에 꾹꾹 찍어 담는다. 꽃에게 편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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