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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Aug 15. 2022

한강으로 향하는

promenade

07_ #promenade - 한강으로 향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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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걸어 한강을 또 향했다.


걷던 중 망원동소아과 건물을 마주쳤다. 아, 지난 달 말쯤 영업을 종료한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내부 집기는 그대로인듯 하고 입구에 영업종료 안내가 붙어있었다.


오랜시간 이어오던 동네의 병원이, 이제 카페가 되어 사람들을 만나고 있었는데 마음이 여간 아쉬운 것이 아니다.


‘내가 사는 동네엔 이런 곳도 있다’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도 많이 했고, 작년에 포은로에 대한 뜻깊은 전시도 했는데, 영업종료 즈음에 찾아가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늦은 시각 지금 한강은 여전히 프라임 타임. 잠시 강바람을 맞으며 앉아있으니 연이은 비로 인한 비릿한 냄새와 함께 시원한 바람이 옷소매 속에 찾아든다. 습도 높은 날의 기분 나쁨을 잠시 없애준다.


캠핑의자를 갖고 와서 편히 앉아 강물을 바라보는 이도 있고, 바닥에 모로 누워 온몸으로 바람을 맞는 이도 있다. 나도 볼라드에 몸을 기대 가만히 바라본다. 주인은 어디있는지 모를 낚시대들은 반딧불이 같은 불빛을 하고 강물 어딘가를 향하고 있고,


뒤쪽 어디선가는 통기타를 들고 온, 기분 좋게 취기가 오른 이들이 기타 스트로크 사이로 노래와 대화들을 축축한 공기에 섞어 날려보낸다. 대학교 때 즐거웠던 잔디밭 동아리 싱얼롱 타임이 떠오르네. ㅎㅎ



내 바로 앞 벤치에 자리가 나서 앉으려 했는데 귀여운 아이 셋을 동반한 4인 가족이 재빠르게 자리를 차지했다. 귀여운 아이들의 목소리들과 재잘거림에 나도 기분이 좋아지네. 나 혼자 앉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일이네요. 


아직 일이 조금 남았지만, 내일도 휴일. 간만에 만나는 평일 휴일에 기분이 좋다. 내일은 뭘 할까요?



MA POINT라 써있는, 강 위 상가들이 모여있는 곳에 처음으로 가봤다. 


한강을 바라보는 시야를 기분 나쁘게 방해하는 그것을 아주 싫어하고 있었는데, 막상 가보니 급할 때 이용할 화장실도 있고 테이블처럼 둘러앉아 라면을 먹으며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곳도 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참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나에게 해당되는 일은 아니었지만, ㅎㅎ 그래도 잠깐 그 안에 함께 있으니 나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https://www.youtube.com/watch?v=OFBx8M-KuGE


그 언젠가 설렘이 찾아오기도 했던 여름밤이라는 그 말을 다시 기억하고 싶다. 언제나 들어도 좋은 헤르쯔 아날로그의 노래 '여름밤'과 함께-


얼마남지 않은 올해의 여름밤을 즐겁게 떠나보내고 싶다. 난 당분간 이 열기와 애틋함이 계속 되었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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