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누군가 '요즘 어때' 하고 물으면 꼭 했던 답이 있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
그게 늘 스트레스였다.
(사실 저렇게 담백하게 대답하지는 않았다. 감정이 격해질수록 어휘와 톤도 격해졌다)
물론 모든 사람이 날 좋아할 이유도 없기 때문에,
특정한 계기로 인해 나를 싫어할 수는 있다고 언제나 생각한다.
그러나 내 고민은,
인사 외에는 별다른 에피소드도 없던 사람이 눈을 흘길 때,
나는 분명 처음 대화한 것 같은데 이 사람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나를 싫어해왔을 때,
옆사람의 반복되는 실수와 사고에는 웃으며 넘기면서
나의 어쩌다 한 번 있는 실수도 크게 화를 낼 때,
난 저 사람을 잘 모르는데, 저 사람은 이미 날 싫어할 때.
뭐 그런 상황들이었다.
어딜가나 한 두명은 나를 싫어하거나, 못마땅해 했고
나도 모르게 위축이 됐다.
처음에는 하나하나 이유를 찾아내려고 애쓰며 나의 지나친 부주의를 탓했다.
혹시나 내 목소리가 컸나, 지나치게 말이 없거나 많았나,
얄미운 행동을 했나, 나도 모르게 상처를 줬나 하고 꽤 오래 힘들어 했다.
그러나 이상하게 내가 나름의 이유라고 생각한 것들을 바꿔도
그들은 계속 나를 싫어했다.
두 가지 생각을 했고, 두 가지 결론을 내렸다.
나에게 호의적인 사람이 더 많기 때문에,
나를 싫어하는 그 한 사람 때문에 자책하고 괴로워 할 필요는 없다는 것.
모두가 나를 좋아하는 건 아닐지라도
대부분은 예의를 지키고, 거리감을 지키는 친절과 호의를 표했다.
다만 내가 가장 신경을 많이 썼던 건 언제나 그 한 명의 적대감을 지닌 사람이었을 뿐이다.
이 생각이 든 후론
싫어하는 단 한 사람의 마음에 들기 위해 나를 괴롭히고 싶지 않아졌다.
언제나 그만큼의 사람은 나를 싫어하겠거니, 생각한다.
또 하나는,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지만, 단호할 것.
일을 처음 시작하는 곳에서는 언제나 실수하기 마련이고,
어설픈 시절마다 유독 나를 괴롭게 하는 사람은 한 명씩 있었다.
돌아보면 그건 이유의 문제가 아니었다.
한동안 나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던 나의 상사가,
한 달 뒤 새로 온 신입을 똑같이 괴롭히며 갑작스럽게 나에게 친절해진 것을 보며
아, 그냥 텃세였구나. 하고 (뒤늦게) 알았다.
어떤 친절을 베풀어도 내 말을 꼬아 듣고, 눈을 흘기고, 혀를 차던 팀원이
참다 못해 나도 똑같이 그 사람의 행동을 따라했더니,
한 순간에 눈흘김과 시비가 사라진 것을 보며 아, 그냥 내가 만만했구나. 하고 생각했다.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다만 내가 요즘 부쩍 생각하는 건
이전의 난 너무 많은 사람을 이해하려 했고, 날 싫어하는 사람의 마음을 돌리려 노력했지만
오히려 그들은 내가 화를 낼 때서야 그 무례함을 멈춘다는 것.
날 싫어하는 건 그 사람의 자유지만,
나에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건 분명히 내가 바로잡아야 한다.
그 사람의 마음을 바꾸려고 이리저리 노력했던 이전과 달리
화를 잘 내는 요즘의 나는 한결 편해졌다.
생각해보면 누군가를 싫어하는데 모두가 합리적인 이유를 댈 수는 없다.
그냥 싫은 경우도 다반사다.
나를 미워하는 사람의 마음을 애써 돌리려 하지 말고,
다만 무례한 행동만큼은 곧장 바로잡을 것.
두 가지 생각을 하면서
나를 더 존중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인간관계에 나의 기준이 없다면 언제나 힘들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에게 예의를 다 하되, 모두가 날 사랑하지 않아도 받아들여야지.