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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werzdx Nov 01. 2020

불광천을 걷는 일

이사일기(2010-2020) - 4. 불광동 (2012.02)

일단은 불광천까지 가야


   세상의 모든 행위들 중 날씨 좋은 날 한강에 나가 걷는 일만큼 좋은 것을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 특히 한강 근처에 살 때 휴일 이른 아침 부지런을 떨어 한강을 걷거나,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아침 일찍 무언가를 했다는 뿌듯함과 상쾌함에 더해 그 좋은 기분은 말로 다 할 수 없지.


   걷기 좋고, 가볍게 달리기도 좋고, 자전거 타기도 좋은 곳. 은평에도 있다. 한강 근처에 살 때 가졌던 매일 달리기를 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이곳에서도 꿔볼 수 있는 건가? 그럴 수 있다. 응암역까지 무리 없이 도착할 수만 있다면.


   불광천의 시작점은 응암역이다. 응암역부터 한강까지 6호선 라인을 따라 쭉 이어지다가 한강의 일부로 합쳐진다. 집이 연신내역 근처만 되었더라도 무리가 아니었을 텐데(이후 내 서울 아홉 번째 집이 연신내역 근처일 예정이다..), 연신내역과 구파발역 사이에 있는 집에서 도보로 응암역에 도달하려면 40분도 더 넘게 걸렸던 것.


   천변을 걷기 위해 천변까지 자동차를 타고 가기도 한다지만 운동하러 나가면서 버스를 타고 가서 걷다가 돌아온다는 것은 영 어색한 일이었다. 이리저리 핑계를 떠올리고 보니 역시 불광천에 간 날은 많지 않았지만, 5~6개월여 짧게 살았던 기간 동안 기억이 있는 걸 보면 그래도 몇 번은 갔었나보다.


천변의 다양한 풍경


   어려운 결심을 하고 몇 번의 신호를 지나 응암역에 도착, 천변으로 내려가 걸으면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오기 위해 가졌던 그 큰 결심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는 듯 정말 좋다.


   천천히 걷는 사람, 파워 워킹을 하는 사람, 강아지와 함께 나온 사람도 있고, 빠른 속도로 달리는 사람,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도 있다. 천변을 따라 걸으며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도 다양하고 멋지다. 천을 바라보고 있는 건물들, 아기자기한 가게들의 모습도 예쁘고.


   걷다가 응암역 바로 다음역인 새절역에 도착하면 드라마 ‘최고의 이혼’의 주 배경이었던 돌다리가 나온다. 드라마 안에서는 주인공들이 서로 마주치는 장소이기도 하고, 주위를 환기하는 컷도 바로 그 돌다리를 배경으로 많이 나오는 등 아주 중요한 장소였다. 나도 몇 차례 건너보았다. 그때 어떤 마음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드라마 '최고의 이혼'


     드라마 ‘최고의 이혼’은 내가 정말 좋아해서 아마도 다섯 번은 넘게 봤을 것이다. 내가 서울의 아홉 번째 집 연신내역 근처에 살고 있을 때 방영했던 드라마여서 그 때도 근처 산책을 많이 했었다. 운동도 하고 겸사겸사 드라마의 분위기도 느껴볼 겸.



서울의 집값이 비싼 이유?


   서울의 집값이 비싼 이유 중에 한강이나 불광천, 홍제천, 성북천 등의 존재도 큰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하천은 전국에 있지만 찾는 사람이 많고 그런 이들을 위한 다양한 시설, 그리고 만들어지는 분위기는 쉽게 살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에.


   올해 초 전주천변에서 ‘리버뷰’라는 이름을 가진 아파트가 새로 지어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거긴 강변도 아니고 천변인데 리버뷰- 였다. 천변을 바라보며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매우 강조하며 높은 생활수준과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며 광고하고 있었다.


   도시와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부동산을 통해 돈을 버는 일을 극도로 혐오하게 되었고, 시세차익 이라는 단어만 봐도 경기를 일으킬 지경이다.


   내일은 여유롭게 한강을 걸으며 부동산 시세차익 같은 거 말고 앞으로 나이를 먹어서도 경쟁력을 갖추며 일을 할 수 있을 방법과 해야할 노력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하겠다. 글을 잘 쓸 수 있다면 나이 들어서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좋은 대안이 될텐데, 일단은 성실하게 기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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